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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해전 | 힘 조절에 성공한 우파 영화

영화 [연평해전]은 5.18 광주 민주항쟁을 보편적 정서에 호소해 역시 "적게 보여주기" 방식으로 접근한 영화 [스카우트]와 (우파 쪽에서) 같은 반열에 설 만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즉 정치적 메세지를 담은 예술작품을 만들려면 우선 기본적으로는 그 메시지보다는 예술이라는 형식이 갖추어야 하는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고, 무엇보다도 설득하고자 하는 수용자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을 담아야 하는데 적어도 이 점에서 영화 [연평해전]은 최소한의 기준점수는 통과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 바베르크
  • 입력 2015.07.28 08:24
  • 수정 2016.07.2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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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주(註): 아래 글에는 현재 개봉 중인 영화 [연평해전]의 스포일러라고 볼 수도 있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으니 동 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신 분 중에서 스포일러 당하기 싫으신 분들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어제(7월 27일)는 한국전쟁 휴전 기념일이다.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시작되어, 3년 1개월여를 끈 동족상잔의 비극 6.25는 이 땅에 엄청난 상흔을 남긴 채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조인되어 막을 내렸다. 그러나 그 후 62년이 지났어도 이 땅에서 전쟁은 공식적으로 종식되지는 않았으며, 한반도는 여전히 정전 상태일 뿐이며 3대 세습을 이어 가고 있는 북한의 김정은 독재정권은 핵무기 보유를 주장하며 남한에 대한 전쟁 위협을 여전히 하고 있는 실정이다.

명색이 정통 수구 꼴통(쿨럭;) 블로거임을 표방하는 필자가 이렇게 휴전협정 체결 62주년을 맞아 (아무도 관심 없겠지만) 기념하는 포슷팅 하나가 없어서야 되겠는가! 오늘의 주제는 역시 정통 수꼴답게 제대로 영화관에 가서 돈을 내고 본, 영화 [연평해전]이 되겠다. 예전 국방부(?)에서 만든 홍보영화인 배달의 기수 같은 느낌적 느낌일 것이 우려도 많았지만, 글쎄 [연평해전]은 꽤나 잘 만든 상업영화로 보여졌다.

내 생각에는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좌우를 막론하고) 중요한 것은 "힘을 빼는" 것인데 영화 [연평해전]은 그 점에서 아주 영리하게 접근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영화의 주된 테마는 이미 오랫동안 널리 알려져 왔고, 보수 언론들이 열심히 보도하여 왔음. 정리해 보면, "북한에 대한 퍼주기 정책인 소위 햇볕정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 이미 1차 연평해전이 일어났던 한반도의 화약고 서해 5도 지역에서 2002년 김대중 정부 당시 정권과 군 수뇌부는 북한군이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설사 북한군이 NLL을 먼저 넘더라도) 공격하지 말라는; 어처구니 없는 교전규칙을 유지하고 있었고, 당시 참수리 357호 등 우리 해군은 불합리한 것을 알면서도 할 수 없이 그 교전규칙을 따르다가 그만 참수리 357호는 도발한 북한군에 격침되고, 거기 타고 있었던 소중한 우리 장병들은 전사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당시 대통령은 이렇게 우리 함정이 격침되고 장병들이 전사한 와중에 왜 때문인지 일본까지 가서 월드컵 결승전에 가 박수나 치고 있었고; 장병들의 장례식엔 정부와 군의 고위 관계자들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는 것.

주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전부 사실로 알고 있는ㄷㄷㄷ 이 서사를 극화하면서, 영화 [연평해전]은 바로 힘 빼기 신공을 시전하니, 위 서사에서 이른바 민주개혁세력을 공격하는 결정타가 되어야 할 당시 대통령의 일본에서의 월드컵 결승전 직관 장면 화면을, 쏙 빼놓은 것. 영화 [연평해전]에서는 순국 장병들의 장례식을 앞두고 당시 대통령이 일본 방문 일정을 (바꾸겠다는 검토조차도 없이) 그대로 한다는 뉴스를 고(故) 윤영하 참수리 357호 정장 부친이 의외라는 듯한 표정으로 모습으로 지켜보는 장면으로 간접적으로 처리하고 만다.

이렇게 이 장면을 빼버린 것은 어찌 보면 이 영화 [연평해전]의 감독과 제작자가 대단한 자제력을 발휘한 것이라 할 만하고 있을 법한 정치적 논란을 알아서 차단시킨 신의 한 수가 아니었을까? 어차피 당시 일에 관심 있는 이들은 다 알고 있는 일이고, 이제 이 영화 [연평해전]으로 인해 이 참사에 새로이 관심을 갖게 된 이들(영화를 만든 이들이 어쩌면 진정한 타겟 관객층으로 상정한 이들)은 이제 차차 알게 될 터였다. 서두를 필요 없다고, 일찍부터 전직 대통령의 실명 비판에 나서서 논란을 자초할 일이 없다고, 교묘;하게 계산한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라고나 할까.

대신에 영화 [연평해전]은 참수리 357호에서 죽어간 장병들은 관객들 당신들과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었다는 걸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전국민이 월드컵 열기에 빠져 있었던 2002년 6월, 이들도 그저 경기 한 번 더 보고 싶고, 붉은 악마 티셔츠 입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하고픈 평범한 이 반도의 청년들, 당신들과 하등 다를 바 없었던 사람들이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데 집중한다. 이 점에 있어서는 글쎄 나 같은 막눈이 보기에는 이 영화 [연평해전]은 꽤 성공한 것 같다. 영화를 보며 (아무도 관심 없겠지만) 나도 많이 울었다.

이 점에서 영화 [연평해전]은 5.18 광주 민주항쟁을 보편적 정서에 호소해 역시 "적게 보여주기" 방식으로 접근한 영화 [스카우트]와 (우파 쪽에서) 같은 반열에 설만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즉 정치적 메세지를 담은 예술작품을 만들려면 우선 기본적으로는 그 메시지보다는 예술이라는 형식이 갖추어야 하는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고, 무엇보다도 설득하고자 하는 수용자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을 담아야 하는데 적어도 이 점에서 영화 [연평해전]은 최소한의 기준점수는 통과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영화 [연평해전]에 대한 (역설적이지만) 진정한 찬사는 요란한 조선일보의 거듭되는 상찬이나 이른바 진보 문화진영의 의도적(?) 침묵보다는, 김대중평화센터가 보인 즉각적 반박 성명이 아닐까 싶다. 당시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이 단체는 이 영화 [연평해전]이 자신들이 기리는 전직 대통령의 명예에 대해 진정 위협적인 존재임을 깨달았던 것이 아닐까?

영화 [국제시장]도 그렇고 앞으로도 소위 진보 진영 문화계는 이런 잘 빠진, 그리고 힘 뺀^^ 우파 상업영화들을 계속해서 직면하게 될 것이다. 뭐 관객 입장에서야 노골적인 프로파갠더들을 보는 것 보다야 낫지 않겠는가? 물론 영화 보는 동안 정신줄 놓지 않게 바짝 정신차려야겠지만 말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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