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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를 남기는 아동학대 | 월터 랭글리 '고아'
ⓒ월터 랭글리, 고아

트라우마를 남기는 아동학대 | 월터 랭글리 '고아'

월터 랭글리, 고아, 1889년

어린 소년은 아마도 오랜 시간 굶주린 것 같다. 소년은 이 분위기가 낯선지 다소곳이 앉아 음식을 먹고 있고, 할머니와 아주머니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 그림 속 집은 가난해 보이지만 인자한 두 어른 덕분에 따스한 온정이 넘치는 곳처럼 느껴진다. '고아'라는 제목 없이도 두 사람이 소년의 원래 보호자가 아니었음이 짐작된다. 부모를 여의고 갈 곳 없는 아이를 보듬는 모습이 참으로 푸근하다.

최근 뉴스를 떠들썩하게 하는 아동학대 사건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2014년 아동학대 피해 건수는 10,027건에 달한다. 전년 대비 36%가 늘어났다. 아동학대 피해 장소의 80%는 가정이다. 아동학대 발생의 주된 원인은 경기침체로 인한 가정해체, 가족 기능의 약화로 분석되고 있다. 아동학대는 신체, 정신적인 학대분만 아니라 방임, 유기되는 경우를 모두 포함한다. 방임이란 보호자가 아동에게 위험한 환경에 처하게 하거나 고의적, 반복적인 양육이다. 이를테면 의식주, 의무교육, 의료적 처치 등을 소홀히 함으로써 아동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성인이 아동에게 행하는 언어적 모욕, 정서적 위협, 감금이나 억제, 가학적인 행위도 포함된다.

미술치료를 하면서 아동학대와 관련된 피해아동을 만날 기회가 많다. 어느 날 입양한 6살 여자아이가 어머니와 함께 나를 찾아왔다. 매사에 인정과 칭찬을 받기 위해 애쓰다 보니 강박적인 성격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를 치료하던 중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선생님, 저는 또 버림받고 싶지 않아요."

그렇다. 이 여자아이는 입양되는 과정에서 어른들로부터 상처를 받았고, 부정적인 감정을 지닌 채 홀로 울고 있었던 것이다. 예전에는 자식을 서로 데려가려다가 이혼을 못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부모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양육의 짐을 맡지 않겠다고 외면하는 경우가 늘면서, 조부모나 그 외 친척들이 양육을 떠맡는 경우가 많아졌다.

문제는 아동학대 피해 아동의 정서다. 이들의 눈에 비친 세상은 어떨까. 부모도 나를 소홀히 해서 폭력을 가하고, 사회적으로도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마음에는 외로움과 불신이 가득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어린 시절 사건으로 생긴 트라우마는 성인보다 감당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가치관 형성과 사회성 등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아동의 성장과정에서 애착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애착관계와 관련된 유명한 실험이 있다. 심리학자 해리 할로는 1957~1963년 아기 원숭이에게 철사로 만든 가짜 엄마와 철사 안에 전구와 털을 넣은 따뜻한 가짜 엄마 중에서 택하게 했다. 그러자 아기 원숭이는 후자의 가짜 엄마 품에 안겼다. 이 실험은 성장과정에서 애착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오랜 시간 사랑을 느끼려 했던 그 마음이 생각나지 않는가. 어디선가 들려온다. '우리도 사랑받고 싶다'는 어린이들의 마음의 소리가.

앞서 말한 그림 속 어른처럼 아동들이 정서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게 하는, 어른들의 노력이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사건이 터지고, 심지어 사회적 이슈가 되어서야 논의를 시작한다. 책임은 모두 우리 어른과 사회 탓이다. 사회적 문제들을 함부로 평가하고 아픔들을 더 이상 우리의 아이들에게 몰아가지 말자. 더 따뜻한 시선으로 이들을 대하자. 아이든, 어른이든 모두 행복할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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