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대표이사 선임 과정은 기업 규모에 어울리지 않게 체계성이 떨어지고 투명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그 결과 KT는 경쟁력 약화를 대가로 치르고 있다. ⓒ허프포스트코리아
‘국민기업’으로 불리는 KT 대표이사 자리에 누가 올지 어느 때보다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일련의 해킹 사태로 통신업과 보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기간통신사 수장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올해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휩쓸고 간 해였다. SK텔레콤의 유심 해킹 사태를 필두로 KT, 롯데카드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털렸다. 최근 쿠팡 이용자 3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새나갔단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킹 위험에서 자유로운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새로 임명되는 KT 대표이사에게 더 엄밀한 잣대가 요구되고 있다. 그간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심심찮게 받아왔던 자리지만 이번에야말로 통신업에 대한 전문성이 논의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민영화 이후 23년간 정치권 입김 계속, 사회적 피로도 한계점
김영섭 KT 대표이사가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것을 기점으로, KT 대표이사의 새로운 이미지에 관한 바람들이 곳곳에서 나온다.
KT새노조를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11월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사회는 KT를 혁신해 견인할 대표가 올 수 있도록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현모 전 KT 대표이사는 11월14일 입장문을 내고 “내부 인재가 선택될 때 KT의 지배구조는 비로소 단단해진다”며 “KT 대표이사를 ‘좋은 일자리’라고 생각해 응모하는 사람 역시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2002년 민영화 이후 2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치권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KT 대표 선임에 대한 사회의 피로도가 임계점에 이른 셈이다.
◆ 역대 KT 대표들 뒷모습 ‘정권 교체기 검찰 수사 이후 퇴장’으로 닮아
정치권의 압박 또는 각종 사건사고와 연관된 KT 최고경영자의 흑역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KT 대표이사 가운데 검찰 수사를 받지 않은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민영화 이후 KT는 현재까지 6명의 대표이사가 이끌었다. 이용경, 남중수, 이석채, 황창규, 구현모, 김영섭이 그들이다.
이들 중에서 황창규 전 대표를 제외하고는 모두 연임에 실패했다. 황 전 대표조차도 두 번째 임기를 채 마치기도 전에 검찰 수사로 경영권을 위협받았다는 점에서 마지막 뒷모습이 전 대표들과 닮아 있다.
KT 대표이사의 경영권이 흔들렸던 시점은 정권 교체기와 맞물린다. 남중수 전 대표는 민영화 이후 처음으로 주주총회에서 연임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넘어간 이후 검찰 구속 수사가 시작되자 사의를 표명했다.
이석채 전 회장도 연임을 확정지었다가 검찰의 압수수색 후 사임한 경우다. 박근혜 정부 초기 검찰이 압수수색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물러났다.
문재인 정부 때 취임한 구현모 전 대표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연임을 시도했다가 검찰 수사에 밀려 연임을 포기했다.
김영섭 대표는 검찰 수사와 관계없이 최근 KT 해킹 사태와 관련해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표명한 경우다.
문제는 퇴장 시점이 역대 KT 대표들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김 대표 또한 새 정부 출범 초기에 연임을 포기하게 된 것이다.
김 사장이 연임을 포기하게 된 배경에 여당의 사퇴 압박이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 대표이사 선임은 AI 사업 경쟁력과도 맞물려
KT는 자산총액 기준 재계 순위 13위, 오너가 없는 기업 가운데서는 3위를 차지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대표이사 선임 과정은 기업 규모에 어울리지 않게 체계성이 떨어지고 투명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그 결과 KT는 경쟁력 약화를 대가로 치르고 있다.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진행한 소위 ‘국가대표 AI’사업에서 통신 3사 가운데 KT만 선정되지 못한 것도 대표이사의 잦은 교체로 인해 AI 사업 지속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대표이사 선임과, 그 대표이사의 이후 행보가 KT의 경쟁력을 결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