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은 소비 위축의 신호일까. 신세계백화점은 이번 신학기 필수품 행사를 통해 이 공식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엄마들도, 아이들도 줄었지만 자녀를 위한 지출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최근 저출생을 소비 감소가 아닌 ‘프리미엄 가속화’의 신호로 다시 읽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6일~22일 전국 13개 점포에서 키즈 브랜드를 중심으로 팝업스토어를 열고 최대 40%까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고 5일 밝혔다. 사진은 신세계백화점의 키즈 매장에서 소비자가 제품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신세계백화점
5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아이 수는 줄었지만 한 명의 자녀를 위해 더 좋은 상품과 브랜드를 선택하려는 소비는 뚜렷하게 늘고 있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의 아동 부문 매출 비중은 전체의 15.6%로 2년 전보다 1.1%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 1인당 객단가 역시 2년 전보다 2.2%포인트 상승하며 구매 단가가 높아진 흐름을 보였다.
자녀를 둔 부모는 줄었지만 자녀 한 명에게 쓰는 금액은 오히려 커진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의 양이 줄어든 대신 질이 강화되는 구조적 전환으로 해석된다. 한 번 구매하면 오래 사용하는 가방이나 운동화, 겉옷 등 신학기 핵심 품목일수록 가격보다는 브랜드와 품질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키즈산업 전반의 성장으로도 확인된다. 글로벌 금융데이터서비스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국내 키즈산업 규모는 지난해 61조 원 가량으로 2012년보다 2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해외 명품 유아 브랜드나 인지도가 높은 키즈 브랜드를 중심으로 구매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KPMG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키즈산업의 프리미엄화로 국내 주요 백화점의 키즈존은 ‘명품관 축소판’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백화점들은 버버리칠드런, 겐조, 지방시 등 명품 키즈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한편 인기 브랜드 할인 행사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녀가 귀해질수록 오히려 어른들의 물질적 지원이 확대되는 현상을 주요 배경으로 꼽는다. 구매 결정권자인 부모는 자신을 위한 소비는 줄이더라도 자녀를 위한 지출에는 인색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부모뿐 아니라 양가 조부모와 삼촌, 이모, 부모의 지인까지 한 아이를 위해 지갑을 여는 구조가 확산되고 있다.
초혼 연령 상승과 맞벌이 가구 증가로 가계소득이 늘어난 점도 소비 여력을 키웠다. 통계청에 따르면 신혼부부 맞벌이 가구 비중은 2023년 58.2%에 달했고 초혼 신혼부부의 2023년 연간 평균 소득은 이 기간 7265만 원 수준으로 2022년보다 7% 증가했다.
이미 시장은 수량이 아닌 객단가 중심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신학기 전략은 이 변화를 정확히 겨냥했다. 신세계백화점은 6일부터 22일까지 전국 13개 점포에서 인기 키즈 브랜드를 중심으로 팝업스토어를 열고 최대 40%까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상품구성은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팔로워 10만 명 이상을 보유한 아동브랜드까지 다양하다.
결국 신세계백화점이 공략하는 것은 한 아이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어른들의 소비 심리다. 이처럼 저출생은 유통업계에 위기가 아닌 소비 구조를 재편하는 변화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신학기 전략은 그 기회를 ‘프리미엄’이라는 언어로 풀어난 사례로 해석된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저출생으로 자녀 수는 줄었지만 한 명의 자녀에게 더 좋은 것을 해주려는 소비 성향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며 “이번 행사는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신학기를 준비하는 고객들이 상품과 혜택을 함께 체감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