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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15일 09시 46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3월 17일 14시 12분 KST

대통령께서 진노하셨어야 할(?) 잘 빠진 상업영화 [국제시장]

글쎄 내가 보기에는 독일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남편이 다시 돈에 팔려 외국 전쟁터로 나가는 상황에 몰리게 된 부인이 국가 당신들은 도대체 해준 게 뭐냐고 항변하는 장면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솔직히 나는 그 장면을 보고 애국심이 샘솟기는 개뿔;;이고 허약하며 국민에게 희생만 강요한 정부에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 또한 이거 뭐 북한도 아니고 모두 숨 막힐 만한 분위기 속에서 국기에 대해 배례^^하며 안 하면 눈치 주는; 상황이라니 도대체 그 국기배례(한숨) 장면을 박근혜 대통령께 그렇게 왜곡하여 전달한 자가 누구인지 하루빨리 색출해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필자 주(注): 이하의 글은 영화 [국제시장] 스포일러가 가득 들어 있는 글이니 이 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 중에 스포일러 당하기 싫으신 분은 더 이상 이 글을 읽지 마시기 바랍니다.

영화 [국제시장]이 관객이 천만을 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영화 역대 흥행작 중 12위라고 하고, 감독 윤제균님은 영화 [해운대]에 이어 두 번째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감독이 되었다고. 이 영화에 대하여는 윤제균 감독님이 당신께서 언론에 자세히 설명한 인터뷰가 있고, 영화 평론가 허지웅님의 이 영화에 대한 평가도 논란이 되었지만, 윤제균 감독님의 인터뷰에도 나와 있듯이 다른 모든 장르의 (상업)예술작품과 마찬가지로 영화도 일단 만들어져서 상영되면 창작자의 손을 떠나 관객들에 의하여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기에 (아무도 관심 없겠지만) 영화 [국제시장]에 감동하면서 본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그 영화를 본 감상을 내 트위터에 적었던 것을 다시 정리하여 보았다.

영화 [국제시장]에 관하여 박근혜 대통령께서 이 영화를 보시지 않고 (아마도 예고편 같은 걸 보시고) 주인공 부부가 부부싸움 중 국기 강하식 때 국기에 대하여 "배례"(웃음)하는 것을 예로 드시면서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자고 하셨다는데 영화 [국제시장] 관람을 마치고 나니 박근혜 대통령께서 이 영화를 (제대로) 보신다면 상당히 노여워하실 것이라는 데 풀빵 하나 걸 수 있고(응?) 오히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경쟁하셨던 문재인 의원님께서 매우 감동하실 것 같다고 당초에 내 트위터에 올렸었는데,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아직 보지 않으신 것 같지만, 나중에 실제로 문 의원님께서 영화를 보시면서 낙루까지 하시며 감동하셨다는 기사는 읽었으니 내 예측이 일부는 맞은 셈.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역시 아무도 관심 없겠지만) 우선 영화 [국제지상] 중 국기강하배례^^ 장면 맥락부터 살펴 보자. 이 장면은 파독(派獨) 광부 근무를 마친 주인공 덕수가 파독 간호사였던 김윤진님 배역의 부인 영자와 결혼 후 여동생 결혼자금 마련을 위해서(이 부분도 중요한 장치라 생각하는데 이건 좀 이따 얘기하기로 하자) 다시 월남에 (아마도 최근에 땅콩회항으로 문제된 회사의 모(母)기업이 모델이 된 회사의 직원으로) 파견 가는 것과 관련해 부부가 엄청 싸우다가 국기강하식을 알리는 소리(매일 5시-?-였던 것으로 기억)가 나자 덕수가 먼저 일어나 배례^^를 하고 영자는 못마땅한 듯 있다가 주변에서 공포;에 질려 눈짓을 주자 못마땅한 듯한 표정으로 배례(웃음)하는 장면이다. 이어서 국기가 게양되는 장면이 아니라 강하하는 장면을 잡았다.

글쎄 내가 보기에는 독일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남편이 다시 돈에 팔려 외국 전쟁터로 나가는 상황에 몰리게 된 부인이 국가 당신들은 도대체 해준 게 뭐냐고 항변하는 장면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참으로 상징적으로도 국가를 상징하는 국기는 (국민에 대한 제대로의 보호나 국내에서 살 수 있는 여건도 만들지 못한지라) 꼬리를 내리듯-_- 내려가는 장면을 잡았고.

솔직히 나는 그 장면을 보고 애국심이 샘솟기는 개뿔;;이고 허약하며 국민에게 희생만 강요한 정부에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 또한 이거 뭐 북한도 아니고 모두 숨 막힐 만한 분위기 속에서 국기에 대해 배례^^하며 안 하면 눈치 주는; 상황이라니 도대체 그 국기배례(한숨) 장면을 박근혜 대통령께 그렇게 왜곡하여 전달한 자가 누구인지 하루빨리 색출해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아울러 이 영화에서 가장 철딱서니; 없게 나온 배역 중의 하나가 주인공의 큰 여동생역인데 이 여동생이 남친이랑 결혼하겠다고 난리 치는 바람에 때문에 파독 광부로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를 넘긴 주인공 덕수는 다시 전쟁 중인 월남에 가기로 한다. 이 여동생 역의 배우는 바로 김슬기님이다. 배우 김슬기님이 누구이신가ㄷㄷㄷ CJ 이재현 회장님이 구속되시기 전(쿨럭;) CJ계열의 케이블 채널의 SNL Korea(?)에서 한 인형극에서 다름 아닌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배역을 하셨던 분 아니었나?

솔직히 말해 난 이 배역을 보고 소름이 쫙 끼쳤다. 김슬기 배우님이 한 그 여동생역은 남자 형제가 사지에 가든 말든(응?) 자기 고집만 세우고 올케와 엄마 앞에서 과부집이 되겠다느니 하는 망발이나 하는(쿨럭;) 모습을 시전하고 자기 치장이나 하며 연애하다가 야단맞는 역할임. 나중에는 막내 여동생 이산가족 찾기로 찾을 때 그냥 엄마 옆에서 그에 편승해 울어주고 자기 결혼하며 아버지 노릇한 오빠한테 울어주는 역이나 했다. 막말로 김슬기 배우님(종전 박근혜 대통령역)의 이 역은 윗세대 향수에 딱 기대어서 등골이나 빼먹는 역할 아닌가? 이 영화 제작자가 실제로 그런 의도이실 리가 없고 내가 과도한 음모론에 빠진 탓이겠지만 적어도 SNL Korea에서의 김슬기 배우님역을 기억하는 이로서는 슬몃 웃음이 나게 되는 캐스팅임은 틀림없었다.

이런 시시껄렁한 음모론 외에도 글쎄 이 영화에서는 어느 한 장면에서도 이른바 건국대통령 이승만이나 소위 보릿고개를 면하게 해준 박정희, 독재자 전두환에 대한 향수나 찬양 따위는 난 눈 씻고 보아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이 영화는 강박적일 정도로 정치적 공정성(political correctness)을 강조했다는 인상이었다.

예컨대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지만 주인공은 이북 실향민으로 설정되어 있고 "부산에 살면 부산사람이다"란 말은 노인이 된 주인공에 의해 부산에 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까지 확장된다. 이걸 주인공이 부산 토박이(?)로 보이는 중고생들에게 깨우쳐 주는 방식으로 보여준 것도 시사적이었다. 또한 주인공이 영남 출신 가수인 나훈아가 아닌 호남 출신 가수 남진을 좋아하고 심지어 월남 전장터에서 군복무 중인 남진에 의해서 목숨까지 구한다는 설정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나훈아님과 남진님 사이에 칼부림까지 있었다는 소문이 있었고, 호남 출신에 대한 편견이 존재했던 나라에서 적어도 이 영화는 "우리 착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란 모습을 보여주려 애썼다고 보여진다. 같은 맥락에서 주인공의 절친이 파독광부를 지원하며 "백마" 운운하는 저열한 발언을 내뱉었으나 주인공이 이를 나무라고, 또 나중에 그 주인공의 절친이 밖에만 나가면 한없이 작아지는(응?) 한국 남성의 모습을 보여준 것은, 그리고 나름 그 절친은 훈훈하게 역시 정치적으로 공정한 결혼(뭐래니?)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한 것은 이 영화가 일베나 서북청년단류의 적나라한 극우적 흐름과는 분명 선을 긋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한편 이 영화의 처음과 끝에 나오는 나비(?)의 모습은 (내가 보기에는) 미국의 우익 영화인 [포레스트 검프]에 대한 노골적 오마쥬인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실제 유명인들(정주영, 김봉남/앙드레김, 이만기, 남진, 김동건)의 모습이나 주인공이 한국현대사의 주요 장면들에 개입하는 것도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연상(엘비스 프레슬리, 닉슨, 애플사의 모습 등이 일단 떠오른다)시키는 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이 영화는 고대 로마의 개선장군 옆에 붙어서 끝없이 그에게 자만하지 말라고 속삭이는 역을 했던 이가 있었다는 것처럼, 주인공 덕수가 그렇게 추억팔이나 하면서 과거에 고집하니 가족을 포함한 주변에서 고립되고 고독하게 되고 만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른 건 모르겠고, 영화 마지막에 완고한 덕수도 끝내 현실을 인정하고 가게를 팔기로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지 않았냐 말이다.

또한 영화에서 세계 속에서 남한인들의 위상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그리면서, 종전의 장면을 세월이 지남에 따라 변주하고 있는 것도 무척 흥미로웠다. 미군을 따라 다니며 "초코레토"를 외쳤던 서글픈 소년이 베트남전에서는 미군 물자를 조달해주는 군수업자가 되어 미군 초콜릿을 얻으려는 월남소년에게 착한 도움의 손길을 뻗은 덕에 목숨을 건졌고, 또한 흥남철수 장면과 베트남에서의 한국인들의 철수장면을 겹치게 변주한 것이나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 본 경험이 완고한 덕수 같은 노인에게도 인간에 대한 존중을 심어줄 수 있었다는 식의 설정은 작위적이기야 하지만 또한 그만큼 남한이 그간 뭐랄까 국제분업의 먹이사슬에서 계속 위쪽으로 올라왔음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다.

아울러 이 영화가 한국현대사에서 의도적으로 논란이 될만한 역사는 생략하거나 중립적으로 다루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예컨대 6.25는 흥남철수의 드라마와 이승만의 육성으로 전하는 휴전 소식만을 선별해서 보여주었고, 베트남전도 남베트남의 패망일인 1975년 4월 30일을 베트남전 종전이란 건조한 자막으로 전하며 두 전쟁 모두 그 와중에 희생되는 무고한 민간인들의 희생과 고통만을 보여주어서 관객들의 동감을 끌어내는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화 운동 관련 내용들은 건드리지 않고 주된 이야기를 1983년 이산가족 찾기에서 딱 멈춘 것도 재미있는 지점이다. 이 영화가 오마주한 걸로 보이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가 미국의 60년대의 진보주의(liberalism)에 대한 노골적인 야유와 비판을 정면으로 퍼부은 것에 비하여 이 영화는 그저 말하지 않기 방식으로 대응했다고나 할까. "우리는 그저 남한 현대사 중 산업화쪽에만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 하기로 했습니다, 민주화에 관심 있는 분들은 영화 [스카우트](응?)나 영화 [변호인]을 보아주십시오"라고 말하는 느낌적 느낌이라고나 할까.

심지어 주인공의 절친역 배우 오달수는 영화 [변호인]에서는 주인공 송우석^^변호사의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역으로 거의 유사한 비중의 역을 맡기까지 하였으니 특히 영화 [변호인]과 영화 [국제시장]을 대립되는 세계관을 가진 영화로 설정하는 것은 전반적으로 아주 잘 만든 상업영화인 이 영화를 지나치게 오독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