일본 정치권에 인공지능(AI)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신생정당 ‘팀 미라이’가 11석을 확보하면서 당초 목표였던 5석의 2배를 얻는 이변은 연출했다. 팀 미라이를 이끄는 인물은 35세 AI 엔지니어이자 과학소설(SF) 작가인 안노 다카히로로 인공지능과 코딩 기술을 활용한 독특한 선거운동으로 일본 정치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노 다카히로 팀 미라이 당대표. 사진은 이해를 돕기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재편집한 것.
11일 일본 아사히신문과 산케이 등을 종합하면 안노 다카히로 대표가 이끄는 팀 미라이는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 득표율 2%를 충족하면서 일본 공직선거법상 정당요건인 2%를 넘어서 정치단체에서 정식 정당으로 승격됐다.
안노 다카히로의 팀 미라이가 이번 선거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는 AI 및 디지털 기술을 선거운동에 적극 활용해 24시간 유권자와 소통하는 기반을 마련한 점이 꼽힌다.
글로벌 AI인증 전문업체 AI Certs에 따르면 안노 대표는 AI 대변인 ‘AI 안노’를 개발해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실시간 재생)을 통해 24시간 내내 유권자들의 질문에 답변해 인기를 얻었다.
AI Certs는 “팀 미라이가 운영한 AI 대변인은 인력 없이 수천 건의 정책 질문에 답변했고 언론들은 이를 ‘스테로이드 맞은 시민기술’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며 “일본 유권자들이 실시간 정치적 소통을 원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고 짚었다.
안노 대표의 혁신은 AI 대변인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정책공약을 인터넷 저장소인 깃허브(GitHub)에 올려두고 시민들에게 수정하도록 제안했다. 나아가 팀 미라이는 ‘이도바타(우물가 대화)’라는 친화적 자동대화(챗봇) 사이트를 개발해 시민들이 정책의견을 올려두면 AI가 이를 정책으로 자동 변환해주는 구조를 만들었다.
안노 대표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및 온라인 기반의 선거전략은 도시지역과 청년층의 지지를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팀 미라이의 후보들이 정치 경험이 없는 신인들이 다수였음에도 높은 당선률을 기록한 것은 디지털 선거운동의 효과를 보여주는 것으로 읽힌다.
안노 대표는 보수와 진보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 실용주의'를 표방했다. 철저히 생활에 필요한 정책과 기술중심의 기조를 내세웠다.
일본 신생정당 팀 미라이를 이끄는 안노 다카히로 대표는 1990년 12월1일 태어나 일본 카이세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도쿄대학교 공학부 시스템창성학과를 졸업했다. 시스템창성학과는 공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융합형 리더'를 키우는 학과다.
일본 매체 슈칸 겐다이에 따르면 안노 대표는 대학에서 일본 정부 'AI 전략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마츠오 유타카 교수 연구실에서 AI와 머신러닝을 깊이있게 연구했다. 대학 졸업 뒤에는 글로벌 컨설팅 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근무했고, AI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기업인으로서 면모도 보였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안노 대표의 문학적 재능이다. 안노 대표는 AI를 주제로 한 스릴러 SF소설 '서킷 스위처'로 제9회 하야카와 SF콘테스트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면서 SF 작가로 데뷔하기도 했다.
'서킷 스위처'는 완전 자율운행 자동전차가 보급된 2029년을 배경으로, 자율운행 알고리즘 개발사의 사장 사카모토가 자신의 차에서 납치돼 폭탄과 함께 일본 수도고속도로를 강제로 주행하게 되면서 시작되는 스릴러 SF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