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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야?" '올빼미'서 '왕' 역할 제안받은 유해진이 감독에게 던진 질문은 솔직 그 자체고 담백하다

'무사', '왕의 남자', '혈의 누', '전우치', '해적: 바다로 간 산적', '택시운전사', '1987', '말모이', '봉오동 전투'

<올빼미>, '인조'로 돌아온 유해진

'인조'로 돌아온 유해진. ⓒ(주)NEW
'인조'로 돌아온 유해진. ⓒ(주)NEW

 

배우 유해진이 돌아왔다. 타짜도 형사도 아닌 왕으로. <올빼미>는 유해진이 25년 연기 인생 최초로 왕을 연기한 작품이다. 류준열과는 <택시운전자>, <봉오동 전투>에 이은 3번째 협업이다. 흔치 않은 사극 스릴러 장르물 <올빼미>에서 유해진은 아들 소현세자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파헤치는 왕 '인조'로 열연했다.

인조 역할을 제안 받은 유해진이 처음 한 생각은 "왜 나야? 다른 배우 많잖아?"였다. 안태진 감독에게 이유를 물으니 "유해진만의 왕이 기대가 된다"는 대답이 돌아와 승낙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왕에 대한 마음이 전혀 없던 것도 아니다. 유해진은 "왕 역할을 한 번쯤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었다"라며 "관객들이 '뭐? 유해진이 왕을 한다고? 어떻게 하나 한번 보자' 이런 생각만 안 하고 편하게 보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코믹한 캐릭터로 강한 인상을 남긴 배우의 자연스러운 고민이다. 

<올빼미> 개봉(11월 23일)을 앞두고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유해진. 그는 2005년도 출연작인 <왕의 남자> 촬영지에서 <올빼미>를 찍었다고 밝혔다. 그때 역할은 광대, 지금은 왕이니 감회가 남다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왕의 남자> 말고도 유해진이 출연한 사극이 제법 되는데. 이 기회에 복습해보는 건 어떨까.

 

<무사>의 '도충'

흙투성이 얼굴. ⓒCJ 엔터테인먼트
흙투성이 얼굴. ⓒCJ 엔터테인먼트

명나라로 간 무사들, 무사히 고려로 돌아올 수 있을까? <비트>, <아수라> 등으로 유명한 김성수 감독의 네 번째 작품 <무사>다. 작중 유해진은 군대를 무려 두 번이나 간 남자 '도충'을 연기했다. 위 사진에서 느껴지듯 정식 무사는 아니지만 성격만 놓고 보면 그 이상이다. 상사, 스님, 공주에 공평하게 막말을 뱉는다. 비꼬기, 욕하기, 무시하기의 달인이다. 그러면서 또 은인은 잊지 않고 챙긴다. 자신을 도와준 한족 여성의 목숨을 살리려 양날 도끼 들고 거친 전장을 가로지르는 도충. 무사히 서경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가족과 재회하는 게 유일한 목표다. 정우성, 주진모, 안성기의 중후한 '무사'와 또 다른, 다혈질에 소시민인 유해진식 '무사'를 보는 것도 <무사>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혈의 누>의 '독기'

표정에서 느껴지는 긴장감. ⓒ시네마서비스
표정에서 느껴지는 긴장감. ⓒ시네마서비스

<번지점프를 하다> 김대승 감독의 차기작 <혈의 누>.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심상치 않음은 결코 착각이 아니다. <혈의 누>는 개봉 당시부터 파격적인 소재와 연출, 그리고 충격 그 이상의 결말 등으로 화제였다. 장르도 독특하다. 추리, 스릴러 사극이니 말이다. <혈의 누>는 외딴 섬마을 오동도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다. 작중 유해진은 마을 주민 '독기'로 등장해 사건을 해결하려는 수사관 '이원규'(차승원) 일행에 사건의 실마리를 쥐여준다. 

 

<왕의 남자>의 '육갑'

광대의 삶. ⓒ시네마서비스
광대의 삶. ⓒ시네마서비스

이준익 감독의 천만 영화 <왕의 남자>에도 유해진이 나온다. '장생'(감우성)과 '공길'(이준기)와 맞붙었다가 완패한 광대 패거리의 '육갑'을 맡아 연기했다. 육갑은 칠득, 팔복과 함께 한양 저잣거리에서 활동했는데. 장생, 공길에게 진 뒤로 그들과 합심해 연산군과 후궁을 조롱하는 판을 벌였다가 궁궐로 끌려가는 고초를 겪는다. 공길이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지?"라고 물어 장생이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지"라고 답했다면 육갑의 마지막 대사는 "모두 여기 있어!"다.

 

<전우치>의 '초랭이'

우치야, 부적 받아라! ⓒCJ ENM
우치야, 부적 받아라! ⓒCJ ENM

"나 초랭이, 더러운 인간으로 사느니 아름다운 개로 죽겠다!" 맛깔나는 대사로 유명한 최동훈 감독의 퓨전 사극 <전우치>. 최동훈 감독과는 <타짜>에 이어 두 번째 협업이다. 유해진은 작중 '전우치'(강동원)을 도와 '화담'(김윤석)을 막고자 하는 조력자 '초랭이'를 맡아 연기했다. 전봇대도 뽑아버릴 정도로 힘이 세지만 그리 똑똑하지는 않은데, 이유는 그가 개이기 때문이다. 진짜 사람이 되게 해준다는 화담의 말에 속아 전우치의 부적을 훔쳤다가 다시 의리를 지키는 이유도, 그가 개이기 때문이다. 비록 도술로 변해 사람이 된 것이지만 사람보다 더 사람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초랭이. 넓은 바다에서 펼쳐지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면 '진 주인공'으로 초랭이를 꼽아도 이상할 것 없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철봉'

웃음 배달 간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웃음 배달 간다. ⓒ롯데엔터테인먼트

<해적: 바다로 간 산적>에서 '철봉'이 "(물에 빠졌을 때) 음~ 파, 음~ 파 이것만 기억하면 되는 겨. 등신마냥 파, 음~ 하면 뒤지는 겨!"라고 했을 때 웃지 않은 관객이 몇이나 되려나. 코믹 액션 사극 <해적>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게 철봉이다. 그가 수영의 기본기 "음~파"를 아는 이유는 간단하다. 원래 해적이었기 때문이다. 주인공 '장사정'(김남길)이 바다로 간 산적이라면 철봉은 산으로 간 해적인 셈이다. 산적패에 들어간 이후 신참이란 이유로 온갖 잡다한 일을 떠맡은 철봉. 그러나 산적패가 바다로 가서 옥새를 찾기로 결정한 이후 그의 서열은 No.2로 급상승했다. <해적>의 굵은 사건을 터뜨리는 인물은 장사정과 여월이지만 큰 웃음 터뜨리는 인물은 철봉이니 이직에 완전 성공했다.

 

<택시운전사>의 '황태술'

택시운전사들. ⓒ(주)쇼박스
택시운전사들. ⓒ(주)쇼박스

<택시운전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만든 작품이다. <의형제>, <고지전>의 장훈 감독이 연출하고 엄유나 감독이 시나리오를 썼다. 의외(?)로 유해진과 송강호가 처음 합을 맞춘 작품이기도 하다. 작중 유해진은 광주 택시 기사 중 대표격인 인물 '황태술'을 연기했다. 서울에서 온 '김만섭'(송강호) 일행을 스스럼없이 재워주고 식사를 대접하는 등 정 많은 인물이다.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 하는 인물들'이 주인공인 작품인 만큼, 황태술 또한 광주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그리고 유해진은 다음 작품에서 본격적으로 민주화 운동에 뛰어든다. 

 

<1987>의 '한병용'

교도관의 잡지. ⓒ(주)쇼박스
교도관의 잡지. ⓒ(주)쇼박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서 이어지는 1987년 6월 민주 항쟁으로 배경으로 한 영화 <1987>은 쟁쟁한 캐스팅으로 주목을 끌었다. 김윤석, 하정우, 김태리, 박희순 등의 올스타들이 모인 가운데 유해진은 교도관이자 '이연희'(김태리)의 삼촌 '한병용'을 연기했다. 평범한 교도관인 듯 보이지만 그의 두 번째 직업은 '비둘기'. 재야 운동가들 사이를 오가며 비밀리에 메시지를 전하는 민주화 우체부라고 할 수 있다.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진실'이라는 영화 테마의 한 축을 맡았다.

 

<말모이>의 '김판수'

문자의 소중함. ⓒ롯데엔터테인먼트
문자의 소중함. ⓒ롯데엔터테인먼트

<택시운전사>에 이어 엄유나 감독이 쓴 작품에 두 번째로 출연한 유해진. 그의 임무는 최초의 국어사전이자 우리 말의 총 집합체인 '말모이' 완성이다. 영화 <말모이>는 새로운 형태의 독립운동을 그린 작품이다. 대개 독립운동 영화 하면 떠오르는 총을 든 선각자의 이미지와 달리 <말모이> 독립운동가들은 책을 펼치고 글을 모은다. 언어가 그들의 무기이자 울타리, 보고다. 유해진이 연기한 '판수'는 본래 글을 익힌 적이 없으나 우연히 취업하게 된 조선어학회에서 우리 언어의 소중함을 깨닫는 인물이다. 또 다른 주인공은 '말모이' 완성을 주도하는 '정환'(윤계상)인데, 유해진과는 <소수의견> 이후 3년 만의 재회다. 

 

<봉오동 전투>의 '황해철'

스카페이스. ⓒ(주)쇼박스
스카페이스. ⓒ(주)쇼박스

유해진의 독립운동 무기가 글에서 칼로 바뀌었다. <봉오동 전투>에서 유해진은 항일대도를 휘두르며 일본군을 상대하는 '해철'을 맡아 투지를 200% 끌어올렸다. <봉오동 전투>는 3·1운동이 막 끝난 시점에서 출발하는데, 해철이 이끄는 독립군의 목표는 단 하나. 자신의 몸을 미끼로 써서라도 불리한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봉오동 일대 계곡과 능선을 활용한 전투 신과 유해진의 냉정하고 카리스마 있는 면모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유해강 기자 haekang.yo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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