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광산에서 기적적으로 생환한 광부 박정하 씨가 고립돼 있던 221시간(10일)의 기억의 떠올렸다. 당시 190m 즉, 63빌딩 정도 되는 깊이에서 동료와 함께 버텼던 박정하 씨는 마지막을 직감한 순간, 아내를 떠올리며 ‘단 1분의 시간만 달라’고 간절히 빌었다.
7일 방송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지난 10월 26일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지하 갱도에 고립됐으나 무사히 생환한 박정하 씨가 자기님으로 등장했다. 이날 박정하 씨는 건강을 묻는 질문에 “식사는 잘 하고 있다. 그 안에 너무 오랜 시간 머물러있다 보니까 정신과 치료를 병행 중”이라고 근황을 전했다.
이어 매몰사고 당시에 대해 “오후 출근조여서 4시에 입갱을 했는데, 5시38분에 광산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면서 “고립된 곳은 지하 190m였다. 아파트로 치면 60층 이상의 높이였다. 처음 붕괴되기 시작할 때는 굉음이 너무 컸다. 엄청난 양의 암석, 폐기물이 쏟아져서 가까이 접근할 수가 없었다”라고 회상했다.
동료와 농담을 해가며 고립된 상황을 버텨나갔던 박정하 씨.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박정하 씨는 당시 함께 있었던 동료에 대해 “입사한 지 4일밖에 안 된 신입이었다”면서 “주저앉아 울면서 겁을 내더라. 그래서 생존을 위해 최소한 버텨낼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비닐을 모아서 바람을 피했다. 갱도 내부의 평균 온도는 14도 정도였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정하 씨와 동료가 식사대용으로 챙겨먹은 것은 커피믹스였다. 그는 “커피믹스를 30여개 갖고 있었다. 숙소에서 사용하던 커피포트를 가져다뒀는데, 스테인리스 재질이라 모닥불에 물을 끓일 수 있었다. 그게 식사대용이 되더라. 4일차 되는 날 커피믹스가 다 떨어졌고,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을 모아 마셨다”라고 설명했다.
구조가 안 될까 걱정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박정하 씨는 “같이 간 동료가 겁이 많았다. 외부로 연결되는 인터폰이 있는데, 되지도 않는 인터폰을 들고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는데, 오리백숙을 끓여 달라’는 농담을 하면서 안심시켰다. 나 혼자보다 동료가 있어서 그 시간까지 버틸 수 있었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구조될 수 있다는 희망은 점점 사라졌고, 박정하 씨는 “(구조 요청을 위해 마지막으로 매몰 지점에 한번 더 다녀온 뒤) 장작이 6개비 남았더라. 우리 곁에 있던 것들이 한 가지씩 전부 없어지는 상황이었다. 옷을 말리면서 처음으로 동료한테 ‘우리 희망이 없어 보인다. 이제 대비하자’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순간 두려움과 공포가 한 순간에 몰려오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라고 토로했다.
광부들의 처우나 근로 조건이 개선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박정하 씨는 “ 마지막 방법은 비닐 움막을 뜯어서 몸에 감는 것뿐이었다. 기다리다가 누가 먼저 정신을 잃고 잠들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다. 죽는 게 이런 거구나 싶어 진짜 무서웠다. 신이 있다면 ‘단 1분의 시간만 달라. 아내의 손을 잡고 고생시켜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만 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빌었다”고 했다.
이후 ‘발파’ 소리와 함께 박정하 씨와 동료는 기적적으로 구조됐고, 그는 “우리는 산업전사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했다”라며 “모든 산업은 기계화되고 있는데, 채광 방식은 70년대 말에 머물러 있다. 얼마나 위험에 노출되어있겠냐. 위험에 노출되어 일하는 동료 광부들의 처우나 근로 조건이 개선돼서 ‘힘들지만 해야 할 일을 한다’는 예전의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환경 개선이 되었으면 한다”는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