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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박사는 한국일보에 쓴 글에서 ”우리 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모성애에는 기본적으로 죄책감이 깔려 있다”면서 ”엄마를 ‘굉장히 긴 인고와 희생의 시간을 견딘 끝에 완전무결한 결정체로서의 아이를 낳아 완벽하게 키워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엄마들은 죄책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과연 그 한국식 모성애의 특성은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100년 전 ‘모성은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자신의 임신, 출산 경험을 쓴 나혜석의 ‘모(母)된 감상기‘가 2021년에도 마음에 와닿는 걸 보면, 앞으로 ‘모성애’가 자연생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도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생각해보게 된다.

나혜석
나혜석 ⓒMBC '선을 넘는 녀석들 : 마스터-X'

4일 방송된 MBC ‘선을 넘는 녀석들 : 마스터-X’에서는 역사 마스터 심용환, 상담 심리 마스터 박재연 소장과 함께 ‘조선의 신여성’ 천재 예술가 나혜석의 삶을 들여다봤다.

한국 최초 여류화가 나혜석 자화상.
한국 최초 여류화가 나혜석 자화상. ⓒ뉴스1

그는 남녀평등의 개념조차 없던 시대에 ”여자이기 전에 먼저 사람이다”를 외쳤던 사람으로 조선 1호 여성 서양화가이자, 20개월간 세계 일주를 했던 ‘대표적 신여성’이었다. 그는 첫사랑이었던 최승구를 결핵으로 떠나 보낸 이후 6년간 자신을 쫓아다니던 외교관 김우영과 결혼하고, 첫 아이를 낳는다.

나혜석
나혜석 ⓒMBC '선을 넘는 녀석들 : 마스터-X'

전현무는 “1896년에 태어났지만 마치 2021년을 살았던 것 같은 분”이라며 ”나혜석이 출산 경험을 표현한 파격적인 글이 있다. ‘모성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강요하지 마라‘는 내용이었다”라고 밝혔다. 이는 당시 큰 파장을 일으킨 ‘모(母)된 감상기’라는 임신과 출산의 경험을 담은 수필이었다.

박재연 소장은 ”자식은 모체의 살점을 뜯어먹는 악마다. 모친의 사랑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모된 자 마음 속에 구비하여 있는 것 같이 말하나 나는 도무지 그렇게 생각이 들지 않는다”라는 구절을 소개하며 임신과 출산의 고통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나혜석
나혜석 ⓒMBC '선을 넘는 녀석들 : 마스터-X'

당시 나혜석은 남녀 불문하고 엄청난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특히 백결생이라는 필명의 남자는 ”원래 임신이라는 것은 여성의 거룩한 천직이니 여성의 최대 의무인 것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라는 반박글을 냈고, 나혜석은 ”당신이 능히 알지 못하는 사실을 아는 체하려는 것이 용서치 못할 점이다”고 재반박하며 ‘사이다‘성 발언을 남긴다. 전현무는”‘모성애는 여성에게 탑재가 되어 있다’는 생각에 경종을 울린 글이다”라며 감탄했다.

나혜석
나혜석 ⓒMBC '선을 넘는 녀석들 : 마스터-X'

사실상 모성애는 자연발생적으로 아이를 갖게 됨과 동시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모된 감상기’에 적었던 내용처럼 두려움과 괴로움, 그럼에도 인내하는 여러 모순된 감정에서 시작돼 아이와 함께 자라나면서 제각기 모양을 달리한다. 그래서 오은영 전문가의 말처럼 모성애와 부성애를 구별할 필요도 없으며, 모성애가 무조건 부성애보다 큰 사랑이어야 한다는 것도 옳지 않을 수밖에 없다.

10분 간에 한 번
5분 간에 한 번
금새 목숨이 끊일 듯이나
그렇게 이상히 아프다가
흐리던 날 햇빛 나듯
반짝 정신 상쾌하며
언제나 아팠는 듯
무어라 그렇게
갖은 양념 가(加)하는지
맛있게도 아파야라

(중략)

여보 그대 나 살려주오
내 심히 애걸하니
옆에 팔짱끼고 섰던 부군
”참으시오”하는 말에
이놈아 듣기 싫다
내 악 쓰고 통곡하니
이 내 몸 어이타가
이다지 되었던고.

- 나혜석의 ‘모된 감상기’ 1921년 5월 8일 산만 중에서

황혜원: hyewon.hwang@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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