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할게여/아쉬울 거도 없거든요/원래 이렇게 열심히/살 생각 없었거든요/오래 했어요/수백 번을 참았거든요/쿨하게 짐을 싸고 뒤돌아보지 않고/모두 안녕히 계세요"
아이돌의 신곡에 뜻밖의 단어, '퇴사'가 등장했다. 걸그룹 아이들 소연은 솔로 정규 1집 '끝내주는 인생'의 타이틀곡 '퇴사할게여'를 통해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가슴속에 품어봤을 '사표 던지는 순간'을 노래했다.
소연의 '퇴사할게여' 뮤직비디오가 i-dle(아이들) 공식 유튜브 채널에 9월7일 공개됐다. 사진은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i-dle (아이들) 유튜브
그에게 퇴사는 끝이 아니라 해방의 순간이다. 사표를 던지는 바로 그날을 소연은 '로맨틱 데이'라고 노래한다.
소연이 말하고 싶었던 건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고된 하루를 버티는 직장인들에게 노래로나마 잠시 해방감을 선물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실제 소연 역시 활동이 없는 기간에는 작업을 위해 출퇴근하는 생활을 한다고 했다.
반응도 뜨겁다. '퇴사할게여'는 지난 19일 기준 멜론·지니·벅스·바이브 일간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퇴사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에 직장인의 속마음을 거침없이 풀어낸 가사, 경쾌한 밴드 사운드가 맞물린 곡이다. 방송인 기안84가 내레이션에 참여해 특유의 맛을 더했다.
아이들 소연이 9월7일, 9월13일 인스타그램에 '퇴사할게요' 홍보를 위해 사진을 올렸다. ⓒ소연 인스타그램
이런 메시지는 사람들에게도 닿았다. '퇴사할게여'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유튜브에는 "이 노래가 진짜 좋은 이유는 회사 때려치우라는 노래가 아니라 후회 없이 살라는 거잖아", "'그래 이팔청춘 후회하면 어때요 당장 저 문밖으로 떠나요' 이 가사가 너무 좋은 거 같음" 등 노래의 메시지에 공감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퇴사'를 향한 직장인들의 공감은 뜻밖의 캐릭터 상품에서도 터졌다. 천안시 공식 캐릭터 '천안프렌즈'의 호두과장 아크릴 키링이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앞에서는 인자하게 웃으며 뒷짐을 지고 있지만 키링을 뒤집으면 두 손 사이에 '사직서'를 꼭 쥐고 있는 반전 디테일이 숨어 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현대 직장인의 속마음을 대변한다", "진짜 현실적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공감했다.
'천안프렌즈'의 호두과장 사직서 키링. ⓒ온라인 스토어 '로컬러(LOCOLOR)' 사이트
노래와 캐릭터에서만 '퇴사'를 외치는 것도 아니다. 명절 연휴를 계기로 실제 이직 준비에 시동을 거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잡코리아가 최근 2년간 명절 연휴 전후의 채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연휴가 끝난 뒤 첫 월요일 이력서 등록 건수는 평일 평균보다 49% 많았다. 쉬는 동안 마음을 굳히고 출근과 동시에 이력서를 꺼내 드는 직장인이 그만큼 많았던 셈이다.
가장 움직임이 컸던 때는 2024년 추석이었다. 연휴가 끝난 뒤 첫 월요일인 9월23일 이력서 등록 건수는 그해 평일 평균의 2배를 넘어섰다. 이런 흐름은 이후에도 반복됐다. 2025년 설 연휴 직후 첫 월요일인 2월3일에는 평일 평균보다 46% 많았고, 같은 해 추석 직후인 10월13일에는 20%, 2026년 설 직후인 2월23일에는 29% 증가했다.
명절이 '이직 결심의 시간'으로 작용하는 모습은 설문에서도 드러났다. 잡코리아가 직장인 11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추석 연휴 이직 준비 계획' 조사에서 44.3%가 연휴 동안 이직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직장인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이 쉬는 날에도 이직 준비에 나서는 셈이다.
이직을 준비하겠다고 답한 직장인 가운데 미혼은 83.4%, 기혼은 16.6%였다. 연령별로는 30대가 63.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노래에서는 '쿨하게 짐을 싸고', 호두과장은 비장의 무기로 뒷짐 속에 사직서를 감췄다. 현실의 직장인들은 연휴 동안 이력서를 고쳐 쓴다. 방식은 달라도 '퇴사'와 '이직'이 직장인들의 현실을 비추는 하나의 공감 코드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