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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데스노트' 다음 후보는 황우여 교육부장관?

  • 허완
  • 입력 2015.10.26 11:07
  • 수정 2015.10.27 05:26
ⓒ한겨레/청와대사진기자단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이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경질을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교육부의 대응이 잘못됐다는 이유에서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찍어내기'가 또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친박 김태흠, "황우여 장관 갈아 치워야 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의원은 26일 친박계 주축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이 주최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왜 필요한가' 토론회에서 "교육부가 첫 대응을 잘못했으니 장관을 경질해 갈아 치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처음에 올바른 교과서로 만들어야 한다는 대명제로 본질적 문제를 앞에 내걸고 방법론적으로 검인정 강화냐, 국정화냐로 갔어야 한다"면서 "이후 검인정 강화는 (좌파의) 카르텔 때문에 어려우니 국정화로 가야한다는 형태로 진행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대학교수들이 집필을 거부하겠다고 했을 때 '누가 집필하라고 했느냐', '초록이 동색이고 그런 성향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라고 했어야 했는데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10월26일)

찍어내기? 하나의 단서

국정화 논란이 이어지는 중에 친박계인 김 의원은 왜 갑자기 '장관 교체'를 주장한 걸까? 하나의 단서는 지난주 김재춘 교육부 차관이 전격 경질됐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국정화 관련 실무작업을 진두지휘해왔던 김 차관의 경질은 교육부에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차관급 인사를 통해 재임 8개월밖에 되지 않은 교육부 차관을 전격 교체했다. 한국사 교과서 논란 와중에 국정화 실무 작업을 진두 지휘하던 차관을 경질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교육부 안에서는 김재춘 교육부 차관의 교체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분위기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사실상 총대를 멘 김 차관의 경질은 뜻밖이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10월19일)

경향신문은 "김 차관은 취임 당시만 해도 대통령비서실 교육비서관을 거친 ‘실세 차관’으로 여겨졌다"며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주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교육부가 상당 기간 미온적 자세를 보인 데 대해 ‘군기 잡기’ 성격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고 메시지'

이틀 뒤인 21일, 한국일보는 "원래 경질 타깃은 황 부총리였지만 여러 여건 상 김 차관 경질로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정부 고위 소식통'의 말을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왜 황우여 장관에게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는 얘기일까? 한국일보의 분석 중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준비와 결정 이후 대응과정에서 황 부총리에 대한 청와대의 불만은 크게 높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 소식통은 “대통령의 국정화 의지가 강한 상황에서 황 부총리는 몸을 사렸고, 교육부는 전혀 준비를 하지 않았다”며 “방침 결정 이후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도 아무런 역할을 못했다”고 말했다. 반발 여론을 미리 의식해 국정화 당위성을 뒷받침할 자료를 거의 준비하지 않았던 데다 여론 조성을 위한 여론지도층, 학계 등과의 접촉도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 10월21일)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황우여 장관이 국정화 반대 여론 등을 의식해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였고, 이게 박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 눈밖에 나면 끝이다

이 보도에 따르면 익명의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은 임기 내 뭔가 이루려고 하는데, 싸워줘야 할 분이 총선만 바라보는 '자기정치'를 하고 있으니 좋게 보일 리 있겠느냐"고 말했다.

'자기정치'는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를 사실상 끌어내릴 때도 나왔던 단어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판단 하에 더는 함께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 2월 유승민 원내대표가 취임한 뒤로 보여준 행보를 "정부와 여당을 뒷받침하는 정치가 아니라 자기를 위한 정치"로 판단했다고 한다.

(중략)

유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증세없는 복지론의 수정을 요구하면서 당이 국정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했고, 2월 첫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선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 관계자는 "이때부터 이미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 관계는 어긋났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과 정반대의 시각을 제시함으로써 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를 신뢰하지 못하는 첫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6월28일)

박 대통령은 당시 공개석상에서도 유승민 원내대표를 '콕 집어'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이를 "배신의 정치"로 규정한 바 있다.

짐이 곧 국가다...?

박근혜 대통령이 다른 그 어느 것보다 '배신'을 끔직하게 싫어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측근에 의해 죽임을 당했고, 권력에서 멀어지자 사람들이 등을 돌리는 모습을 목격했던 경험에서 기인한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박 대통령이 종종 쏜다는 '레이저'에 대한 이야기도 여러 번 소개됐다.

박 대통령의 ‘레이저 빔(광선)’도 유명하다. 본인의 의사에 어긋나는 발언을 하는 인사를 향해 박 대통령이 눈으로 쏘아 보는 경우가 있는데 시선이 강력해 마치 레이저 빔에 맞는 것 같은 느낌이라는 것이다. 한 정치인은 “박 대통령 당선 직후 당 소속 의원들과 모임에서 한 중진의원이 레이저 빔에 맞았는데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 뻔 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10월23일)

레이저 발사...

“아, 이게 말로만 듣던 ‘박근혜 레이저’구나!”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은 안대희는 전화가 끊어지고 나서야 자기가 레이저를 맞았다는 걸 깨달았다. 2003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으로 대선자금을 수사하며 ‘국민 검사’라는 별명까지 얻었고, 대법관을 지낸 뒤 새누리당에 영입된 안대희였다. (동아일보 2013년 6월15일)

오태규 한겨레 논설위원실장은 '유승민 사태'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장성택 '숙청'과 비교하며 이렇게 덧붙인 바 있다.

자기중심적이며 절대적인 가치를 기준 삼아 그에 어긋나는 사람이나 세력은 반드시 박멸하고 말겠다는 태도는 21세기 문명사회의 정신과는 거리가 멀다. 신하가 군주를 부모처럼 떠받치는 것을 당연시하는 봉건제나 군주제 아래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런 점에서 아시아에서 손꼽는 민주주의를 가꾸어왔다고 자부하는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이런 인식과 태도를 드러낸 것은 한국 민주주의의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오태규, 7월7일)

비슷한 시기, 이충재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짐은 곧 국가라는 왕조시대적 권위의식이 물씬 풍긴다"며 "민주사회에서 대통령이 정부고 국가이며 곧 국민이라는 발상은 위험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친박'으로 분류되던 황우여 장관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걸까? 박근혜 대통령은 정말 황 장관을 내치려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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