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포스트코리아

  • 뉴스 & 이슈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 U.S.
  • U.K.
  • España
  • France
  • Ελλάδα (Greece)
  • Italia
  • 日本 (Japan)
  • 뉴스 & 이슈
    • 전체
    • 정치
    • 사회
    • 환경
    • 기타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1972년부터였다. 당시 44세였던 박병구(91) 할아버지는 어느 날부터 먹는 족족 게워내 버렸다. 먹은 것이 없으니 기운이 없었고, 자연히 일도 손에서 놓게 됐다. 사람들이 권유한 갖가지 약이나 음식도 소용없었다. 그런 할아버지를 살린 것이 ‘라면’이었다. 48년째 1일 3끼, 박 할아버지의 라면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48년째 라면만 먹는 박병구(91세) 할아버지
48년째 라면만 먹는 박병구(91세) 할아버지 ⓒ농심

1972년, 할아버지를 살린 ‘라면’

“젊을 때부터 장이 안 좋았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먹는 대로 토해버렸어요.”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광덕 4리에 사는 91세 박병구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마을 사람들로부터 들은 갖은 민간요법을 실천해보고, 약초를 달여 먹기도 했지만, 박 할아버지는 약마저 받아들이지 못했다. 장의 통로가 좁아져 음식을 소화할 수 없는 질병인 ‘장협착증’ 진단이 내려졌다. 어려운 형편에 수술까지 했지만, 차도가 없었다고. 묽게 쑨 미움조차 죄다 올려버려 그야말로 곡기가 딱 끊긴 상황. 박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이 ‘라면’이었다. ‘라면’을 먹으면 속이 확 풀어진다는 지인의 말에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절박감’이 더해졌다. 

삼시 세끼 박 할아버지의 주식은 오로지 라면뿐이다.
삼시 세끼 박 할아버지의 주식은 오로지 라면뿐이다. ⓒ농심

신기하게도 ‘라면’이 특효약이 됐다. 박 할아버지는 거짓말처럼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과 몇 년만에 처음으로 포만감을 느꼈다고. 그 순간 ‘살았구나’라는 생각과 더불어 잊고 있던 삶의 희망도 되살아났단다. 그렇게 ‘라면’과 함께한 지 벌써 48년째다. 간식도 밥도 전혀 먹지 않고 오로지 ‘라면’으로만 살아온 세월이다.

 

30여년 ‘안성탕면’과의 인연

한 가지 특기할만한 점은 지난 48년째 할아버지가 먹은 라면은 오로지 ‘농심’ 제품이었다는 것. 지금까지 먹은 라면 개수만 약 7만 7,000개에 달하는데 모두 ‘농심’ 라면이었으며, 대부분이 ‘안성탕면’이었다. 박 할아버지에 따르면 처음 맛 본 라면이 농심의 ‘소고기라면’이었고, 이후 ‘해피라면’에서 ‘안성탕면’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기간이 확실치 않으나 ‘안성탕면’ 출시가 1983년이고, ‘해피라면’ 단종 시기가 1990년대 초임을 감안해도 박 할아버지가 ‘안성탕면’을 먹은 지 30년 남짓 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왼쪽부터) ‘소고기라면’(1970), ‘해피소고기’(1982), ‘안성탕면’(1983)
(왼쪽부터) ‘소고기라면’(1970), ‘해피소고기’(1982), ‘안성탕면’(1983) ⓒ농심

같은 라면을 매일, 삼시 세끼 먹는다는 사실이 놀랍기만한데도 할아버지는 다른 라면은 도통 입맛에 맞지 않는다며 손사래를 친다. 다른 회사 라면보다 ‘농심’라면이 가장 담백하고 느끼하지 않아 계속 고집할 수밖에 없다는 것. 농심 측은 “안성탕면이 시골 장터의 우거지 장국을 재현해 만들어진 제품이라 부드러우면서도 구수한 맛이 박 할아버지가 오랜 시간 부담 없이 라면을 드실 수 있었던 비결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라면 끓일 준비를 하는 박 할아버지.
라면 끓일 준비를 하는 박 할아버지. ⓒ농심

젊은 시절엔 한 끼에 2봉씩, 하루 6봉지를 거뜬히 먹었는데 요즘은 나이가 있어 끼니당 1봉지만 먹는다. 먹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일전에는 농사일로 바빠 끼니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 면을 끓인 후 찬물을 부어 스프를 뿌려 비벼서 먹는 할아버지만의 독특한 레시피가 있었는데, 최근 2~3년 사이엔 조리법 그대로 먹는다. 여전히 라면에 밥조차 말아 먹을 수 없지만, 할아버지는 지금으로도 족하다고.

 

1994년, 농심으로 날아온 한 장의 편지

사실 지금에야 ‘라면’이 저렴한 식사 대용 음식이지만, 1970년대만 해도 싼값이 아니었다. 네 식구가 한 달 먹는 쌀값보다 할아버지 혼자 먹는 라면값이 훨씬 비쌌다. 게다가 마을에서 십 리(약 4km)나 떨어진 다른 마을까지 가야만 살 수 있을 정도로 ‘라면’은 도회적인 음식이었다. 

그렇게 라면으로만 산 지 스물두 해째였던 지난 1994년, 할아버지의 사연은 농심 본사까지 흘러 들어간다. 당시 이장이자 마을의 유일한 가게를 운영하던 정화만 씨가 박 할아버지의 사연을 농심에 제보하면서부터다. 정화만 씨의 친동생이자 현재 광덕4리 이장인 정화철 씨는 “박 씨 할아버지의 사연이 안타깝고, 농심에 연락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여 형님이 직접 편지를 보냈다”고 기억했다. 

<22년간 라면만 먹고 살았지요> 1994년 '서울경제'에 실린 박병구 할아버지 관련 기사다. 농심에서는 당시 정 씨가 보냈던 편지는 없지만, 26년 전의 신문 기사들을 스크랩해 보관 중이다.
<22년간 라면만 먹고 살았지요> 1994년 '서울경제'에 실린 박병구 할아버지 관련 기사다. 농심에서는 당시 정 씨가 보냈던 편지는 없지만, 26년 전의 신문 기사들을 스크랩해 보관 중이다. ⓒ농심

농심 또한 이를 단순 장난으로 치부하지 않고 직접 할아버지를 찾아간다. 이웃집 수저 개수도 알았을 시절, 세 끼 라면만 먹던 독특한 식습관을 가졌으니 동네 주민들이 입을 모아 할아버지의 사연을 증명해줬단다. 농심은 고심끝에 할아버지의 건강한 삶을 바라는 마음으로 평생 무상으로 라면을 제공하겠노라 약속한다. 이 소식은 여러 신문에 날만큼 유명해졌는데, 약속을 지킨지 벌써 26년째가 됐다.

 

26년째 화천군을 찾는 농심 춘천점 직원

3개월마다 안성탕면 9박스, 1년에 총 36박스를 화천군으로 배달하는 일은 농심 춘천 지점의 중요한 업무다. 화천지역 담당 영업사원이 할아버지에게 직접 안성탕면을 전달하게 되는데, 인수인계 사항 1호로 꼽힌다고 한다. 

농심 춘천점의 강한솔 대리가 3년째 박 할아버지 댁으로 라면을 배달 중이다.
농심 춘천점의 강한솔 대리가 3년째 박 할아버지 댁으로 라면을 배달 중이다. ⓒ농심

현재 배달은 농심 춘천 지점의 강한솔 대리가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월 해당 지점으로 발령받은 이후부터 3, 6, 9, 12월의 말일에 할아버지 댁을 방문한다. 그는 “다른 영업사원은 하지 않는 특별한 일을 하기 때문에 매우 뿌듯하다”며, “할아버지를 찾아뵙는 날은 마음이 따뜻해지고 기분 좋아지는 날”이라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왼쪽부터) 박병구 할아버지의 아내 최정숙 씨, 박병구 할아버지, 농심 춘천 지점의 강한솔 대리
(왼쪽부터) 박병구 할아버지의 아내 최정숙 씨, 박병구 할아버지, 농심 춘천 지점의 강한솔 대리 ⓒ농심

그의 소원이 있다면 할아버지가 건강하게 사시는 것. 라면을 드리러 갈 때마다 커피 한 잔을 끓여주며 먼 길 오는 사원을 손주처럼 예뻐해 주는 할아버지를 뵈면 자연스럽게 그런 마음이 든단다. 다행히 박 할아버지 또한 올해로 91세지만, 귀가 잘 안 들리는 것 외에는 큰 탈 없이 건강하게 지낸다. 라면도 본인이 직접 끓여 먹고 일주일에 한두 번은 밭에 나가 일도 한다. 농심 측은 할아버지의 건강만을 기원하며, 오래오래 라면 배달을 해드리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연재기사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

인기기사

  • 1 막내딸 송이 ‘희귀병’ 언급한 하하, “신께 염치가 없었다” 솔직하게 털어놓은 아빠의 고백에 마음 한켠 찡해진다
  • 2 16세 연하 쇼호스트 신보람과 공개 열애 중인 지상렬, “이 길 아닌 것 같아” 들려오는 근황 하나하나 고막 강탈이다
  • 3 방송인 황현희가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에도 '집 팔 생각 없다'고 말했다 : 아파트가 3채다
  • 4 작년 8월 이혼 고백한 홍진경, “썸 타는 남자 있어” 깜빡이도 안 켜고 터뜨린 폭탄 발언에 어안이 벙벙해진다
  • 5 “이혼 두 번 해서 주례는 못 선다”는 ‘돌돌싱’ 김의성 : 15년 된 여자친구와의 동거 근황은 이번에도 세상 솔직하다
  • 6 [허프 사람&말] 66년 만의 공식 사과, 허리 숙인 이재명 대통령 "3·15 정신이 위기 때마다 나라를 일으켜 세웠다"
  • 7 배우 이장우가 대금 4천만 원을 8달째 지급하지 않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 순대국집 운영의 민낯
  • 8 이휘재 약 4년 만에 이뤄진 방송 복귀 녹화 중 예상치 못한 행동 : 우여곡절
  • 9 항공사가 동료 항공사 기장 목숨을 흉기로 빼앗았다 : 용의자는 다른 동료 항공사도 해치려 했다
  • 10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글로벌 '에너지 지도' 바꾼다 : 유럽 재생에너지·원전에 다시 주목

허프생각

BTS 컴백 반갑지만 짚고 넘어갈 것 하나 : 세금과 도시 인프라 쓰이는 데 돈 버는 건 넷플릭스
BTS 컴백 반갑지만 짚고 넘어갈 것 하나 : 세금과 도시 인프라 쓰이는 데 돈 버는 건 넷플릭스

K-팬이 주인공!

허프 사람&말

익명의 거리예술가 뱅크시가 더 이상 익명이 아닐 때, 그의 작품 가치는 유지될까
익명의 거리예술가 뱅크시가 더 이상 익명이 아닐 때, 그의 작품 가치는 유지될까

작품과 작가를 연결하는 '버릇'

최신기사

  • 출격 앞둔 크래프톤 기대작 '서브노티카2'에 갑자기 드리운 암운 : 김창한 성과급 안 주려고 개발자 부당하게 해고했다는 미국 법원 판결
    씨저널&경제 출격 앞둔 크래프톤 기대작 '서브노티카2'에 갑자기 드리운 암운 : 김창한 성과급 안 주려고 개발자 부당하게 해고했다는 미국 법원 판결

    김창한 '짠돌이' 오명 쓸라

  • '케이팝 데몬 헌터스' 공동 감독 크리스 아펠한스 한국 예능 출연 : 아내·아들과 한국 여행 온단다
    엔터테인먼트 '케이팝 데몬 헌터스' 공동 감독 크리스 아펠한스 한국 예능 출연 : 아내·아들과 한국 여행 온단다

    케데헌을 보고 한글을 배우고 싶어하는 5살 아들 위해서..

  • 항공사가 동료 항공사 기장 목숨을 흉기로 빼앗았다 : 용의자는 다른 동료 항공사도 해치려 했다
    뉴스&이슈 항공사가 동료 항공사 기장 목숨을 흉기로 빼앗았다 : 용의자는 다른 동료 항공사도 해치려 했다

    경찰은 수사 중.

  • 오세훈 결국 국힘 서울시장 후보 등록하며 고개를 숙였다 : 당권파 ‘플랜 B’는 초선 박수민 의원
    뉴스&이슈 오세훈 결국 국힘 서울시장 후보 등록하며 고개를 숙였다 : 당권파 ‘플랜 B’는 초선 박수민 의원

    허무한 버티기

  • 임종룡 우리금융 '생산적 금융'으로 지역 살린다 : 계열사 전액 출자 5천억 펀드로 비수도권 실물경제 자금 공급
    씨저널&경제 임종룡 우리금융 '생산적 금융'으로 지역 살린다 : 계열사 전액 출자 5천억 펀드로 비수도권 실물경제 자금 공급

    생산적 금융과 지역균형발전의 상관관계

  • 구글 3억km vs 한국 1300만km : 카카오모빌리티 류긍선은 규제 받으며 '자율주행 데이터 격차' 극복할 수 있을까
    씨저널&경제 구글 3억km vs 한국 1300만km : 카카오모빌리티 류긍선은 규제 받으며 '자율주행 데이터 격차' 극복할 수 있을까

    K-자율주행의 봄은 언제 오나

  • [허프 사람&말] 익명의 거리예술가 뱅크시가 더 이상 익명이 아닐 때, 그의 작품 가치는 유지될까
    라이프 [허프 사람&말] 익명의 거리예술가 뱅크시가 더 이상 익명이 아닐 때, 그의 작품 가치는 유지될까

    작품과 작가를 연결하는 '버릇'

  • 포스코퓨처엠 음극재 사업 최대 수주 확보, 엄기천 ‘여전한 엄동설한’ 업황에 중장기 활로 찾기
    씨저널&경제 포스코퓨처엠 음극재 사업 최대 수주 확보, 엄기천 ‘여전한 엄동설한’ 업황에 중장기 활로 찾기

    배터리 4대 소재 중 음극재로 미래 준비

  • 기본소득당 용혜인 “AI 대전환 개혁을 가장 잘할 수 있는 당은 기본소득당” “기본소득을 지선 핵심 의제로”
    뉴스&이슈 기본소득당 용혜인 “AI 대전환 개혁을 가장 잘할 수 있는 당은 기본소득당” “기본소득을 지선 핵심 의제로”

    '진보적' AI 대전환 대비

  • 권기범 동국제약 헬스케어 앞세워 '1조 클럽' 추격 중 : 역대급 실적에도 낮은 수출 비중 한계
    씨저널&경제 권기범 동국제약 헬스케어 앞세워 '1조 클럽' 추격 중 : 역대급 실적에도 낮은 수출 비중 한계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술 경쟁력 기대

  • 신문사 소개
  • 윤리강령
  • 기사심의규정
  • 오시는 길
  • 인재채용
  • 광고상품문의
  • 기사제보
  • 청소년 보호정책
  • RSS
  •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일로 39-34 서울숲더스페이스 12층 1204호

  • 대표전화 : 02-6959-9810

  • 메일 : huffkorea@gmail.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상유
  • 법인명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주식회사
  • 제호 : 허프포스트코리아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03
  • 등록일 : 2014-02-10
  • Copyright © 2025 허프포스트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 발행·편집인 : 강석운
  • 편집국장 : 이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