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잘못이 아니다."
심리학 교수인 숀(로빈 윌리엄스)이 어린시절 반복된 파양과 가정 폭력을 겪은 주인공 윌(맷 데이먼)에게 건네는 진심 어린 위로다. 이 장면은 1997년에 개봉한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영화 '굿 윌 헌팅'의 명장면 중 하나다.
지난 11일 방영된 SBS '지선씨네마인드'에서는 '굿 윌 헌팅'이 오늘의 상영작으로 선정됐다.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박지선 숙명여자대학교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상처가 일상이 된 지금, 치유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이 영화를 소개했다.
영화 '굿 윌 헌팅'은 타고난 두뇌를 지닌 천재지만 입양과 파양, 가정폭력으로 마음속 상처와 결핍을 가진 윌의 치유에 관한 이야기다.
어린 시절 반복된 파양과 가정 폭력으로 주인공 윌은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고 거칠고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심리학 교수인 숀은 윌이 말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자신의 일상 이야기를 통해 윌과 소통했다. 결국 윌은 숀에게 덤덤히 어린 시절 양부로부터 겪었던 가정 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숀은 조심스럽게 윌에게 다가가 "이 모든 건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했다.
고개를 떨구는 윌에게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라"고 말하는 숀. 윌이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치자 숀은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다시 말한다. "알아요"라고 윌이 대답했지만, 계속해서 숀은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했다. 숀의 말에 갑자기 화를 내던 윌은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숀을 끌어안고,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내며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영화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도 "이 장면에서 눈물이 핑 돈다"고 말했다.
박지선 교수는 영화 속에서 윌이 감정적으로 화를 냈던 두 장면을 언급했다. 윌이 정신 상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듣던 순간과 윌의 연인인 스카일라가 윌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박지선 교수는 "치료나 도움을 받을 때는 나한테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윌은 피해자인데 윌한테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아직까지 아무도 사과한 적이 없다"고 핵심을 짚었다.
이어 "왜 내가 나한테 문제가 있다고 내가 인정을 해야 해?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윌이) 도움을 준다는 말에 화를 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지선 교수는 숀이 핵심을 짚었다며, "평생 윌이 듣고 싶었던, 확인받고 싶었던 말을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명장면 이외에 박 교수는 자신이 이 영화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의 대사를 언급했다. 윌이 빨리 데이트하러 가자고 재촉하며 연인인 스카일라의 과제를 대신해주려고 할 때, 스카일라가 '나는 이걸 꼭 배워야 해'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박지선 교수는 "천재인 윌은 배우지 않아도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인데, 스카일라는 그런 쉬운 길을 가는 사람이 아니라 그 과정,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러며 "그런데 사실 숀이 (윌의 상담에서) 영화 내내 이야기하는 게 '윌 네가 두렵다고 해서 시도조차 해보지 않으면 안 돼'라는 것이다. 스카일라는 (이를) 행동으로 보여준 사람"이라고 말했다.
양아라 기자 ara.yang@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