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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주연상' 아닌 '여남주연상'" 2022년 대종상은 어떻게 논란을 자부심으로 바꾸고, 한국 영화계 '선배 노릇' 하게 될까? 김우정 총감독을 인터뷰했다

어느 국민이라도 NFT만 보유하면 심사단이 될 수 있다.

  • 김지연
  • 입력 2022.09.07 17:25
  • 수정 2022.09.07 17:30

 

대종상 국민심사단 홈페이지 캡쳐.
대종상 국민심사단 홈페이지 캡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종상 영화제'를 둘러싼 수식어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위탁 계약 문제를 해결하고 사단법인 한국영화인총연합회(회장 양윤호)가 주최하는 2022년 대종상 영화제는 '국민 심사단'을 모집할 것을 예고하며 개혁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유서가 깊은 시상식을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계획이다.

그중에서도, 대종상 영화제 개혁의 선봉장에 선 김우정 총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우정 대종상 영화제 총감독.
김우정 대종상 영화제 총감독.

- 아카데미는 영화계 종사자들이 회원이 되어 투표권을 가진다. 이와는 다르게 대종상은 특별한 자격요건 없이, NFT를 보유하면 심사를 할 수 있다고 얼마 전 밝혔다. 자격 제한 없앤 ‘국민 심사단’을 운영하는 이유는?

= 대종상 영화제는 한국의 로컬 영화제다. 오스카를 똑같이 벤치마킹한다기보다는, 한국적인 멤버십 제도를 고민했다. 대종상영화제는 협회에서 출발했지만,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거쳐서 국가 주도로도 갔다가, 다시 민간 주도(한국영화인총연합회)의 영화제가 되었다. 그래서 민간 주도의 영화제이니만큼, 결국 국민이 주인인 상으로 가는 것이 개혁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김우정 대종상 영화제 총감독.
김우정 대종상 영화제 총감독.

- 국민 심사단은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신인상, 남우신인상 총 6개 부문의 심사에 참여할 수 있다. 이 6개 부문을 국민 심사단의 투표 대상으로 선정한 이유는?

=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국민이 충분히 연기 분야를 심사할 수 있다. 감독상이나 기술상 등은 특수 분야이기 때문에, 영화 관련 전문가가 심사를 해야 하는 분야다. 그러나 연기 분야는 대중성도 중요하다. 다만, (대중성이 연기력보다 우선시되는)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국민 심사단과 전문 심사단의 점수 비율을 1:1로 맞추려고 한다.

대종상 국민심사단 홈페이지 캡쳐.
대종상 국민심사단 홈페이지 캡쳐.

- 이번 타이틀이 '여남 주연상', '여남 조연상', '여남 신인상'이다. 그동안 각종 영화제가 '남녀 주연상' 등으로 불러온 것과 달리, 성별의 순서가 바뀌었다. 한국 사회가 워낙 '남녀'에 익숙하다 보니 '여남'이라는 표현이 신선하면서도 반갑다. 이렇게 명명한 이유는?

= 상의 타이틀을 바꾼 것 역시, 이번 대종상 영화제에서 모든 것을 개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여성 감독이 적은 것에서 볼 수 있듯, 여성은 영화와 영화제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입지를 차지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올해 대종상 영화제가 명칭을 바꾼 것처럼, 변화에 다른 영화제들이 동참해 줬으면 한다.

대종상 국민 심사단 홈페이지 캡쳐.
대종상 국민 심사단 홈페이지 캡쳐.

- 국민 심사단을 모집할 때, ‘NFT’라는 수단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 NFT는 복제 불가능한 인증서다. 대리 투표 논란 등에서 자유로운 방식을 찾다가, 블록체인 기술과 NFT를 생각했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NFT가 젊은 층의 새로운 유행으로 떠오르고 있다. 젊은 분들이 영화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이 국민 심사단에) 젊은 층이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NFT 구매자에게 제공하는 혜택 중 일부 / 대종상 국민심사단 홈페이지 캡쳐.
NFT 구매자에게 제공하는 혜택 중 일부 / 대종상 국민심사단 홈페이지 캡쳐.

- ‘개혁까지 개혁하는’ 새로운 대종상 영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종상의 헤리티지를 계승할 필요도 있을 것인데.

= 대종의 헤리티지가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처음으로 돌아가, ‘대종’이라는 뜻에 집중해 봤다. ‘대종’은 큰 종이라는 뜻으로, 대종상 트로피 모양은 ‘에밀레종’이라고 알려진 성덕대왕 신종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대종상 영화제는 에밀레종의 종소리처럼, ‘영화를 세상 멀리 멀리 퍼트려라’라는 뜻을 담고 있는 셈이다. 다만, (대종상 영화제의 역사를 고려해 봤을 때) 그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에 많은 부침이 있었다. 대종상 영화제를 통해서, 영화가 사회에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세상에 널리 전하는 일이 결국 대종의 헤리티지를 지키는 일이다.

 

- 해마다 전문 심사위원의 자격을 비롯한 공정성 논란이 있었다. 올해는 심사를 어떻게 진행할 계획인가?

= '심사 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 심사 방식도 기존과 달라야 하고, 심사위원도 바뀌어야 해서 심사 ‘혁신’위원회라고 이름을 붙였다. 현재 세 분의 위원장이 혁신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가장 공정한 방식으로 진행하기 위해, 기존의 절차를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방식을 고안하는 중이다.

대종상 국민 심사단 홈페이지 캡쳐.
대종상 국민 심사단 홈페이지 캡쳐.

- ‘국민 심사단’처럼, 국민과 대종상 영화제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시행할 또 다른 계획이 있다면?

= 사회자는 이 행사가 세상에 전하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메신저다. 사회자를 유명인, 배우, 전문 MC가 하는 것도 좋지만, 영화는 사회와 국민을 향해 메시지를 전하는 매체다. 그래서 '저널리즘'이라는 테마 아래, 팝 칼럼니스트 출신 김태훈 씨를 사회자로 낙점했다. 또한, 국민 심사단 한 분을 추첨해서 시상자로 모시는 방법도 고안했다. 객석 초대권도 오픈하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

김우정 대종상 영화제 총감독.
김우정 대종상 영화제 총감독.

- 향후 3년간 기획운영 총괄을 맡는다고 들었다. 임기 동안, 점진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빅 플랜이 있나?

= 코로나19로 인해 영화 산업의 판도가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극장에서만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OTT로도 많이 본다. 또한, 영화인들이 시리즈를 만들게 되었다. 그런데, 시리즈물은 상을 받을 곳이 적다. 따라서, 시리즈 어워즈를 만들고자 하는 생각이 있다. 영화 시상식의 전통을 그대로 지켜나가되, 대종이라는 권위 있는 브랜드로 하나의 독특한 시상식을 만들고 싶다. 대종상 영화제가 오스카라면, 대종 시리즈 어워즈는 에미상이 되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국민들께 한 마디 전한다면.

= 영화는 참 독특한 제품이다. 10억을 들인 영화건, 1억을 들인 영화건 우리는 같은 가격을 내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가치 산정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다만, 영화인들은 그들의 영화가 똑같은 1만 5천 원에 소비가 되어도, 수십억, 수백억의 가치를 녹여낸다. 따라서, 대종상 영화제와 같은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것은 굉장히 가치 있다. 그런 영화인들의 노력에 국민들이 보답을 해 주시는 일은 정말 귀중하다. 따라서 국민들이 ‘국민 심사단'과 같은 대종상 영화제의 개혁 행동에 많이들 동참해 주셨으면 좋겠다.

대종상 영화제 로고, 김우정 대종상 영화제 총감독.
대종상 영화제 로고, 김우정 대종상 영화제 총감독.

"대종상 영화제는 한국 영화제의 선배다. 그런데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선배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서 바뀌어야 한다."

 

영화는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예술이며, 영화제는 영화의 사회적인 메시지를 국민에게 널리 전하는 자리다. 김우정 총감독을 비롯한 영화인들은 대종상 영화제를 개혁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가장 처음으로 되돌아가봤다. 그들은 대종상이 모티프로 하는 '대종'의 뜻부터 다시 짚으며, 종소리처럼 널리 울려 퍼져 국민에게 닿는 영화제로의 개혁을 꿈꾸고 있다.

김지연 에디터: jiyeon.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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