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추럴 와인이란?
옛날 방식으로 만든 와인이다. 보통 전통 방식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값싼 술을 대량으로 양조하려면 많은 화학성분을 필요로 하는데 (심지어 효모도 사람이 만들어낸 성분을 사용하지만) 내추럴 와인은 자연에서 얻은 미생물을 이용한다. 된장을 만들 때 메주의 유익한 야생 곰팡이 균을 이용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인공적인 화학성분을 사용할 필요도 없고, 사용할 제품도 없었을 당시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손이 많이 가서 많은 양을 생산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지만, 생동감과 풍미 넘치는 맛을 느낄 수 있는 게 내추럴 와인이다.
다경와인 진정훈 대표
과장 하나 없이 요즘 어느 동네에서든 내추럴 와인샵과 내추럴 와인바를 만날 수 있다. 내추럴 와인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들려온 건 4~5년 전쯤. 내추럴 와인을 처음 마셨을 때 ‘특별하다’는 느낌이 강했고, 무엇보다 병에 붙은 특색 있는 라벨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다 알음알음 내추럴 와인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취급했다는 와인샵 비노스앤에 방문하게 된다.
비노스앤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진짜) 눈이 뒤집혔다. 와인바에서 내추럴 와인을 마시다가 맛있어서 라벨을 뒤집어보면 어김없이 수입사가 '다경상사'이던 기억이 있는데. 그 와인들이 한 공간에 다 모여있는 것 아닌가. 선반 가득 놓여 있는 내추럴 와인을 보고 내 안의 소장 욕구가 폭발했다. 처음엔 취향보단 '유명한 걸 마셔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그래서 '돼지 와인'이라 불리는 필립 잠봉을 구매했고, 마셔보니 이것보단 조금 더 쥬시하고 탄산감이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에 다음 방문 때부터는 최선을 다해 취향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후 '오마쥬 아 로베르', '포즈 까농 후즈' 등 내 입에 정말 찰떡이면서 가격도 안 비싼 내추럴 와인을 만나게 됐다. 그러다 문득 (나를 포함해) 사람들이 이토록 내추럴 와인에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궁금해졌는데. 코로나19로 외식이 어려워지면서 집에서 와인을 마시는 게 어느새 익숙한 식문화로 자리 잡은 무렵, 새로운 종류의 내추럴 와인은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쏟아졌으며 점 찍어 놓은 내추럴 와인바가 1년을 못 버티고 문 닫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니 '대체 국내 내추럴 와인 시장의 뿌리가 어디일까'란 궁금증이 생겼다.
국내에서 가장 처음 내추럴 와인을 구비해 판매한 와인샵인 '비노스앤' 대표와 '내추럴 와인'이란 단어가 없던 시절부터 전문적으로 수입을 시작한 수입사 '다경와인' 진정훈 대표에게 "내추럴 와인의 뿌리는?"이란 질문을 던졌고, 알고 마시면 훨씬 좋을 내추럴 와인에 숨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2015년, 판교에 비노스앤 1호점이 오픈했다. 내추럴 와인을 팔자는 취지로 오픈한 건 아니라서 초창기 비노스앤은 RM 샴페인 판매로 더 이름을 알렸다. 당시 내추럴 와인도 같이 판매했지만, 시기가 너무 일렀던 것. 비노스앤 대표는 "어떤 계기로, 어느 시점에서 비노스앤이 갑자기 내추럴 와인샵으로 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와인 업계에서 20년 넘게 종사한 비노스앤 대표는 과거 와이너리 방문차 떠난 프랑스에서 내추럴 와인을 처음 접했다. 당시 프랑스에서도 '이런 와인이 있다'는 식으로 리스트업이 막 생겨나던 시절이라 내추럴 와인은 다소 생소하게 통했다. 내추럴 와인 반병을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마신 그는 속이 전혀 부대끼지 않는 걸 깨닫고 '아, 이거 괜찮은데?' 생각했다고. 처음엔 '맛있다' 보다 '프레쉬하다'는 느낌이 더 크게 다가왔으며 몸에 들어갔을 때 편하고 자극이 덜한 것에 매력을 느낀 것. 앞서 기업체와 개인 셀러 와인 일을 해 온 그는 '은퇴 전 마지막 와인 일'이라는 생각으로 매출을 염두에 두지 않고 비노스앤을 오픈하게 된다.
초창기 비노스앤을 방문하는 손님은 대부분 30~40대로 트렌디한 느낌, 호기심, 친환경에 관심 있는 이들이 많았다고. 최근 내추럴 와인이 활성화되고 트렌디해지면서 20대 손님의 방문도 늘었다는데. 이와 관련해 그는 "연령층이 낮아지면서 친환경적인 포커스보단 트렌디하고 예쁜 것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향이 있다"며 "트렌디함에 끌려 내추럴 와인을 많이 찾아주는 건 좋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취향과 관계없이 핫한 와인을 찾는 손님이 많다. 정답이 없기에 안 좋다는 건 아니지만, 다만 한 가지 욕심은 있다. 일 년에 한 번쯤 생산자를 만나러 농장에 가면 다소 열악한 환경에서 화학적 성분을 하나도 섞지 않고 소량으로 와인을 만드는 과정을 보게 된다. 그들의 철학, 생활 환경 등을 경험하고 오면 꾀가 생기다가도 그 꾀가 잠잠해진다. 내추럴 와인이 트렌드로 자리 잡기보단 ‘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과정’으로 여겨졌으면 좋겠다.
비노스앤 대표는 '와인 안정화'란 표현을 처음 쓴 인물이기도 하다. '안정화'라는 표현만 들었을 때는 그게 뭔지 확 안 와닿을 수 있는데, 말 그대로 와인을 안정시킨다는 의미라고. 와인 자체가 이동과 흔들림에 약하며 특히 천연으로 만든 내추럴 와인의 경우 환경에 더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그는 "긴 시간 배를 타고 이동하고, 통관 과정 등을 겪는 게 와인에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며 "그 과정들이 와인에겐 녹록지 않을 거다. 혼란스러운 와인들은 차분하게 만든다는 뜻으로 ‘안정화’라는 표현을 썼다"고 설명했다.
비노스앤에서 판매되는 와인은 일정 기간 안정화를 거친 뒤 맛을 보고 1차 판매 후 다시 얼마간 뒀다가 2차 판매를 하는 등 아주 긴 테이스팅 기간을 가진다. 이렇게 오랜 시간 공들여 테이스팅 과정을 거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텐데. 그는 "꾀가 생기려다가도 생산자 농장에 다녀오면 정신이 번쩍 든다. 심지어 와인 생산 과정을 다 본 것도 아닌데 말이다"라며 이를 고수하는 까닭을 확실하게 밝혔다.
탑 생산자의 와인은 어쩌면 당연히 맛있을지 모른다. 잘 팔린다는 건 기본이 된다는 의미니까. 하지만 내추럴 와인 중에선 숨은 보석도 굉장히 많다. 탑 생산자로 쏠리는 현장이 발생하는 게 한 편으로는 아쉽다. 조금 더 편안하게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자신의 테이스팅에 맡기길 바란다. 실패를 겪더라도 모험적으로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은 너무 좋을 테니.
국내 1호 내추럴 와인 전문 수입사 '다경와인'의 진정훈 대표가 내추럴 와인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도 비노스앤 대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내추럴 와인을 수입하기 전 컨벤셔널 와인수입 업계에서 근무한 진정훈 대표는 업계의 특성으로 인한 매너리즘에 빠져있었다고. 그러던 중 그는 프랑스에 거주하는 지인을 통해 내추럴 와인을 처음 시음하게 된다. 처음 마셨을 때 익숙지 않음에 머뭇거렸던 그는 3번째로 내추럴 와인을 마시던 날, 그 개성과 생동감에 빠져들게 된다.
이후 그는 내추럴 와인을 정확하게 명명하는 단어조차 없던 시절, 국내 수입을 시작한다. 내추럴 와인을 알리기 위해 차근차근 길을 걸어온 다경와인은 현재 50여 명의 농부와 거래 중이며 거래 와인 품목 수는 연평균 무려 400여 개에 달한다고.
내추럴 와인은 생산량이 많지 않아서 큰 시장이 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90년도 후반부터 내추럴 와인 수입을 시작했고, 어림잡아 한국보다 20년 정도 빠른데 현재 가장 큰 시장 중에 하나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한국도 비슷하게 커지지 않을까 싶다. 개인의 기호에 대한 다양성과 취향을 존중하는 시대인 것도 한몫하지만 모든 방면에서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요즘의 주요 화두이자 앞으로의 과제인 것처럼. 이와 함께 가는 것이 내추럴 와인이라고 생각한다.
내추럴 와인 특성상 생산량이 많지 않기에 거래를 위해 농부들과 친분을 쌓고 설득에 나섰다는 진정훈 대표. 초반에는 10명도 안 되는 농부들과 거래했지만, 현재 다경와인이 거래하는 농부는 50여 명 정도다.
알렉상드르 방 (Alexandre Bain), 세바스티앙 히포 (Sebastien Riffault), 필립 장봉 (Philippe Jambon), 앙또낭 아쪼니 (Antonin Azzoni) 등. 이들은 다경와인과의 수입 거래 전부터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농부들이었다. 그 때문에 오히려 와인을 선별하는 과정은 쉬웠으나 생산량이 부족한 게 문제였던 것. 농부들은 '왜 다경와인과 거래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 이에 진정훈 대표는 "이윤만을 위한 수입사가 아닌, 농부와 농부가 만들어내는 와인의 가치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공급할 것"이라고 신념을 밝혀 결국 농부들을 설득하는 데에 성공한다.
이는 비노스앤 대표의 '내추럴 와인은 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과정'이란 생각과 상통하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진정훈 대표는 대체 왜 이토록 열정적으로 '내추럴 와인이 아니면 안 돼'라고 말하는 걸까. 이와 관련해 그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답을 내놨다.
많은 분들이 왜 내추럴 와인을 선택했는지 질문한다. 그럴 때마다 이런 답을 내놓는다. "You are what you eat.(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 아이들과 가족의 미래를 생각하며 지금 우리가 무엇을 먹고 소비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결국 내추럴 와인으로 이어지게 된 거다. 내추럴 와인만이 가진 순수함, 포도 재배에서부터 양조까지 화학적 개입 없이 자연 그대로를 담았다는 점에서 시작한 자연에 대한 존중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추구해야 하는 방향성이라고 생각한다.
황남경 기자: namkyung.hwang@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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