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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실명하기 전에" 치료법 없는 유전병으로 실명이 예정된 세 아이들을 위해 이 부모는 가족 세계여행을 떠났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력을 잃거나 저하시키는 희귀 유전적인 질환인 망막 색소증.

캐나다 부부 에디스 르메이와 세바스찬 펠레티어는 네 아이의 부모다.

그런데 이들은 첫째 딸 미아가 세 살 때 앞을 잘 못 본다는 걸 확인하고 안과에 갔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미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력을 잃거나 저하시키는 희귀 유전적인 질환인 망막 색소증 진단을 받았다. 게다가 미아의 동생인 두 아들 콜린과 로랑도 비슷한 증상을 보이더니 미아와 같은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또 다른 아들 레오는 괜찮다는 진단을 받았다.

CNN을 통해 에디스는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현재 병의 치료 방법이나 진행을 느리게 할 방법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얼마나 실명이 빨리 진행될지 알 수 없지만 중년이 되기 전 아이들이 완전 실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아는 3살 때부터 시력을 서서히 잃어갔고 현재 12살이다. 그는 "엄마, 눈이 안 보인다는 건 어떤 거야?"라고 묻기도 했다. 

부모로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지만 이들은 아이들에게 최대한 의미 있는 추억을 남기기 위해 과감한 결정을 했다. 

에디스와 세바스찬은 아이들이 실명하더라도 인생을 잘 살 수 있도록 교육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미아의 담당의는 "아이들이 실명하기 전에 최대한 많은 걸 보고 '시각적 기억'을 많이 간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라는 조언을 건넸다. 에디스와 세바스찬은 이에 아이들이 최대한 많은 걸 보고 경험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세계 여행을 계획했다.

에디스는 "아이들이 코끼리를 단지 책으로만 알길 바라지 않는다. 진짜 코끼리를 보여주고 싶다. 아이들에게 최대한 가장 아름다운 광경을 보여주고 기억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라며 세계 여행을 계획한 이유를 설명했다. 

세바스찬은 금융권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집에서도 할 수 있는 멋진 일이 많지만 여행이 지금은 우선이었다. 아이들에게 풍경, 다른 문화와 여러 사람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6명의 가족은 원래  2020년 7월에 출발할 예정이었고, 육로로 러시아를 여행하고 중국에서 시간을 보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예상치 못하는 상황에 여행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마침내 2022년 3월 이들은 세계 여행을 시작했고 에디스는 "이번에는 따로 목적지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가고 싶은 곳은 있지만 그때그때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가족의 첫 여행지는 아프리카 나마비아였다. 아이들은 코끼리, 기린, 얼룩말 등을 눈앞에서 보고 잠비아, 탄자니아 등도 방문했다. 이후 튀르키예에서 한 달을 여행했다. 그리고 몽골과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 세바스찬은 "시각적인 경험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하며 "동식물을 아이들에게 가능한 한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집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보여주며 아이들이 정말 좋은 경험을 기억하길 바란다."

이 부모는 아이들이 아름다운 광경을 보는 것 외에도 여행을 통해 강한 대처 능력을 키우길 바라고 있다. "아이들이 시력을 잃어갈 때, 힘들 것이다. 여행을 통해 그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인내심, 회복력 등을 배우길 바란다. 여행은 즐거우면서도 힘든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다. 불편한 상황도 있고 피곤하고 화도 난다. 여행이라는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게 많다." 

부모는 아이들이 추후 시력을 완전히 잃더라도 전 세계를 여행할 수 있었다는 특권을 기억하길 바라고 있다. "아이들에게 인생의 시련이 예정돼 있지만 여전히 그들은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항상 기억하길 바란다. 아직까지 아이들은 여행에 잘 적응하고 있다. 매우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음식에도 곧잘 도전한다."

부부는 아이들에게서도 배웠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시각과 우리가 보는 게 다르더라. 우리가 특이한 풍경을 보고 아름답다고 말할 때, 아이들은 길에서 본 (비교적 흔한 장면인) 강아지들이 제일 보기 좋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언제 아이들이 실명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가족으로서 소중하게 보내고 싶고 아이 개개인이 이 경험을 최대한 즐기고 앞으로의 삶에도 적응하길 바란다." 에디스와 세바스찬의 바람이다. 두 사람은 여행 중에도 틈틈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공부를 가르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형제들도 더 사이가 좋아졌다. 세바스찬은 "여행 중 아이들은 서로를 더 신뢰하고 끈끈해졌다. 앞으로 인생에서도 이들이 서로를 지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쩌면 아이들이 완전 실명까지는 안 될 수도 있다는 희망도 놓지 않고 있다. 기적처럼 치료법이 발명되길 바란다. 하지만 알 수 없다. 그전까지 우리는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능력을 가르칠 것이다."

 

 

 

 

안정윤 기자: jungyoon.ahn@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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