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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그들
ⓒ뉴스1
우리와 그들
ⓒhuffpost

난민 불허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60만명(7월4일 기준)을 넘었다. 연예인 수지를 사형시켜달라, 김보름 선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달라, 장현수 선수를 추방해달라 등 청와대 청원은 이제 엉뚱한 화를 분출하는 놀이터가 되었다. 이런 극단적인 요구는 직접민주주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떼쓰기에 불과하다. 내 문제를 남에게 풀기.

오죽하면 ‘그들’은 난민 인정률이 낮은 한국까지 왔을까. 한 사람의 정체성이 오직 자신의 출신 국가와 연결되어 난민으로만 불리는 순간을 정작 난민들은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가장 들리지 않는 목소리는 ‘그들’의 목소리다. 모르는 세계에 대한 이미지는 개개인의 얼굴을 지운다.

외국에 거주한 경험도 딱히 난민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발 딛고 사는 나라의 기득권 사고를 흡수하여 사회적 약자들과 자신을 분리하려 애쓰기 쉽다. 이민자들조차 ‘그들’이 아니라 ‘우리’에 속하려고 한다. 소말리아 난민들 때문에 테러가 늘어난다고 하거나, 이슬람 문화가 혐오받을 만하다고 여기거나, 동유럽 이민자들이 서유럽의 경제에 의지해 산다고 생각하거나.

무슬림 테러리스트에 대한 공포를 확대재생산하여 아랍계 이민자를 억압하는 미국에서 최근 벌어진 테러 혹은 총기 사건은 대부분 자국의 백인 남성이 저질렀다. 치한을 조심하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아는 사이의 남성이 여성에게 더 위험하듯이, 일상에서는 자국 남성의 차별과 폭력이 더 극심하다.

난민 주제와 관련하여 반복적으로 목격되는 문제적 태도는 난민인 ‘그들’이 ‘우리’ 여성에게 얼마나 위험한지에 초점을 두는 시각이다. 여성 일반과 사회의 소수자들을 대립시키는 이러한 구도는 공포와 공포를 대결하도록 이끈다. 누구의 공포가 더 현실적으로 강력한지 서로 약자성을 경쟁하면 결국 약자 간의 증오만 늘어난다. ‘우리’ 일자리와 ‘우리’ 여자들을 빼앗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이방인이라는 타자를 통해 자국민을 하나로 묶는다.

한편 여성이 가진 공포는 발생 맥락이 있다. 혐오라고 규정짓기보다 그간 여성의 공포를 방치하여 여성에게 불신을 준 정치를 문제시해야 한다. 진보정치를 추구하는 이들 중에는 증오를 선동하는 페미니즘과 난민과의 대결이라는 모양새를 확대해서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페미니즘이 우익과 결합한다는 과잉걱정 표출은 문제를 오히려 난잡하게 만든다.

여성의 공포를 이용해 사회는 여성을 제압하기도 한다. 이 공포를 생성하여 권력을 휘두르는 이들이 누구인가. 자국 여성과 난민 남성의 구도에서 ‘자국 여성의 공포’를 이용해 권력의 위치를 점하는 이는 바로 자국 남성이다. 여성의 공포를 활용한 정치는 때로 그 공포를 빌미로 여성을 더욱 억압하는 정치로 향한다. 곧 여성을 조심시키기.

장소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국민과 외부인인 난민의 대결구도는 허구의 전선이다. 정부가 난민에게 제주도 출도를 불허하면서 문제는 고약해졌다. 이 정책에는 지방을 대하는 중앙-정부의 태도가 담겨 있다. 인권이 제주도라는 물리적 장소 안에 고립되면서 제주도민과 난민, 자국 여성과 난민 남성의 구도를 오히려 부추긴다.

정부는 문제 앞에서 게으르게 대응하고, 언론은 무장 난민, 가짜 난민 등을 감별하는 시선을 부추기며 이 난민에 대한 ‘국민’의 편견에 거름을 주고 있다. 예멘 난민을 통해 드러난 이 사회의 얼굴이다. 개개인의 환대에 ‘무임승차’하는 인권국가는 없다. 국민이 먼저라고 주장하는 ‘국민’은 ‘우리’ 문제를 외부인에게 풀고 있다. 난민 문제가 아니라 ‘우리’ 문제다.

*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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