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정부 주도의 석유화학 산업 재편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장기 침체에 빠진 롯데케미칼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그룹 내 핵심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만큼, 사업 재편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그룹 기업가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대산에 이어 여수 사업재편에도 참여하며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남 광주에 위치한 여수 국가산업단지 모습. ⓒ연합뉴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일 산업통상자원부 사업재편심의위원회로부터 여천NCC, 한화솔루션, DL케미칼과 공동 추진하는 석유화학 사업재편계획을 승인받았다고 22일 공시했다. 핵심은 여수공장을 물적분할한 뒤 여천NCC와 통합해 3개사가 공동 운영하는 통합법인을 설립하는 것이다.
이번 승인은 단순한 조직 개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중국이 에틸렌 등 기초유분 생산설비를 대규모로 증설하면서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의 공급과잉이 심화됐고, 이로 인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2022년부터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됐다. 이에 정부는 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해 설비 통폐합과 생산능력 조정 등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자율적 사업재편을 유도해 왔다.
롯데케미칼은 이 과정에서 가장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산공장 사업재편에 이어 이번 여수공장 사업재편까지 참여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 구조조정의 선두에 섰다.
동시에 범용 석유화학 제품 비중은 줄이고 자동차·전자 등에 쓰이는 고부가 가치(스페셜티) 소재는 늘리는 방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있다. 여수 율촌산단에서는 스페셜티 소재 공장이 올해 하반기 준공을 앞두고 있다. 롯데케미칼 측은 기초화학 설비는 효율화하면서도 미래 성장동력이 될 스페셜티 투자는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신용평가업계도 이번 재편이 손실 축소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기존 롯데케미칼은 손실 사업부를 분리하면서 연결 기준 영업손실을 줄일 수 있고, 신설 통합법인 역시 설비 통합과 가동률 최적화를 통해 통합 이전보다 손실 폭을 축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중단기적으로는 공급 과잉이 지속되는 만큼 수익성 개선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롯데그룹 입장에서도 케미칼 사업의 정상화는 단순히 계열사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기준 연간 18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그룹의 대표 제조 계열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기준 올해 롯데그룹 상장사 10곳의 예상 매출(68조9257억 원) 가운데 27%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그만큼 최근 수년간 이어진 석유화학 업황 부진은 롯데그룹의 실적은 물론 기업가치 회복에도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구조조정이 공급과잉 부담을 완화하고 범용 제품 중심의 사업구조를 고부가 스페셜티 중심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경우, 롯데그룹의 기업가치 역시 재평가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석유화학 업황이 '공급과잉→단기 공급 부족→장기 공급과잉 완화'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시황 개선 방향성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정부 주도의 사업재편과 업체들의 감산이 맞물릴 경우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수급 균형 회복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송윤주 KB증권 연구원은 "석유화학 산업의 시황이 한결 나아지는 방향성은 확실하다"며 "한국 기업들은 지난해 말부터 대규모 감산을 준비해 대응이 빨랐고, 국제 마진도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업재편 효과가 곧바로 실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석유화학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공장 통합과 생산체계 조정은 수년에 걸쳐 진행되는 작업인 데다 중국의 공급 확대와 글로벌 경기, 원료 가격 등 외부 변수 역시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이 밖에도 사업재편 과정에서 자산 재평가에 따른 법인세 부담과 설비 손상차손, 신설 통합법인에 대한 재무 지원 가능성 등이 향후 재무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사업재편으로 국내 대산·여수 NCC 관련 영업손실이 축소되고 유동성 부담이 완화되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라면서도 "사업재편에 따른 영업손실 축소가 예상되나 실질적 재무부담 축소 효과는 제한적이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