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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영화, ‘나 홀로 집에’만 봐서 지겹다면? 감성 한 스푼 더한 멜로 영화가 찾아온다(영화 리스트)

크리스마스 덕후가 뽑은 크리스마스 영화들.

크리스마스를 맞아 장식을 시작한 백화점. ⓒ뉴스1

아직 11월이지만 거리 위는 벌써 크리스마스 준비에 여념이 없다. 백화점도, 카페들도 하나 둘 크리스마스 장식을 꺼내두기 시작했다. 나만 해도 11월이 되면 플레이리스트에 어김없이 캐럴을 추가한다. 출, 퇴근길에 듣는 캐럴은 연말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지나칠 수 없이 귀여워 구매한 크리스마스 장신구는 12월이 되면 거실 한편을 가득 채울 정도다. 이토록 크리스마스에 진심인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그 이유는 단순하다. 내게 작은 설렘과 기대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일에 잔뜩 지쳐 집에 와 쓰러져 누울 때면 침대 맡 탁상에 놓인 스노볼로부터 위안을 얻는다. 거실에 달아둔 알전구도 밤이 되면 따스한 주황색 빛을 내뿜으며 제 몫을 다한다. 조금은 이른 크리스마스 준비가 내게는 확실한 ‘소확행’인 셈이다. 이렇게 한, 두 달간 크리스마스를 실컷 즐기고 나면 크리스마스 당일 이후에는 쿨하게 크리스마스와 작별 인사를 할 수 있게 된다. 1월이 넘도록 크리스마스 장신구가 거실 공간을 차지하는 일도 사라진 것이다.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크리스마스 영화는 너무나도 많다. <나 홀로 집에>, <러브 액추얼리>, <라스트 홀리데이> 등이 크리스마스 명작으로 손꼽히며 매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냥 달달함 대신 조금은 쓸쓸함을 지닌 영화들에 더 손이 더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느끼는 저마다의 감정이 다르듯, 다양한 감정을 어루만져 줄 영화들을 준비해 봤다. 쓸쓸함과 아련함을 한 스푼 더해 줄 영화들을 함께 살펴보자.

 

러브레터

'러브레터' 스틸컷. ⓒ제이앤씨미디어그룹

하얀 눈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바로 <러브레터>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는 1999년 국내 개봉 당시 14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감성 멜로 작품이다. 나카야마 미호는 옛사랑을 잊지 못하고 편지를 보내는 와타나베 히로코 역과 그에게 답장을 보내는 활발한 성격의 후지이 이츠키 역을 맡아 1인 2역을 완벽 소화했다. 특히 와타나베 히로코가 설원에서 “오겡끼데스까(잘 지내시나요)”를 외치는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명장면으로 손꼽히며 수많은 패러디를 만들어냈다.

'러브레터' 스틸컷.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러브레터>를 보고 촬영지인 훗카이도 오타루 지역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늘어났다. 하얀 눈밭을 보면 나도 따라눕고 싶어질 지경이다. 뛰어난 영상미와 함께 OST 역시 큰 사랑을 받았다. Remedios의 클래식 음악들은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겨울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한 듯 황홀한 분위기를 표현해냈다.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a winter story’의 경우 첫 사람의 순수함을 표현하기 위해 전문 피아니스트가 아닌 당시 8살의 배우 마키노 유이가 연주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놀라움을 사기도 했다.

 

윤희에게

주인공 윤희. ⓒ리틀빅픽처스

<윤희에게>를 보고 <러브레터>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았을테다. 두 영화 모두 일본 오타루가 배경이고, 편지를 매게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편지를 주고 받는 두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윤희에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러브레터>와는 또다른 매력들을 발견할 수 있다.

경수와 새봄. ⓒ리틀빅픽처스

<윤희에게>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를 연출한 임대형 감독의 작품이다. 남성 감독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여성 주인공 간의 사랑을 매우 섬세하게 그려내 놀라움을 안겼다. 영화는 엄마이자 가장이 된 윤희(이영애)에게 어느 날 편지 한 통이 도착하고, 이를 먼저 발견한 딸 새봄(김소혜)이 편지의 발신인 쥰(나카무라 유코)이 살고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날 것을 제안하면서 시작된다. 과거 사랑하는 사이였던 윤희와 쥰은 시대적인 억압과 편견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이별하고 만 것이다.

영화는 윤희와 쥰의 가슴 시린 사랑뿐만 아니라, 티격태격하지만 서로를 깊이 생각하는 모녀(윤희와 새봄)의 사랑, 그리고 새봄과 경수(성유빈)의 풋풋한 사랑까지 담아내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새봄이 윤희가 받은 편지를 담담하게 읽어주는 내레이션을 듣고 잊자면, 잊고 지낸 이에게 펜을 꺼내 당장 편지를 쓰고 싶어질 지경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

다림과 정원. ⓒ싸이더스

<8월의 크리스마스>는 죽음을 앞둔 사진사 정원(한선규)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주차단속원 다림(심은하)이 단속 사진을 현상하러 정원의 사진관을 찾아가며 둘은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함께 술도 마시고 놀이공원도 가며 평범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건강이 나빠진 정원은 결국 사진관을 정리하고 종적을 감추고 만다.

아버지에게 리모컨 작동법을 알려주는 정원. ⓒ싸이더스

영화는 대단한 반전도, 큰 사건도 없이 잔잔하게 흘러간다. 그럼에도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정원이 죽음을 앞두고 아버지에게 리모컨 작동법을 알려주는 장면과 답답함에 목놓아 소리치는 장면 등 담담하기만 하던 그도 죽음 앞에서 끊임 없이 흔들리고 불안해하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처럼 모순적이고 이질적인 삶의 모습과 그럼에도 끝이 있기에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 모두 담겨있는 작품이다.

 

이터널 선샤인

클레멘타인과 조엘. ⓒ노바미디어

<이터널 선샤인>은 상상력의 대가 미셸 공드리 감독의 작품이다. 끔찍한 일을 겪거나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픈 일에 시달릴 때면 차라리 ‘기억이 사라졌으면’하고 생각이 들곤 한다. 이는 연인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토록 사랑하던 연인과 자꾸만 틀어지고 다투다가 결국 헤어질 때면, 이별의 고통이 너무나도 커서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던 사이로 돌아갔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다 <이터널 선샤인>을 보게 됐고, 나의 이러한 상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클레멘타인과 조엘. ⓒ노바미디어

<이터널 선샤인>은 조엘(짐캐리)이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에 찾아가 헤어진 여자친구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에 대한 기억을 지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미 조엘보다 먼저 기억을 지운 클레멘타인은 전혀 조엘을 기억하지 못한다. 한때 열렬히 사랑했던 이들이 서로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지운 채 다시 만나도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성격도, 서로를 사랑하던 방식도 너무나도 달랐던 두 사람이 다시금 합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진정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영화다. 또한 괴롭고 고통스럽기만 했던 기억이 자세히 들여다보면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었음을 깨닫게 해준다.

 

캐롤

테레즈. ⓒCGV아트하우스

<캐롤>은 1952년 로맨스 소설 <The Price of Salt>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1950년대 초 뉴욕의 모습을 그린 영화로 사진작가를 준비하는 테레즈(루니 마라)와 이혼을 겪고 있는 캐롤 에어드(케이트 블란쳇)의 사랑을 담았다. 테레즈가 일하던 장난감 가게에 손님으로 왔던 캐롤,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이들의 사랑은 영화 내내 긴장감이 넘친다. 첫 만남의 설렘과 서서히 짙어져가는 사랑의 감정이 두 배우의 눈빛을 통해 완벽하게 재현된다.

캐롤 에어드. ⓒCGV아트하우스

<캐롤>은 칸 영화제 시사회에서 10분간 기립 박수가 이어질 정도로 두 배우의 연기력뿐만 아니라 촬영, 의상, 음악 등에 대한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다.

 

동감

'동감' 원작.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동감' 원작.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유지태, 김하늘의 주연의 한국 판타지 멜로 영화 <동감>이 22년 만에 리메이크되어 지난 11월 16일 개봉했다.

무늬. ⓒCJ CGV
무늬. ⓒCJ CGV

2022년 <동감>은 여진구와 조이현이 주연을 맡았으며 원작의 흐름을 유지하되, 주인공들의 시대적 성별을 바꿨다. 원작에서는 김하늘이 과거의 인물을, 유지태가 현재의 인물을 연기했으나, 2022년 동감에서는 여진구가 95학번 김용 역을, 조이현이 21학번 무늬 역을 맡았다. 다른 시대에 살고 있는 두 사람은 무전기를 통해 서로 소통하며 고민을 털어놓으며 가까워진다.

김용. ⓒCJ CGV
김용. ⓒCJ CGV

영화는 김용을 통해 199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무늬를 통해 솔직하고 발랄한 요즘 20대의 모습을 함께 보여줬다. 원작과는 다른 통통 튀는 매력을 지닌 영화로 조금 더 가볍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풋풋함과 설렘뿐만 아니라 아련함과 그리움의 감정까지 느끼게 해주는 영화 6편을 함께 살펴봤다.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크리스마스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잔잔함과 차분함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나누고, 한 해 동안 수고한 스스로에게도 따뜻한 안부를 전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남유진 기자 : yujin.na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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