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내각에 대한 국민의 재신임을 받고 정책 추진동력을 얻기 위해 중의원(하원) 해산을 공식화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중의원 해산에 따른 총선거에서 재신임을 얻게 되면 확대재정에 속도를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재편집한 것. ⓒ 허프포스트코리아
다카이치 총리는 19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3일 소집되는 정기국회 첫날 중의원을 해산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그는 27일 총선 시작을 알리는 '공시' 절차를 진행하고 올해 2월8일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중의원 해산부터 투표까지 걸리는 기간은 16일로 태평양전쟁 종전 뒤 역대 가장 짧다.
다카이치 총리는 "내각총리대신의 진퇴를 걸겠다"며 "다카이치 사나에가 총리여도 좋은지를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이 정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번 총선의 성격이 재신임을 의미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처럼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는 높은 지지율이 가장 먼저 꼽힌다. 다카이치 내각의 지지율은 60~70%대 이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 도쿄방송 계열 JNN이 10~11일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 내각의 지지율은 78.1%로 지난달과 비교해 2.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지지율을 바탕으로 재신임을 받을 경우 적극적 재정정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인공지능, 반도체, 조선, 방위 산업 등 17개 미래 전략산업에 일본 정부가 직접 자금을 투입하는 정책을 감행하겠다는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핵심은 책임있는 적극재정이다"며 "지나친 긴축 지향, 미래에 대한 투자부족을 다카이치 내각에서 끝내겠다"고 말했다.
엔화 약세와 장기금리 상승의 상황 속에서도 과거 아베 신조 전 일본총리처럼 '돈 풀기'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른바 아베노믹스(엔화값을 떨어뜨리고 돈을 풀어, 정부지출 늘리고, 규제완화로 장기 디플레이션 탈출을 노린 경제정책)가 재현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언론 닛케이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이번 총선에서 의석을 늘리면 적극재정 방안이 '국민의 선택을 지지받은 것'으로 정당화돼 시장의 경고에서 자유롭게 외길을 걷게 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우에노 야스나리 마켓컨시어지 대표는 13일자 리포트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이미 높은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중의원 선거에서 단독 과반의석을 확보하며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치적 구심력을 높이고, 적극재정을 강화할 바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고 짚었다.
일본이 아베노믹스 당시처럼 재정확대와 엔화 가치 떨어뜨리기에 나서면 일본으로부터 원자재와 부품 등을 수입하는 한국기업에게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겠지만 한국 수출기업들에게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이 일본과 경쟁하는 산업분야인 반도체와 철강, 자동차 등에서는 한국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돼 한국 수출기업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또한 일본이 적극재정으로 엔저를 밀고 갈 경우 한국도 원화 약세 압력을 받을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이 비슷한 시장을 두고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 수출하는 상위 국가 가운데 한국과 일본의 수출경합도는 0.52로 가장 높았다. 수출경합도란 동일한 시장에서 비슷한 물건을 얼마나 많이 수출하는지를 측정한 수치로 0.5 이상이면 직접 경쟁하는 것으로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