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광장에 설치된 '시민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오른쪽은 극우 보수단체 신자유연대가 시민분향소 설치 현장에 내건 윤석열 대통령 지지 현수막. ⓒ뉴스1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하 10도 아래로 뚝 떨어진 14일 이태원 광장에는 ‘시민분향소’가 설치됐다. 그러나 분향소 설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보수단체 의 현수막이 내걸려 공분을 샀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근처 이태원 광장에 시민분향소를 설치했다.
이번 시민분향소에는 당초 정부가 유가족의 의사를 묻지 않은 채 설치한 합동분향소와 달리, 참사 희생자 158명 중 유족의 동의를 얻은 76명의 영정이 놓였다. 영정 하단에는 희생자의 이름과 생년월일이 기록됐고, 유가족협의회에 참여하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은 나머지 희생자들은 국화꽃 사진으로 대체했다.
14일 시민분향소에는 유족의 동의를 얻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76명의 영정이 놓였다. ⓒ뉴스1
이태원 광장에 설치된 '시민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오전 11시부터 진행된 시민분향소 설치작업은 예상과 달리 약 6시간 정도가 걸렸다. 갑자기 한파가 몰아닥친 탓도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일부 극우 유튜버들이 방송을 진행해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말리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이 손을 번쩍 들어올린 사진과 함께 ‘윤석열 잘한다’라는 문구가 적힌 극우 보수단체 신자유연대의 현수막이 내걸리기까지 했다.
극우 보수단체 신자유연대가 시민분향소 설치 현장에 내건 윤석열 대통령 지지 현수막. ⓒ뉴스1
결국 오후 5시쯤 설치 작업이 완료됐고, ‘진짜’ 추모가 시작됐다. 시민분향소에 참석한 16명의 유가족은 직접 가족의 영정사진을 걸며 작별인사를 나눴고 현장은 이내 통곡소리로 가득 찼다.
유족 대표이자 배우 故 이지한 씨의 아버지인 이종철 씨는 “참사 50여일이 다되어서야 아이들이 여러분을 만나게 됐다”며 “여러분들이 우리 아이들 이름 하나하나를 부르면서 잘 가라, 수고했다, 미안하다고 말씀해주시기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시민분향소 설치를 주관한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정부의 지침하에 설치된 합동분향소는 유가족의 의사는 확인하지 않은 채 영정도, 위패도 두지 않고 추모 시민을 맞았다”면서 “정부가 사태 축소와 책임 회피 의도가 뻔히 보이는 ‘사고 사망자’ 현수막을 걸어 유가족의 찢긴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작금의 현실 앞에 이제라도 희생자의 영정과 위패를 모시고 추모와 애도를 시작하려 한다”며 “많은 시민이 희생자를 향한 추모·애도의 마음, 유가족을 향한 위로의 마음으로 시민분향소를 찾아주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태원 광장에 설치된 '시민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태원 참사 49일째인 16일 오후 6시부터 이태원역 앞 도로에서 ‘10·29 이태원 참사 49일 시민추모제’를 진행한다. 같은 날(16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도 이태원 참사 49재가 봉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