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관세협상에서 여러 차례 우리나라를 거칠고 강압적으로 몰아세웠던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곤경에 처했다.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틴 관련 의혹에 휩싸이면서 사임 압박까지 받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재편집 한 것.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9일(현지시각) 최근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엡스틴 문건을 인용해 러트닉 장관이 엡스틴과 당초 알려진 것보다 밀접한 관계를 맺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러트닉 장관과 엡스틴은 미국 뉴욕 맨해튼의 부촌인 어퍼이스트 사이드에서 이웃으로 지내면서 최소 13년간 정기적으로 교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동일한 비상장 기업에 공동투자를 할 정도로 가까운 관계를 맺었고, 뉴욕과 카리브해에서 사교 모임도 함께한 것으로 전해진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엡스틴 문건 250여 건에 러트닉 장관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사실은 러트닉 장관이 2025년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엡스타인과 2005년 만난 뒤 혐오감을 느껴 그 뒤로 한 번도 만난 적 없다’고 밝힌 것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미국 민주당은 러트닉 장관이 엡스틴과 관계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애덤 시프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날 성명에서 “러트닉 상무장관이 유죄판결을 받은 성범죄자와 사업거래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것은 그의 윤리성에 심각한 의문을 품게 한다”며 “러트닉 장관은 상무장관으로 있을 자격이 없으며 즉시 사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공화당에서도 러트닉 상무장관이 사퇴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토마스 매시 공화당 하원의원은 8일 CNN과 나눈 인터뷰에서 “러트닉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한미 통상협상에서 한국을 관세로 위협하며 몰아세웠던 인물이다.
러트닉 장관은 2025년 9월11일(현지 시각) 한국에 대한 관세협상 과정에서 교착상태가 나타나자 한국이 협정을 수락하거나 관세를 납부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러트닉 장관은 이 때 CNBC와 나눈 인터뷰에서 "(관세 협상) 세부사항에 악마가 있는 법이다"며 "한국이 일본의 사례를 본 만큼 협상에서 유연성은 없다"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한국은 협정을 수락하거나 관세를 내야 한다"며 "흑백논리밖에 없다"고 강하게 몰아세우기도 했다.
이에 앞서 2025년 7월에는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한미고위급 협상 당시 한국 대표단에게는 "모든 것을 가져와라. 최선의, 최종적 무역협상안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고압적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한국에 부정적 입장을 취하던 러트닉 장관이 이제는 궁지에 몰린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