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통신사 해킹 이슈가 발생한 후에도 금융계 알뜰폰 시장의 가입자 수가 의미 있는 증가폭을 나타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계 알뜰폰 시장에 있어 지난해는 기회의 해였다. 4월 SK텔레콤, 8월 KT와 LG유플러스의 해킹 사실이 차례로 알려지며 알뜰폰 업계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고 그 가운데서도 보안에 강한 이미지인 금융권의 알뜰폰이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1월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개한 지난해 11월 말 기준 ‘유·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 및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알뜰폰 회선은 통신사 회선보다 크게 증가했다.
SK텔레콤의 해킹이 알려진 지난해 4월부터 조사 시점인 11월까지 SK텔레콤 회선 수는 51만9731개가 감소했고, KT와 LG유플러스 회선 수는 각각 26만4711개, 22만978개 증가했다. 알뜰폰 회선 수는 49만4114개 증가해 KT와 LG유플러스 회선 수 증가폭을 합친 것보다 컸다.
알뜰폰 회선 수 증가폭이 통신3사보다 컸음에도 소비자들이 특별히 금융계 알뜰폰을 선택하는 흐름은 눈에 띄지 않았다. 알뜰폰으로 이동하려는 소비자를 금융권이 성공적으로 흡수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는 알뜰폰 시장의 특수성이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금융계 알뜰폰 가운데 가입자 수 기준 ‘빅3’는 KB국민은행, 토스, 우리은행이다. KB국민은행 알뜰폰 ‘리브모바일’의 가입자 수는 지난해 6월 43만7천여 명에서 올해 1월 44만여 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토스 알뜰폰 ‘토스모바일’도 마찬가지다. 토스모바일 가입자 수는 현재 20만 명 수준으로 2024년 19만2천 명과 크게 규모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사업을 시작한 후발주자인 우리은행 알뜰폰 ‘우리WON모바일’은 가입자 수가 2만여 명으로 알려져 있다.
소비자들이 금융계 알뜰폰을 크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느끼지 못한 배경은 두 가지로 제시된다. 먼저 기술적 차원이다. 알뜰폰 사업은 망 임대사업으로 어떤 알뜰폰 사업자든 통신3사의 망을 빌려 쓰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통신3사가 모두 해킹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어떤 금융사도 자신 있게 망 차별성을 내세울 수 없었다는 것이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명예교수는 “어떤 알뜰폰 사업자도 해킹 피해를 입은 통신3사의 망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며 “결국 알뜰폰의 안전성도 통신3사가 얼마나 철저히 해킹 방지 대책을 이행하느냐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계 알뜰폰 가입자가 크게 늘지 않았던 또 다른 배경으로 통신사와 금융계의 관계적 특수성이 꼽힌다.
금융권은 알뜰폰 사업에 있어서는 통신사의 망을 빌려 쓰는 임대사업자로, 통신사와의 관계를 잘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킹 이슈가 터진 후에도 금융계 알뜰폰에서 공격적 마케팅이 보이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통신사와의 협력적 관계를 잘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통신사 해킹이 터졌다고 해서 그를 타깃으로 한 공격적 마케팅을 펼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