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제약은 2025년 6월 말 기준으로 12.44%의 높은 자기주식(자사주) 보유 비율을 유지하고 있었다. 보유한 자사주는 382만6996주에 달했다.
그런 경동제약이 반년여에 걸친 기간 동안 자사주 비율을 5%까지 줄였다. 다른 제약사와의 맞교환(스왑), 교환사채(EB) 발행 등의 방법이 동원됐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이 25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서면서 경동제약 오너 2세인 류기성 대표이사 부회장이 남은 자사주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기존 보유 자사주의 경우 소각 의무화까지 추가 6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류기성 경동제약 대표이사 부회장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경동제약은 2000년에 최초로 자사주를 취득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처분과 취득을 반복하면서 2010년 말에는 보유 비율이 10.02%에 이르렀고, 이후에도 비슷한 비율을 유지했다. 12.44%에 이른 시점은 2024년이다.
자사주 취득 목적은 주로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환원을 들었고, 때때로 임직원 보상을 위해 자사주를 사용했다.
경동제약은 2025년 들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내용으로 하는 상법 개정이 거론되자 하반기부터 자사주 비율을 줄이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9월에는 자사주 1만8600주(0.06%)를 전 임직원에 대한 상여 지급을 통해 처분했다. 자사주 비율은 12.38%(380만8396주)로 줄어들었다.
12월에는 맞교환과 EB 발행을 연이어 추진했다. 먼저 환인제약과 자사주 맞교환을 추진하면서 77만4257주(2.52%)를 처분했다. 역시 자사주 비율(17.92%)이 높았던 환인제약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거래가 성사됐다. 자사주 비율은 9.86%(303만4139주)로 줄었다.
경동제약은 바로 뒤이어 자사주 149만5215주(4.86%)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대상은 유진투자증권 등 13개 금융사로, 총 1백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자사주 비율은 모두 주식으로 교환된다는 가정 아래 5.00%(153만8924주)로 내려갔다.
경동제약은 EB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신공장 건립에 활용한다. 이 회사는 경기도 화성시 양감면 기존 공장부지에 연면적 약 1만4876㎡(4500평) 규모의 신공장을 건설하겠다고 지난해 12월 밝힌 바 있다. 노후한 설비를 교체하고 생산능력도 3배 이상 확충하는 한편 비만·당뇨 치료제 및 항암제 등 고부가가치 파이프라인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신공장에는 총 7백억 원을 투자할 계획인데, 나머지 6백억 원은 투자부동산 매각을 통해 마련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결론적으로 경동제약은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자사주 비율을 대폭 줄이는 데 성공했다. 또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호지분을 추가 확보하고 미래 투자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효과도 거뒀다.
남은 자사주에 대해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류 부회장이 소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주주환원책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있어 왔고, EB 발행으로 커진 주주 불만을 달랠 필요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73배에 그칠 만큼 주가도 저평가돼 있는 편이다.
2025년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도 주주환원을 늘릴 배경이 된다. 경동제약은 2025년 연결기준 매출액 1963억 원, 영업이익 77억 원, 당기순이익 85억 원의 잠정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1.2%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92.2%, 55.4%나 성장했다. 회사 쪽은 “생산 및 비용 효율화를 통한 원가 절감과 영업구조 개선 효과로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오너 지배력도 자사주 추가 처분 가능성을 낮춘다. 류기성 부회장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45.54%에 달한다.
경동제약 관계자는 자사주 5% 처리 계획을 묻는 허프포스트의 질문에 “현재까지 공시된 내용 외에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면서 “추가적인 결정이 이뤄질 경우 공시를 통해 안내드릴 예정”이라고 답했다.
류기성 부회장은 경동제약 창업주인 류덕희 명예회장(1938~ )의 아들이다. 1982년생이다. 2006년 경동제약에 입사해 2011년 대표이사 부사장에 올랐다. 2014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