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내 저명한 선배에게 본인의 실력과 가치를 인정받는 것만큼 좋은 일이 있을까? 영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에서 리오 그랜드를 연기한 다릴 맥코맥의 일이다. 비록 제목엔 리오 그랜드라는 인물의 이름이 들어가 있지만, 본 영화는 60대 여성 낸시의 성적 욕망을 솔직하게 다룬 영화다. 그리고 낸시를 연기하며 극을 이끈 엠마 톰슨은 오디션장에서 다릴을 보고 나서 직접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당신이 리오 역을 맡았으면 좋겠어요."
다릴 맥코맥은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해외 대중에게도 아직은 생소한 배우다. 엠마 톰슨이 그런 맥코맥을 주저 없이 캐스팅에 추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캐릭터 리오 그랜드와 배우 다릴 맥코맥 사이의 공통점에 있었다. 허프포스트 미국은 다릴 맥코맥과의 인터뷰를 진행한 후 엠마 톰슨의 선택을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캐릭터 포스터.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퍼스널 서비스 제공자' 리오 그랜드가 은퇴한 60대 교사 낸시의 성적 욕망을 발굴해주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단순한 성적 교류를 넘어 사적인 대화를 통해 서로를 더 이해하고, 친밀감을 형성한다.
'퍼스널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오 그랜드에겐 여타 성판매 남성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리오는 다른 기관에 속하지 않은 채 온전히 자기 자신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고 있으며, 맥코맥의 말을 빌리면 "자신만의 감각으로 성적인 경험을 나눌 줄 아는, 지금껏 영화에서 볼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거짓되지도 않은" 인물인 것이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묘사되는 성판매자들은 (관객들에게) 긍정적인 힘을 주기보다는 부정적인 감정에 빠지게 하지만 리오는 아니죠." 맥코맥은 이어 설명했다.
"나는 느껴본 적 없어요, 단 한 번도." 이러한 말을 꺼낸 낸시는 자신이 서비스를 구매한 성 판매 남성 리오 그랜드에게 (비록 사별했지만) 수십 년 결혼생활을 이어왔던 남편과의 관계에서 단 한 번도 오르가슴을 느껴본 적 없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고백과 동시에 낸시는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해 리오를 착취하는 건 아닐까'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에 리오는 낸시가 그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한" 것이라는 말로 안심시킨다.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스틸컷.
리오의 특별한 면모는 그곳에서 드러난다. "과거 낸시의 성경험이 실패한 이유는 낸시의 욕구를 이해하지 못하고, 때문에 낸시가 원하는 것을 해줄 수도 없는 상대방 때문이었어요. 이 이유를 리오가 짚어내준다는 것이 흥미롭지 않나요?" 맥코맥은 말했다.
극 중 리오는 여성들은 본인이 원하는 옷을 무엇이든 입을 수 있으며, 문제는 옷을 입은 사람이 아닌 그에 이상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있다고 설명한다. 다릴 맥코맥 또한 리오와 같은 생각이다. 어머니와 할머니 밑에서 자라며 사회적 여성성의 부당함과 허상에 대해 일찍이 깨우친 그는 "어떻게 성판매자로 일하면서 함께 일하는 고객(여성)을 존중하지 않을 수가 있나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런 맥코맥의 생각은 극 중 리오의 태도에도 그대로 녹아든다.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스틸컷.
섹스에 대한 영화임에도 극 중에는 관계 장면보다 낸시와 리오의 대화가 훨씬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는 그 어떠한 성 고정관념이나 나이에서 오는 위계질서도 없다. "두 사람의 성별이나 나이대가 다르다고 해서 서로를 가르치려는 태도가 없다는 점이 흥미롭죠. '내가 남자니까 이런 체위 정도는 알아야지'하는 이분법적인 사고 말이에요." 맥코맥은 이와 같이 말하며 "만약 우리가 이런 사고에 갇혀 있다면, 비슷한 생각을 하는 비슷한 (틀에 박힌) 사람들만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이는 낸시와 리오 사이 관계의 특별한 점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매우 다르기 때문에,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있어요"라는 것이 맥코맥의 설명.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지는 영화를 통해 확인할 일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낸시가 리오를 통해 인생에서의 새로운 챕터로 나아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