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논의가 본격화되자 동네슈퍼 업계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미 온라인 쇼핑과 고물가 여파로 경영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배송 경쟁까지 더해지면 영세 상인들의 생존 기반이 더욱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이마트 청계천점 PP센터에서 관계자가 온라인 주문 상품을 배송 차량에 싣고 있다.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을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동네 슈퍼 등 중소 유통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22일 성명을 내고 정부에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및 새벽배송 규제 완화 추진을 중단하고, 중소 유통업계를 위한 실질적 상생 대책을 먼저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연합회는 유통환경 변화와 이커머스 시장 성장에 대응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다만 자본력과 물류 인프라를 갖춘 대형마트가 기존 점포를 배송 거점으로 활용해 새벽배송까지 확대할 경우 동네 슈퍼는 가격 경쟁은 물론 배송 경쟁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소 슈퍼마켓은 온라인 쇼핑 확산과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이미 경영난이 심화한 상황인 만큼, 새벽배송 규제까지 완화하면 지역 유통 생태계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정부가 이러한 우려에 대한 구체적 대응 방안은 마련하지 않은 채 규제 완화 논의만 서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상생기금 조성 등 골목상권 보호 방안을 언급했지만 구체화하지 않았고, 새벽배송 허용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영세 중소 슈퍼마켓을 위한 실질적 보호·경쟁력 강화 대책은 사실상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합회는 영세 슈퍼마켓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상생 대책으로 공동 풀필먼트(통합물류) 시스템 구축과 모바일 주문 플랫폼 보급, 물류 인프라 현대화 지원, 지역화폐 활성화 등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세 슈퍼마켓도 공동 물류망을 활용해 배송 경쟁력을 확보하고, 온라인 주문 기반을 갖춰 변화한 소비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다. 지역화폐 활성화를 통해 소비를 지역 상권으로 유도하고 골목상권의 매출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대형마트 경쟁력 회복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정치권에서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한 새벽배송 규제 완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반면 중소 유통업계는 규제 완화에 앞서 골목상권 보호와 상생 방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향후 법 개정 과정에서도 이해관계자 간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