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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지진을 견디지 못하는 시설을 철거한 뒤 깔끔하게 정비한 튀르키예 에르진의 이슬람 사원 모습. ⓒ에르진시 누리집 갈무리
지난해 7월 지진을 견디지 못하는 시설을 철거한 뒤 깔끔하게 정비한 튀르키예 에르진의 이슬람 사원 모습. ⓒ에르진시 누리집 갈무리

6일(현지시각) 새벽 발생한 강력한 지진으로 튀르키예(터키) 남동부 많은 지역이 엄청난 피해를 봤지만, 이 지역 내 한 도시는 사망자는 물론 무너진 건물도 없어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비즈니스 터키 투데이> 등 튀르키예 현지 언론들은 11일 이번 지진 피해가 특히 컸던 하타이주의 인구 4만2천명 규모 도시 에르진에서는 사망자가 한명도 없고 무너진 건물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는 하타이주에서만 수천채의 건물이 무너지며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과 아주 대조되는 것이라고 언론들은 지적했다.

이 도시의 외케시 엘마소을루 시장은 <티비(TV)5>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 도시는 오스마니예에서 15~20㎞, 하타이 중심지에서 110㎞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지만, 지진으로 단 하나의 생명도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에르진에서는 부상자도, 파괴된 잔해도 없었고, 우리 도시민 중 다른 지역에 가서 살던 이들 50~60명 정도가 숨진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6일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에르진에서도 강력한 진동을 느꼈으며 이 때문에 시민들이 크게 놀랐다고 전했다. 이어 “지진이 났을 때 내가 사는 단층집도 마구 흔들렸지만, 몇분 뒤 진동이 잦아든 이후 아이들과 함께 무사히 집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붉은 점으로 표시된 곳이 튀르키예 에르진시. ⓒ구글 지도 갈무리
붉은 점으로 표시된 곳이 튀르키예 에르진시. ⓒ구글 지도 갈무리

엘마소을루 시장은 에르진에서 지진 피해가 없었던 것은 불법 건축물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 정책 덕분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시장 재임 기간 중 불법 건축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며 “이런 정책 때문에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고 ‘이 나라에 당신 말고는 정직한 사람이 아무도 없느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먼 친척 중 한명이 찾아와 불법 건축으로 벌금이 나왔다고 하기에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답하자, 곧바로 ‘튀르키예에서 당신만 고결한 사람이냐’고 쏴 붙인 일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불법 건축 시도를 100% 막을 수는 없을지라도, 어떤 단계에서는 불법 건축을 차단할 수 있다”며 “나는 정치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으며 이 때문에 많은 사람과 관계가 나빠졌다”고 덧붙였다.

에르진시 사례는 당국이 건축 규정만 제대로 지켰어도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 영국 <가디언>은 튀르키예의 건축 안전 규정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편에 속하며, 지진 피해 우려가 큰 지역은 정기적으로 규정을 강화해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규정에 맞지 않는 건물에 대한 단속이 소홀해, 부실 건축을 양산해왔다. 게다가 1960년대부터 주기적으로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불법 건축 행위를 사면해줬다. 정부는 이런 정책을 부족한 예산 확충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가장 최근의 사면 조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취임한 지 4년 뒤인 2018년에 이뤄졌다. 신문은 이번 지진이 발생하기 며칠 전에도 의회에서 새로운 사면 조처를 논의할 예정이었다고 튀르키예 현지 언론들이 보도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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