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아영장 모습(좌측 위), 철수해서 떠나는 스카우트 대원들의 모습(좌측 아래),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우) ⓒ뉴스1
손님 대접에 진심인 나라라고 알려진 한국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는 부실한 준비와 운영으로 나라 이미지에 먹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한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보여줬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수습은 모두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들의 몫이 되면서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태풍으로 새만금 잼버리 대회가 급하게 철수하게 되면서, 세계 각국 대원들은 전국 8개 시도로 이동했다. 이에 따라 인솔과 숙소 입소 등 관련 지원 업무를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이 고스란히 떠맡게 됐다.
9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잼버리 지원 업무에 차출 동원된 공무원들과 공공기관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공무원은 "하루 만에 숙소 몇십 개 빌려가지고 당장 애들 이동하는 시간 내 밥이랑 잘 데 준비하는데 청 내 거의 전 직원 차출 중"이라며 "12일까지 일 다 스톱하고 수도권 수천 명의 공무원이 잼버리에 매달리는 게 맞냐고"라고 주장했다.
신용보증기금의 한 직원은 "공문 안 띄우고 메일로 보낸 거 봐. 욕먹기 싫으니까 제일 값싼 인력 가서 돈도 안 준다며? 우리 회사 수요 없으면 인원 조정해서 차출한단다"라고 말했다.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작업자들이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폐영식 행사중 하나인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 무대를 설치하고 있다. 2023.8.8ⓒ뉴스1
한국산업은행 직원은 "기관별로 인원 차출해서 금요일 저녁에 잼버리 K-POP(케이팝) 콘서트 인솔하라고 명령 내려옴"이라며 "이게 정상적인 정부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은 "태풍과 폭염에 난리 통인데 공무원, 공기업 직원은 5분 대기조인가"라며 "당연히 수당이니 뭐니 지원은 0원"이라고 말했다.
8일 오후 전북 부안군 잼버리 공원에서 바라본 잼버리 영지가 텅 비어있다. 잼버리 참가자 3만7000여명은 태풍 카눈의 북상에 따라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과 경기 등 각지로 비상대피했다. 예정보다 5일 빠른 퇴영이다. 2023.8.8ⓒ뉴스1
태풍 '카눈'이 북상 중인 8일 오후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 대원들을 태운 버스들이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부지를 떠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2023.8.8ⓒ뉴스1
국가 예산이 들어간 사업이었지만, 기업과 대학 등 민간에서도 숙소를 제공하며 도움의 손길을 보태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잼버리 숙소 배정과 입소 절차에도 문제가 있었다.
윤승용 남서울대 총장은 8일 페이스북에 "방학이라 좀 한가했던 캠퍼스에 갑자기 난장이 열렸다"며 "새만금 세계잼버리 대회에 참가했다 중도에 철수한 대원 가운데 스웨덴 참가자 753명이 갑자기 우리 대학에 배정되는 바람에 휴가자를 제외한 전 직원이 총출동해서 마치 군부대의 비상 훈련하듯 이들을 맞았다"고 글을 올렸다.
윤 총장은 "어제 교육부로부터 이용 가능한 기숙사 상황을 보고해 달라는 문의가 오더니 오늘 갑자기 12시쯤 스웨덴 대표 800여 명이 도찰할 것이라는 통보가 왔다"며 "그런데 교육부, 경찰, 충난도 등 유관기관들은 정확한 도착 시간, 도착 후 우리가 이들을 어떻게 방 배정을 해야 할지, 식사는 어찌 제공해야 할지, 11일까지 머무는 동안 이들을 우리가 어떻게 대해 줘야 할지에 대해 아무런 지침이 없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8일 윤승용 남서울대 총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윤승용 페이스북
8일 윤승용 남서울대 총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윤승용 페이스북
윤 총장은 "학교에 도착한 스웨덴 대원들도 모두가 더위와 강행군에 지친 모습이 역력했는데, 자신들이 어디로, 왜 우리 대학에 왔는지를 잘 모르고 있었다"며 "우선 급한 대로 영어, 스웨덴어로 기숙사 이용 매뉴얼을 제작하고, 교내 곳곳에 환영 게시물을 부착하고, 방학 중이라 문 닫은 식당을 재가동하도록 하는 등 정신없이 오후를 보냈다"고 밝혔다.
또 그는 "5시 좀 넘어 다니엘 볼벤 주한 스웨덴 대사가 급히 내교한다 해서 서둘러 뛰쳐나가 영접했다"며 "그도 강원도 고성에서 휴가를 지내다 급히 달려왔다고 한다"고 전했다. 윤 총장은 "난 '뜻밖의 불청객'이지만 '최선을 다해 지원할 테니 머무는 동안 편안히 지내다 가길 바란다'고 안심시켰다"며 "체육관과 수영장도 이들이 원할 경우 개방해 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당국에선 이들의 이용 비용은 지원해 주지 않겠다고 했으나 내 재량으로 봉사 차원에서 이용토록 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먼 이국땅까지 찾아와 사서 고생하는 스카우트 대원들을 생각하니 자식을 둔 입장에서 참 모든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며 "우리 대학에 머무는 동안은 내 집처럼 편한 휴식을 취하다 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