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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의 저자 이미경은 20년 동안 구멍가게를 찾아 전국을 누볐다.

한 사람의 20년간의 작업을 이만 원이 되지 않는 돈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책'이라는 물건이 주는 축복이다. 전통사회에서 소외된 내시, 기생, 상여꾼, 땅꾼 등을 직접 취재한 기록의 소산인 〈숨어 사는 외톨박이〉는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존재를 기록했기 때문에 '내 인생의 책'이라고 여기는데 같은 이유로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을 소중히 소장할 것이다.

나의 경우는 사진의 '작품성'보다는 '기록'으로서의 기능을 중요하게 여긴다. 책의 경우도 문장과 스토리의 뛰어남과 즐거움보다는 '기록'의 기능을 가진 책을 소중히 여긴다. 구멍가게는 조만간 사라질 것이며 십 년쯤 뒤에는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에 수록된 그림으로 만나게 되겠지.

나로서는 구멍가게보다는 '점빵(점방이라는 표준말을 쓰기 싫다)'이라는 이름이 익숙하다. 구멍가게라는 말은 어른이 되고 대학교육을 받고, 도시 생활을 하면서 쓰게 된 말에 지나지 않는다. 코흘리개 시절 내가 살던 시골 마을은 살 만한 곳이었다. 버스마저 들어오지 않는 산골 마을이었지만 점빵과 이발소, 심지어 '고약'을 직접 만들어 파는 할아버지도 있었다.

이미 40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우리 마을 점빵 주인 할머니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동전만 생기면 점빵으로 달려갔고 20원으로 '라면땅'과 '자야'를 사 먹었다. 5원짜리 동전을 들고 점빵을 찾았을 때 양 볼이 복스러웠던 할머니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이고 5원을 들고 여기까지 왔냐?'라며 웃음을 짓던 모습이 나이 오십이 된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내 이마와 코는 48번을 꿰맨 흉터가 있다. 작은아버지 말씀으로는 코의 덮개가 '열릴' 정도였다니 큰 상처다. 집 앞에서 친구들에게 '나, 점빵 간다'라고 자랑하면서 내달리다가 도랑에 떨어져서 생긴 것이다. 아버지는 피범벅이 된 나를 자전거에 태우고 십 리 길을 내달렸다. 병원에 갈 것을 직감한 나는 두려움에 몸서리를 치면서 '병원에 가기 싫어요'라는 말 대신에 '장석이(친구)네 집에 놀러 갈 거야'라고 절규를 했다.

나를 얻었을 때 마치 온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했다는 아버지는 그때 심정이 어떠하셨을까? 얼마나 다급했고 걱정이 되셨을까? 면 소재지의 병원에서 나는 수술을 받았다. 이미 연로한 의사 할아버지는 노련함과 투혼을 발휘하셔서 다른 사람들이 눈여겨보아야 겨우 알아챌 수 있을 만큼 내 이마와 코를 훌륭히 복원하셨다.

외모가 중요한 미덕인 사회에서 하이라이트인 얼굴 정면에 지울 수 없는 큰 흉터를 안겨준 것이 점빵인 셈이다. 부모가 자식이 미운짓을 기억하지 않듯이 나는 점빵을 추억으로만 간직한다.

어쩌면 점빵이 있던 시절이 차라리 살만한 시절이었다. '의료체계는 지금보다 못하지만 적당한 시간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시골 마을도 사람들이 많이 살아서 마을 단위로 군 체육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고 일요일 아침이면 동네의 어린이들이 모여서 마을 청소를 했다.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은 '사람이 살았던' 동네의 흔적을 남겼다는 점에서 우리 시대의 유산이라는 칭찬이 아깝지 않다.

수록된 그림이 하도 아름다워서 출판사가 표지그림을 뭐로 선택할지가 고통이었겠다. 아름다운 시절을 노래한 소중한 책이다. 40년 전 점빵 할머니가 그리워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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