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한국 국가안보실 논의 내용을 감청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8일 뉴욕 타임스는 미국 기밀문서에서 한국 국가안보실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제공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응할지 3월 초까지 방침을 정하기 위해 고심했다는 내용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해당 기밀문서는 SNS를 통해 온라인으로 유포됐다고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9일 오전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과거 전례나 다른 나라의 사례를 검토하면서 대응책을 고민해보겠다"고 밝혔으나 한미 관계를 근본적으로 흔들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군사 전문가 "용산 미군기지 때문에 안보 취약"
'김현정의 뉴스쇼' 캡처. ⓒCBS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CIA의 도·감청 기술이 상상 초월임을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유리창에 보안 조치가 안 돼 있으면 유리창의 미세한 떨림을 통해서도 실내 회의 내용을 식별할 수 있다"며 CIA가 이런 첨단 기술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특히 용산 대통령실 바로 옆에 미군기지가 있어 안보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전부터 있어 왔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용산 미군기지에 "미국의 도청, 감청 정보를 수집해서 분석하는 정보분석 센터가 있다"며 "(근래에는) 전파방해, 도청방지 기술도 많이 발전해 있는데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졸속 이전하면서 제대로 (설치)됐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독일 메르켈 총리는 미국에 강력 항의했는데..
(기사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 2017년 한국을 찾은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전날 대통령실이 내놓은 입장에 대해서도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김 전 의원은 "이게 왜 중대한 사안이 아니냐. 우리가 (미국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처럼 입장을 내는 것은 외교적으로나 주권의 관점에서나 부적절하다"며 과거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게 강력하게 항의한 것을 예시로 들었다.
앞서 메르켈 전 총리는 지난 2013년 10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CIA가 몇 년 동안 메르켈 전 총리의 휴대전화와 e메일 등을 도청한 의혹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였다. 메르켈 전 총리는 오바마에게 "만약 그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CIA의) 관행이라 할지라도 동맹국 간에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항의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독일 정부는 이튿날 오후 존 에머슨 독일 주재 미국 대사를 외무부로 초치해 또 한 차례 강하게 항의하는 등, 도·감청에 대한 비판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윤석열 정부가 내비친 '큰 문제는 아니다' 식의 입장이 아쉬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