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LA 올림픽부터 여성부 출전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생물학적 여성으로 확인된 선수로 제한된다. 트랜스젠더의 여성부 출전을 둘러싼 '공정성 대 차별' 논쟁은 스포츠계에서 수년간 이어져 왔다. 이번 조치로 논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건물 외벽에 올림픽 마크가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번 조치를 발표하면서 여자 부문의 공정성과 안전성, 경기의 무결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림픽에서는 미세한 기량 차이만으로 승패가 갈릴 수 있다. 따라서 생물학적 남성이 여성부에 출전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을 수 있으며, 일부 종목에서는 선수 안전과도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IOC는 참가자의 성별을 판별하는 기준으로 SRY 유전자 검사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 검사는 성결정 유전자의 존재 여부를 확인해, 참가자가 사춘기 동안 남성 호르몬의 영향을 받았는지를 판단한다. 검사 결과 음성이면 여성부 출전이 가능하다. 반대로 양성이면 일부 희귀 성 발달 이상(DSD) 사례를 제외하고 여성부 출전이 제한된다. 남자 부문이나 혼성, 오픈 종목에는 참여할 수 있다.
대표적 사례로는 미국 수영 선수 리아 토머스가 있다. 그는 남성부에서 3년간 활동한 뒤 호르몬 치료를 거쳐 여성부로 전향했다. 2022년 미국 대학스포츠협회 수영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일부에서는 사춘기를 남성으로 보낸 신체적 이점이 호르몬 치료만으로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당시 대회 기준은 일정 기간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게 유지하면 여성부 출전이 가능했다. 이후 국제수영연맹은 사춘기 영향 여부를 기준으로 여성부 출전 규정을 강화했다.
IOC와 트럼프의 방향성이 비슷하다?
커스티 코번트리 IOC 위원장 ⓒ연합뉴스
지난해 6월, IOC 역사상 최초의 여성·아프리카 출신 위원장으로 취임한 커스티 코번트리는 여성 스포츠 보호를 이유로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성부 출전 제한을 지지했다. 외신들은 이 조치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정책과 방향성이 일부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성 스포츠 참여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 명령은 트랜스젠더 참여를 허용하는 학교나 단체에 대한 연방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이 됐다. 이후 미국 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는 국내 대회에서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성부 출전을 금지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는 공정성과 안전을 내세운 규제가 권리 제한과 충돌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사례도 있다. 2023년 트랜스젠더 여성 선수 나화린은 제58회 강원도민체육대회 사이클 여성부에 출전해 우승했다. 그는 2023년 6월 스포츠경향 인터뷰에서 "남자였다가 여자인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며 "남녀로 딱 잘라진 출전 부문에 성소수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을 내려 한다"고 말했다.
찬반 논쟁 : 공정성 vs 권리 보장
찬반 입장은 첨예하게 갈린다. 출전 제한 찬성 측은 남성 시기에 형성된 골격과 근육량, 심폐 능력 등이 호르몬 조절만으로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며 여성 선수의 기회와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성 정체성에 따른 참여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SRY 유전자 검사나 호르몬 수치를 기준으로 출전 자격을 나누는 방식은 생물학적 조건이 여성부 출전 기준이라는 논리에 기반한다. 반대로 트랜스젠더 권리를 강조하는 입장은 자신이 스스로 여성으로 살아간다면 사회적 성체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대안으로 별도의 오픈 부문을 신설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국제수영연맹은 2023년 베를린 월드컵에서 이를 추진했지만, 참가 선수가 없어 무산됐다. 별도 분류가 오히려 차별이나 격리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선수층이 얇아 경쟁 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체스'도 트랜스젠더 여성부 출전 제한
논란은 신체적 조건이 덜 중요한 종목으로도 확산됐다. 국제체스연맹은 2023년 8월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성부 출전을 일시적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혀 비판을 받았다. 신체적 이점이 없는 종목에서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연맹은 과학적 분석 필요성과 여성 선수층 보호를 이유로 들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런 규제가 단순한 공정성 확보 명분에도 불구하고, 인권과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부 사례를 일반화해 특정 집단 전체를 제한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보다 정치적 판단에 가까워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규제 논쟁은 단순한 경기 규칙을 넘어, 사회가 성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하고 구분할 것인가라는 논의로 이어진다. 누가 남성·여성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는지 같은 일상 문제와도 연결된다. 최소한 같은 조건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스포츠의 공정성과, 선수의 성 정체성을 존중해 기회를 보장해야 하는 포용성 사이의 균형을 찾는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28년 LA 올림픽을 계기로 논쟁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