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을 둘러싼 옛 오너 일가 관련 잡음이 정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업계가 다시 남양유업을 주목하고 있다. 새로운 경영 체제 아래에서 이뤄지고 있는 신뢰 회복, 체질 개선, 수익 증대 여부가 관심사다.
남양유업을 인수한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회사의 신뢰 회복을 위해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대외적으로 변화한 이미지를 홍보하고 있다. 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과 얽힌 남양유업의 법적 분쟁들이 1심에서 승소하면서 전반적 정리 방향성도 잡히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2일 남양유업에 따르면, 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은 횡령·배임 형사사건을 비롯해 회사와 새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등 복수의 법적 분쟁에 얽혀있었으나 최근 들어 정리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홍 전 회장은 지난달 29일 횡령·배임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힌 사건과 관련해 1심에서 징역 3년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를 포함해 퇴직금 소송과 손해배상 소송 등 옛 오너 일가와 관련된 법적 분쟁이 아직 완전히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주요 사건 모두에서 1심 법원이 회사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전반적 정리 방향이 잡히고 있다는 것이다.
남양유업 측은 1심 선고 후, 이미 경영 정상화가 상당 부분 이뤄졌고 내부 운영이나 사업 지속성 측면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실제로 한앤컴퍼니는 최근 남양유업의 조직 정비를 마무리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완전히 새로운 사업보다는 원유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원유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지만 낙농업계와의 계약을 통해 일정 수준의 원유를 공급받는 상황에서 이를 가공한 기능성 음료를 대체재 삼아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기능별로 성분을 달리 한 가공음료 제품군이 확대되면서 원유 소비량이 줄어드는 추세 속에서도 실적은 분기마다 개선되고 있다.
남양유업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2024년 1월 경영 체제가 바뀐 뒤인 2024년 3분기부터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까지 5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매출은 2375억 원으로 2024년 3분기보다 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7억 원으로 같은 기간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전략은 웰니스 트렌드와도 맞물린다. 남양유업은 식음료 시장의 변화를 ‘리컴포지션’으로 정의하며 건강 기준의 중심이 맛에서 고단백과 저당 등 성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남양유업은 고단백·저당·아미노산 설계를 한 병에 담은 단백질 음료 ‘테이크핏’과 부담 성분을 줄인 발효유 ‘불가리스 유당 제로’·’플레인 요거트’·‘설탕 무첨가 플레인’ 등 기능을 세분화한 제품군을 잇달아 선보였다. 컵형 요거트 중심이던 소비 패턴도 식사 대용 수요 증가에 맞춰 1.8kg 대용량 제품으로 재편했다.
이러한 전략의 결과 단백질 음료 시장에서 남양유업 제품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했다.
해외 시장 확장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원유 소비가 줄자 원유보다 유통기간이 긴 분유로 가공한 뒤 분유수요가 높은 시장으로 판로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캄보디아 조제분유 시장에서 점유율 20% 가량을 기록하며 프랑스 분유회사 다논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출산율이 1.91명 수준으로 한국보다 2.5배 높고 인구가 1억 명 가까이 되는 베트남 역시 분유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는 지역으로 추가 성장 거점으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분유시장은 1조7122억 원가량으로 2024년보다 규모가 5.6% 커졌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7일 베트남 최대 유통회사인 푸타이 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푸타이 그룹이 보유한 현지 소매판매처 16만 개를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분유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한앤컴퍼니는 이러한 성장 전략을 세우기 이전에 과거의 경영체제에서 벗어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 아래서 의사결정 감시기구를 분리하고 준법경영 제도를 도입하는 등 내부 통제 기준을 강화해왔다.
한앤컴퍼니는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해 업무집행 기능과 견제·감독 기능을 분리하고 이사회 중심 경영 체제를 강화했고 이사회의 이사진은 한앤컴퍼니 측 인사들로 재구성했다. 준법·윤리경영 체계도 정비했다. 법령 준수를 경영의 기본 전제로 삼고 준법통제기준을 마련했다. 준법전담조직과 컴풀라이언스위원회도 설치하며 내부 통제기능을 강화했다.
대외적으로는 변화의 메세지를 적극적으로 전달해왔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건강한 시작’을 담은 새 슬로건과을 공개한 뒤 공식 인스타그램 채널을 통해 변화 과정을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이 채널에서는 육아휴직 복귀 사례와 워킹맘 이야기, 사회공헌활동, 준법·윤리경영 제도 도입 성과, 신제품 출시 뒷이야기 등을 임직원 시각에서 전하며 현장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
대표 제품인 ‘맛있는우유GT’의 생산 현장을 공개하는 천안 신공장 견학 프로그램도 재단장했다. 원유 선별부터 품질 관리, GT 공법에 이르는 전 과정을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생산 현장을 적극 개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