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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주사 한진칼 사내이사직을 유지하며 그룹의 명운이 걸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메가캐리어(초대형 항공사)' 출범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진칼은 이번 주주총회를 거치며 지배구조상의 '불안정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2대주주인 호반건설의 소수 지분 매입에도 경영권 분쟁 리스크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에 조 회장은 우호세력인 KDB산업은행의 한진칼 지분(10.58%) 매각 이후를 대비해야 할 처지임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주총 거치며 '메가캐리어' 잰걸음 : 경영권 리스크는 여전히 이어진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한항공

◆ 조원태 사내이사 재선임, 통합 메가캐리어 출범 '이상무’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올해 견고한 실적을 거두면서 중장기 성장 가능성을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지운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대한항공이 별도기준 매출 17조 원, 영업이익 1조5천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매출은 5% 늘고 영업이익은 2% 감소하는 것이다. 다만 현재 이란 전쟁이 연료 가격 등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을 고려하면 대한항공 근본의 경쟁력에는 이상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에 27일 목표주가를 2만9천 원에서 3만2천 원으로 높여 잡았다.

대한항공 목표주가 상향 조정의 이유에는 실적 이외에도 아시아나항공과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언급됐다. 대한항공 모회사이자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다음 날 나온 평가인 만큼 의미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항공우주사업의 성장성, 통합 시너지 기대감으로 대한항공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바라봤다.

대한항공을 향한 평가처럼 이번 한진칼 주총에서는 통합 초대형 항공사 출범을 위한 기반이 무리 없이 갖춰질 수 있게 됐다.

한진칼은 이번 주총에서 영문 약어 'KAL'을 정관에서 삭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60년 넘게 사용하던 공식 명칭을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발맞춰 변경하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식별코드인 'KE'를 브랜드로 내세운다.

특히 가장 중요했던 조원태 회장의 3년 임기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도 의결됐다. 올해 말로 예상되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출범을 조 회장이 지속해서 진두지휘하게 된 셈이다. 조 회장은 2014년부터 한진칼 사내이사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올해 말까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잔여 지분(36.12%) 인수, 마일리지 통합을 포함한 제도 정비, 두 회사 임직원 사이 화학적 통합 등의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은 이번 주총 인사말을 통해 "통합 항공사 출범은 대한민국 항공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시대적 과업의 완수이자 한진그룹의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갖추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통합'이 불러올 시너지를 증명해 보이겠다"고 포부를 내놨다.

◆ 숨가쁜 일주일, 여전히 불안정한 지배구조 보였다

이번 한진칼 주총에서는 통합 초대형 항공사 출범보다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 리스크'가 더 부각됐다. 기존에도 2대주주인 호반건설의 지분 매입 행보에 시장의 시선이 모였는데 주총을 앞두고 호반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했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앞서 18일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공시된 한진칼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호반건설이 한진칼 지분 18.78%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반건설의 5월 기준 18.46%와 비교해 0.32% 늘어난 수치다.

호반건설은 한진칼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사모펀드 KCGI로부터 2022년 지분(13.94%)을 사들였다. 당시 이 거래를 통해 호반건설은 한진칼 2대주주(17.43%)에 올라섰다. 이후에도 지분율을 꾸준히 높여왔고 최근 주총을 앞두고 소폭이지만 주식을 추가 매입한 것이 확인되면서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심이 모였다.

한진칼 지분 5.44%를 쥔 국민연금도 주총 직전인 25일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 의사를 내비치면서 경영권 분쟁 파고가 한층 높아졌다는 시선이 나오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주주권익 침해행위에 관한 감시 의무 소홀', '보수금액 과다'를 반대 이유로 들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번 주총에서는 경영권 분쟁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다. 호반건설이 여전히 한진칼 지분 매입을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선을 그었고 조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은 93.8%의 높은 찬성률로 통과됐다. 호반건설도 찬성에 표를 던진 것이다.

다만 호반건설의 소수 지분 매입으로도 경영권 분쟁 리스크가 불거진 일은 한진칼을 향한 조 회장의 지배력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기도 했다.

한진칼의 주요 주주구성을 보면 델타항공(14.9%), 산업은행(10.58%)이 조 회장을 포함한 한진칼 경영진에 우호세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5.44%)이 올해뿐 아니라 2017년과 2023년에도 조 회장 재선임 안건에 반대하는 등 견제 주체로 자리 잡았다. 특히 조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율(20.56%)와 호반건설의 차이는 1.78%포인트에 불과하다. 델타항공과 산업은행이 돌아선다면 경영권이 크게 흔들리는 구조인 셈이다. 

◆ '시간은 걸리겠지만...' 산업은행의 지분 10.58% 향방이 변수로 남아

지금처럼 호반건설이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에 이어 2대주주로 있고 국민연금이 조 회장에게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를 강하게 적용하는 상황에서는 경영권 리스크가 앞으로도 계속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물론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 2018년부터 합작 형태로 태평양 노선을 운용하면서 사업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조 회장이 한진칼에 행사하는 지배력을 35% 위로 높여주는 확실한 우호세력인 셈이다.

다만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과 호반건설을 비교하면 차이가 매우 적은 데다 산업은행의 지분은 추후 매각될 유동적 물량이다. 이에 결국 산업은행이 '캐스팅보트'를 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책금융을 수행하는 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라는 목적을 달성한 뒤 자금회수를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6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한진칼 지분 매각 시점을 놓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뒤 시장 상황을 고려해 출자금 회수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통합 전까지는 세부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출자금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2020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지원을 위해 한진칼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5천억 원 규모로 단독 참여한 뒤부터 주요 주주에 올라있다.

산업은행의 지분이 호반건설이나 호반건설 우호세력에 넘어간다면 조 회장 측과 호반 측의 지분 격차는 6.1%포인트로 좁혀진다. 실제로 산업은행 지분을 호반건설이 취득할 가능성과 별개로 조 회장이 안정적으로 지배력을 갖췄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호반건설이 자체적으로 풍부한 현금동원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이런 시나리오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데 힘을 더한다. 2024년 말 연결감사보고서 기준 호반건설은 현금 및 현금성자산 9711억 원, 단기금융상품 3550억 원 등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 여력을 1조 원 이상 갖추고 있다. 26일 종가 기준 산업은행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가치는 8355억 원이다.

다만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을 전량 매각하는 시점이 빨라야 2027년인 점은 조 회장이 경영권 분쟁 리스크에서 한발 떨어져 있을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 매각을 검토하겠다고 한 시점 자체도 통합을 전제로 하며 그 뒤에도 지분을 모두 매각할 때까지 시일이 걸릴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5월 한화오션 지분 일부인 4.25%를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해 1조 원 규모의 자금을 회수했다. 다만 한화오션이 한화그룹 편입 뒤 사실상 정상화를 달성했음에도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5.2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에도 전체 규모를 고려해 보유 지분은 3~5%씩 나눠 중장기적으로 매각될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투입한 자금의 성격을 보면 그 목적이 달성된 뒤에는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회수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다만 자금을 투입한 기업의 특성이나 주가 흐름 등까지 고려되는 만큼 산업은행의 지분 매각 시점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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