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포스트코리아

  • 뉴스 & 이슈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 U.S.
  • U.K.
  • España
  • France
  • Ελλάδα (Greece)
  • Italia
  • 日本 (Japan)
  • 뉴스 & 이슈
    • 전체
    • 정치
    • 사회
    • 환경
    • 기타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심야식당 | 그 남자가 타인을 위로하는 방식

"어차피 똥 될 거 뭐하러 먹냐?"의 동의어는 "어차피 죽을거 뭐하러 사냐?"이다. 먹는 것은 곧 사는 것이다. 생(生)을 살아내는 것이다.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끼니를 거른다. 먹을 생각조차 들지 않는 것이다. 소중한 사람을 갑작스런 죽음으로 잃는 사람들이 보통 그렇다. 사랑하는 존재는 죽어버렸는데, 혼자 더 살겠다고 입구멍에 음식을 밀어 넣는 것이 한없이 구차하고 비루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먹어야 한다. 생을 잇기 위해선 뭐라도 먹어야한다. 아스카(에반게리온)의 말마따나, 육신을 지닌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다른 생명을 먹어치워 스스로의 생명을 이어야 하는건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이다. 한편 미사토는 '목욕'을 두고 "영혼의 세탁"이라고 표현했는데, 왜 몸을 씻는 것인데 "영혼의 세탁"이라고 말했을까. 피로와 피곤에 쩔어버린 육신을 뜨거운 물에 씻어보내면 비로소 그 표현에 공감하게 된다. 이와 같은 이치로, 먹는 것은 단순히 육체의 기능유지와 영양공급의 의미 훨씬 그 이상이다. 사는데 즐거움의 반은 먹는 것에 있다고도 했고, 요리사를 칭찬할수록 더 행복한 삶을 산다고도 했다. '먹고 살기 힘들다'고 푸념을 늘어놓다가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라고 한 끼 식사로 달래보기도한다. 이 모든게 어쩌면 '잘 먹고 잘 살아라'-고 하는 일. 먹는 것은 그래서 곧 사는 것이다. 그렇게 한끼한끼 하루하루 살아냄으로써 죽음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일이기도 하다.

심야식당 | 그 남자가 타인을 위로하는 방식

심야식당 'めしや'의 주인장이자 주방장인 '마스터'는 매일밤 손님들을 위해 음식을 낸다. 단골들이 꽤 있는 모양이지만, 글쎄, 언뜻 보면 이해가 잘 가지 않는 구석이 있다. 정해진 메뉴는 단 한가지뿐, 대개는 손님들이 원하는 요리를 해준다. 그러나 손님들이 대단한 요리를 내달라고 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은 고작해야 소시지볶음 정도 수준의 요리다. 굳이 이 가게의 시그니처 메뉴라고 한다면 달걀말이 정도? 그나마도 요리에 소질이 있는 사람(미치루)이라면 금방 흉내낼 수 있는 맛으로 특별하다고 할만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맛내는 요령만 가르쳐주면 그의 요리는 주변 사람들이 곧잘 따라한다. 요컨대 마스터는 요리실력이 유별나게 뛰어나난 것도 화려한 것도 아니다. 기가 막힌 맛을 내는 비법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식재료가 엄청난 것도 아니다. 산지직송도 아니고 따로 대놓고 물건을 받는 특별한 농장도 없다. 그냥 매일매일 동네 식료품점에서 조금씩 떼온다.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하기에 그는 턱없이 평범하다. <테이스티 로드>도 'めしや'가 너무나 소박해서 무리, <수요미식회>에 나올만큼 '맛의 달인'도 아닌 것 같다. 아니, 이래서야 인스타그램조차 무리다.

심야식당 | 그 남자가 타인을 위로하는 방식

그럼에도 사람들은 마스터가 지키고 있는 심야식당을 찾는다. 마스터는 마치 사람깨나 죽이고 다녔던 전설의 검객 '히무라 켄신(바람의 검심)'처럼 눈가에 선명한 칼자국 하나 긋고선, 은퇴한 초야의 고수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누구보다 사연 많아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는 자기 얘기를 전혀 하지 않는다.

심야식당 | 그 남자가 타인을 위로하는 방식

사람들이 심야식당을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남자는 필요 없는 말을 하지 않는다. 어줍잖은 위로도 없고, 쓸데없는 간섭과 연장자의 오지랖도 없다. 잔소리도 없고 싫은 소리도 하지 않는다. 어설픈 조언 대신 다만 먹을 것을 내어준다. 그것이 이 남자가 사람을 위하는 방식이다. 자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타인을 위로하고 쓰다듬는다. 그렇게 저마다의 사연으로 상처받고 소외 당한 사람들이 그의 음식을 먹는다. 무전취식을 하고 도망간 아가씨도, 싸구려 스트립쇼를 하는 퇴물 무희도, 별 볼일 없는 밤무대 가수도, 늙어 볼품 없는 게이도, 심지어는 연고도 없는 불귀의 객조차도, 그의 가게에서는 아무도 쫓겨나지 않는다. 저마다 한자리씩 차지하고, 하나 하나를 위해 따로 요리된 식사를 한다. 그것이 심야식당의 영업방식이다.

심야식당 | 그 남자가 타인을 위로하는 방식

심야식당 | 그 남자가 타인을 위로하는 방식

심야식당 | 그 남자가 타인을 위로하는 방식

심야식당 | 그 남자가 타인을 위로하는 방식

심야식당 | 그 남자가 타인을 위로하는 방식

코바야시 카오루는 지금이라도 당장 신주쿠 어딘가의 허름한 뒷골목을 한참 헤매다 보면 'めしや' 안에서 무심하게 인사를 건네는 '마스터'가 있을 것 같은 판타지를 만든다. 2층으로 올라가면 배곯던 소녀 타베 미카코(미치루)는 탈탈탈 오래된 선풍기를 쐬고 있고, 오니기리 죠.. 아니 오다기리 죠는 마치 중경삼림의 양조위처럼 선하고 맑은 얼굴로 이 세상의 도시가 아닌 것 같은 골목길을 떠다니고 서성인다. 빨래는 바짝 잘 마른 볕에 날리우고 술잔은 찰랑인다. 배고픈 사람이 찾아오고, 그를 위해 음식을 낸다. 이윽고 영혼의 허기를 채운 이가 떠난다. 그렇게 날이 새고 죽음처럼 또 다른 하루가 찾아오고 또 다른 손님이 온다. 없으면 허전한 풍경소리처럼 그렇게 생이 계속되고 심야식당의 영업도 계속된다. 우리가 먹는 한, 먹어도 먹어도 금방 배가 고파지고 마는 우리가 여기에 살고 있는 한.

심야식당 | 그 남자가 타인을 위로하는 방식

연재기사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

인기기사

  • 1 결국 눈물 흘린 신지 : 상상도 못 했다…5월 결혼 앞두고 ♥7살 연하 문원과 뜻밖의 근황 공개
  • 2 트로트 왕자 정동원, 해병대 입대하더니…“이찬혁인 줄 알았네” 말 안 하면 못 알아볼 180도 달라진 근황 포착
  • 3 '대구 캐리어 시신 사건'의 엄마와 딸, 사위 모두 지적 장애인 : 약자임에도 '부정적 인식'의 대상
  • 4 “돈까스 먹고 싶어” 새벽에 아빠 손 잡고 나섰던 김창민 감독 아들 근황 : CCTV 속 참담한 장면에 숨이 턱 막힌다
  • 5 스트레이 키즈 필릭스가 ♡ 붙이며 인스타에 ‘단독’ 공개한 이재용 직찍 : 어떤 인연인가 했더니… 이건 예상 밖이다
  • 6 조용히 남양주에 잠적한 서인영이 사업가 남편과 이혼할 때 들고나왔다는 이것 : 이목구비 자동 확장되는 솔직함이다
  • 7 “지난달 방송에서 봤는데…” 제대로 ‘아사리판’ 난 조인성 인스타그램 근황 :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싶다
  • 8 '음료 3잔 횡령' 청주 빽다방 점주, 비난 여론 퍼지자 고개 숙이며 고소 취하 : 그러나 경찰 수사는 계속된다
  • 9 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출마로 '무주공산' 부산 북구갑, '조국 vs 한동훈 빅매치설'에 '하정우 출마설'까지
  • 10 국힘 서울 지지율 13%에 뿔난 배현진의 장동혁 사퇴 공개 요구, “애당심과 결단 기대한다”

허프생각

초대형 무도회장 짓는 트럼프의 '공간 파괴' 정치 : 어딘가 많이 익숙하다
초대형 무도회장 짓는 트럼프의 '공간 파괴' 정치 : 어딘가 많이 익숙하다

주인이 아니라 관리인

허프 사람&말

메타 CEO 저커버그 'AI 안경 대중화' 승부수 : '녹화기능' 프라이버시 문제는 과제로
메타 CEO 저커버그 'AI 안경 대중화' 승부수 : '녹화기능' 프라이버시 문제는 과제로

누군가 당신을 찍고 있다

최신기사

  • “지난달 방송에서 봤는데…” 제대로 ‘아사리판’ 난 조인성 인스타그램 근황 :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싶다
    엔터테인먼트 “지난달 방송에서 봤는데…” 제대로 ‘아사리판’ 난 조인성 인스타그램 근황 :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싶다

    악플 부대.

  • 조용히 남양주에 잠적한 서인영이 사업가 남편과 이혼할 때 들고나왔다는 이것 : 이목구비 자동 확장되는 솔직함이다
    엔터테인먼트 조용히 남양주에 잠적한 서인영이 사업가 남편과 이혼할 때 들고나왔다는 이것 : 이목구비 자동 확장되는 솔직함이다

    여기 있는 거 다 합쳐도?

  • 스트레이 키즈 필릭스가 ♡ 붙이며 인스타에 ‘단독’ 공개한 이재용 직찍 : 어떤 인연인가 했더니… 이건 예상 밖이다
    엔터테인먼트 스트레이 키즈 필릭스가 ♡ 붙이며 인스타에 ‘단독’ 공개한 이재용 직찍 : 어떤 인연인가 했더니… 이건 예상 밖이다

    어떻게 인연이?

  • 트로트 왕자 정동원, 해병대 입대하더니…“이찬혁인 줄 알았네” 말 안 하면 못 알아볼 180도 달라진 근황 포착
    엔터테인먼트 트로트 왕자 정동원, 해병대 입대하더니…“이찬혁인 줄 알았네” 말 안 하면 못 알아볼 180도 달라진 근황 포착

    대체 어떤 곳일까.

  • 미국의 이란 공습은 전쟁범죄 가능성, 미국 국제법 전문가 173명이 공개 서한 보냈다
    글로벌 "미국의 이란 공습은 전쟁범죄 가능성", 미국 국제법 전문가 173명이 공개 서한 보냈다

    미국은 무엇을 잃고 있는가

  • 대우건설 해외 원전 '슈퍼 사이클' 올라타나, 김보현 '글로벌인프라본부' 신설해 체코·미국·베트남 원전 건설 노린다
    씨저널&경제 대우건설 해외 원전 '슈퍼 사이클' 올라타나, 김보현 '글로벌인프라본부' 신설해 체코·미국·베트남 원전 건설 노린다

    글로벌 원전 기업으로 첫발

  • 국힘 주호영 'TK 통합' 강한 바람, 총리 김민석에게 언제부터 국민의힘 반대에 그렇게 신경썼냐
    뉴스&이슈 국힘 주호영 'TK 통합' 강한 바람, 총리 김민석에게 "언제부터 국민의힘 반대에 그렇게 신경썼냐"

    양쪽 모두 할 말 있겠다

  •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실적 턴어라운드보다 중요한 것 '중대재해 0', 달성 못하면 기업가치 '구조적 훼손' 불가피
    씨저널&경제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실적 턴어라운드보다 중요한 것 '중대재해 0', 달성 못하면 기업가치 '구조적 훼손' 불가피

    '사망자 0명'에 목숨 걸어야

  • 신세계그룹 3조 투입된 'G마켓 일병 살리기' 총력, 멤버십 혁신에 물류협력 더해 체질 개선 승부수 던졌다
    씨저널&경제 신세계그룹 3조 투입된 'G마켓 일병 살리기' 총력, 멤버십 혁신에 물류협력 더해 체질 개선 승부수 던졌다

    '꼭' 살려야 한다

  • 신한금융그룹과 비자의 '40년 혈맹' 기술협력까지 격상된다 : 진옥동 비자 사장 만나 디지털 분야 협력 논의
    씨저널&경제 신한금융그룹과 비자의 '40년 혈맹' 기술협력까지 격상된다 : 진옥동 비자 사장 만나 디지털 분야 협력 논의

    신한카드의 역사가 비자와의 협력 역사

  • 신문사 소개
  • 윤리강령
  • 기사심의규정
  • 오시는 길
  • 인재채용
  • 광고상품문의
  • 기사제보
  • 청소년 보호정책
  • RSS
  •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일로 39-34 서울숲더스페이스 12층 1204호

  • 대표전화 : 02-6959-9810

  • 메일 : huffkorea@gmail.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상유
  • 법인명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주식회사
  • 제호 : 허프포스트코리아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03
  • 등록일 : 2014-02-10
  • Copyright © 2025 허프포스트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 발행·편집인 : 강석운
  • 편집국장 : 이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