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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강아지들이 서로 싸운다면
ⓒGettyimage/이매진스

같이 자라고 같이 살고 있는 반려견들 간에 매일 혈전(血戰)이 벌어졌던 가정의 교육 사례다.

(실명 보호를 위해 두 반려견의 이름을 '톰'과 '제리'라고 하자.)

부부가 동물 보호소에서 첫 번째로 입양한 반려견이 톰, 그로부터 얼마 뒤 두 번째로 입양한 반려견이 제리다.

입양 당시 제리는 작은 강아지였지만 다 큰 이후의 체격은 톰의 두 배가 넘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톰과 제리가 치열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급기야 매일 피가 튀고 살이 찢기는 혈전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싸움 끝에 제리의 콧등이 깊게 패이고 흉터가 남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부부가 다급히 도움을 요청했다.

부부의 설명은 이러했다.

- 싸움은 수시로 일어나는데, 먹을 것이 있으면 반드시 싸움이 벌어진다.

- 싸움을 거는 쪽은 톰 (체격이 작은 첫째)이다.

- 제리 (체격이 큰 둘째)는 싸울 의사가 없지만, 톰이 공격해오기 때문에 자기 방어를 위해 달려드는 것이다.

- 톰이 바뀌어야 이 내란이 멈출 것 같다. 언제나 톰이 문제다.

부부가 요청한 교육의 대상은 톰이었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부부와 상담을 하는 중에 내 눈에 보이는 상황은 부부의 설명과 달랐다.

가장 나의 주의를 끈 사실은 다음의 두 가지였다. 첫째. 부부가 무의식 중에 제리를 편애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제리는 굉장히 커뮤니케이션이 서툴며, 매너가 길동이를 대하는 둘리 수준이다.

제리는 반려견 간의 의사 표현이 서툴고 투박한 것은 물론이고 사람과의 의사소통이나 매너도 형편없었다.

반면 톰은 소심하고 조용하며 눈에 띄지 않아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거나 귀여움을 독차지하기 어려운 성격이기는 했지만 의사 표현이 명확했고, 분쟁을 일으키려는 의도나 성향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분란의 원인은 톰이라고 부부가 너무나 강력히 믿고 있었기 때문에 이 내란을 끝내기 위해서는 진상 규명이 필요했고 부부가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을 전환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부부의 시각을 바꾸는 것이 우선인 이유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가족이 왜곡된 시선으로 반려견들을 대하거나, 상황을 곡해하는 일이 지속되면 문제가 실타래가 엉키듯이 복잡하게 엉켜버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족의 협조는 반려동물 변화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안전거리를 확보한 상태에서 상황을 연출했다.

톰: 화면 중앙, 제리: 화면 우측 © 폴랑폴랑

제리(화면 우측)의 바디랭귀지를 잘 보기 바란다. 톰이 과자를 먹는 것을 보는 순간 온몸의 근육이 단단히 긴장하며, 내리꽂듯이 시선을 톰에게 고정한다. 무게 중심이 톰을 향해 앞으로 쏠리고 근육이 긴장하면서 목덜미부터 미간을 향해 근육이 쏠리며 귀가 정면을 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영상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미간에 깊이 주름이 잡힌다.

개가 짖으면 문제가 생긴 것이고 개가 짖지 않으면 평온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짖는 것은 많은 단서들이 지나간 다음의 일이다.

반면 톰은 제리가 긴장하며 짖자 즉각 줄을 잡고 있는 보호자(여기서는 교육자)를 바라보며 도움을 요청한다. 고개를 돌리고 입술을 핥으며 (카밍 시그널) "어우, 난 싸우고 싶지 않아. 진정해."라고 분명하게 의사를 표현한다. 그리고 교육자를 방패 삼아 시각적으로 더 이상 제리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그리고 자신을 보호하려고 애쓴다.

정리하면 부부가 생각했던 것과 반대로 싸움을 시작하는 쪽이 제리, 방어하는 쪽이 톰이었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게 된 부부는 변화가 필요한 것은 제리라는 사실에 동의하고 변화의 과정에 적극 동참하였다.

모든 동물의 행동에는 언제나 나름의 이유가 있다. 반려동물 하나하나를 깊이 들여다보지 않고

기계를 고치듯 문제 해결에만 골몰한다면 원하는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엉킨 실타래를 헤집어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불필요한 오해가 쌓이고 반려동물의 신뢰를 잃는다.

어떤 행동이든 동물은 이유 없이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처럼 사실을 은폐하거나 조작하거나 부당한 거래를 하지도 않는다. 동물을 깊이 이해하고 배우고 충분히 들여다보는 것이 시작이다.

그 속에서 투명하게 잡고 이끌어야 할 실마리가 보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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