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의 대출금리 산정 과정을 공개해 금융소비자가 은행별 금리 결정의 적정성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7월 은행이 부담해야 할 일부 법정 비용을 대출금리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했지만, 일부 은행에서는 오히려 가산금리가 오르거나 우대금리가 축소돼 금리 인하 효과가 상쇄됐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대출금리 결정 과정의 공시를 강화하고 금융소비자의 선택을 통해 은행 간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금리 산정 실태를 점검하고 평가제도 개선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왼쪽)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억원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종합국정감사에서 이 원장은 은행의 금리 결정 과정에 대한 공시를 확대하자는 제안에 "네이밍 앤 셰이밍(Naming and Shaming) 형태로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보려고 지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밍 앤 셰이밍이란 부진한 실적, 저조한 주가, 혹은 불합리한 관행을 보이는 기업이나 기관의 명단을 공식적으로 공개해 시장의 감시와 자율적 개선을 유도하는 정책 및 전략을 뜻한다.
이 원장은 소비자영향평가와 포용금융 평가에 은행의 금리 운영 관련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반영하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종합감사에서는 지난 19일 5대 은행에 이어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출금리 산정 관행도 도마에 올랐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대 은행 이외의 17개 은행으로 조사 범위를 넓힌 자료를 공개하며 BNK경남은행과 제주은행, 케이뱅크의 금리 조정 사례를 문제 삼았다.
민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BNK경남은행의 한 대출상품은 지난 6월 가산금리가 3.06%였지만 8월에는 3.67%로 0.61%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우대금리 혜택도 축소되면서 가산금리에서 우대금리를 뺀 수치가 약 1.1%포인트 증가했다.
제주은행에서도 가산금리를 인상하는 동시에 우대금리 할인 폭을 줄인 사례가 확인됐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해당 상품에 우대금리 제도가 없어 가산금리 인상분이 그대로 은행의 금리 몫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민 의원은 지난 7월1일부터 은행이 부담해야 하는 일부 법정 비용을 가산금리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개정된 은행법이 시행됐지만, 은행들이 다른 항목을 조정해 금리를 높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가산금리가 시스템에 따라 자동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은행이 목표 수익률을 조정해 가산금리를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민 의원은 이를 법 개정 효과를 무력화하는 '풍선효과'라고 비판하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공동으로 특별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 요구ㄹ르 두고 법정 비용을 가산금리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시스템이 구축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관련 내용을 추가로 살펴보겠다고 대답했다. 이찬진 원장 역시 은행의 금리 산정 실태를 확인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유동수 정무위원장은 금융당국이 민간 은행의 가산금리를 직접 결정하기는 어려운 만큼 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접근할 것을 제안했다.
유 위원장은 은행의 금리 결정 과정과 관련 정보를 공개하면 금융소비자들이 이를 비교해 은행을 선택할 수 있고, 은행 간 경쟁도 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의는 앞서 지난 19일 열린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은행권 우대금리 축소 문제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 민 의원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6월과 8월 가산금리 및 우대금리 변동 자료를 공개하며 법 개정에 따른 금리 인하 효과가 일부 은행에서 상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KB국민은행은 해당 기간 가산금리를 3.42%에서 3.34%로 0.08%포인트 낮췄지만, 우대금리도 1.96%에서 1.65%로 0.31%포인트 축소했다. 가산금리에서 우대금리를 뺀 수치는 오히려 0.23%포인트 증가한 셈이다.
NH농협은행 역시 가산금리를 3.60%에서 3.34%로 0.26%포인트 낮춘 반면, 우대금리는 2.19%에서 1.58%로 0.61%포인트 줄였다. 역시 가산금리 인하보다 우대금리 축소 폭이 커 가산금리에서 우대금리를 뺀 수치가 0.35%포인트 늘어나는 방향으로 조정됐다.
19일 국정감사에서 이환주 KB국민은행장과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은 금리 조정의 세부 내역을 확인해 국회에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이찬진 금감원장도 우대금리 축소에 따른 금리 인하 효과 상쇄 문제를 살펴보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