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이후 18시간이나 잠수를 타고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라며 책임을 회피했던 용산구청장의 이태원 참사 전과 당일의 행보가 적나라하게 밝혀졌다.
핼러윈 대책 회의 대신 야유회 참석
3일 JTBC의 보도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발생 이틀 전인 27일 용산구청에서 열린 핼러윈 대책 회의에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불참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 구청장의 불참으로 인해 대책 회의는 지난해와 달리 부구청장이 주재했다.
27일 박 구청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효창동 어르신 추계 야유회에 참석했다며 글을 올렸다. 핼러윈 대책 회의 대신 야유회에 참석한 것이다.
참사 전날, 용산구는 경찰 및 이태원 상인들과 핼러윈 관련 간담회를 열었지만 이마저도 박 구청장은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시각 박 구청장은 원효 1동 어르신 물품 후원식과 청파 2동 청사 준공식에 참석했다. 참사 하루 전에도 주민들을 만나 소통하고 있다는 홍보 글을 올렸다.
참사 당일 이태원 사진 보고도 반응 없어
박 구청장이 지지자들과 함께 있는 단톡방에서 보인 행보는 더욱 놀랍다.
참사 당일 압사 상황을 알리는 첫 112 신고(오후 6시 34분)가 접수된 직후 오후 6시 40분쯤 이태원 해밀톤 호텔 뒤편이라며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에는 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가 담겨있다.
그러나 박 구청장은 별다른 반응 없이 본인의 인터뷰 글만 공유할 뿐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저녁 8시 32분경에는 자신이 용산구 의회에서 발언하는 영상을 올렸다. 참사 당일 박 구청장은 고향인 경남 의령에 갔다가 저녁 8시가 넘어서 서울에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 구청장 측은 “주민들과의 행사에 매일 참석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의령에 내려갔던 것도 집안일 뿐 아니라 의령군의 한 축제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태원 직접 지나갔던 박 구청장
참사 당일 박 구청장은 밤 8시 20분과 9시쯤 두 차례 이태원 퀴논길을 지나갔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퀴논길은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 호텔에서 불과 4분 정도 떨어진 곳이다.
이에 대해 용산구 관계자는 “박 구청장이 지방 일정이 있어서 다녀오는 길에 구청 근처에서 내려 퀴논길을 걸어가게 된 것”이라며 “이태원은 원래 금요일과 토요일에 사람이 많아 평상시 주말 수준의 이태원이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남유진 기자 : yujin.nam@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