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 6월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를 맡은 것은 단순한 책임경영 강화 차원을 넘어 그룹의 미래 성장 축을 직접 챙기겠다는 행보로 해석된다.
실제 대표 취임 이후 신세계프라퍼티는 해외 개발법인 에스피글로벌디벨롭먼트에 출자하며 글로벌 개발 기반을 마련했고, 이어 오코(OKO)그룹과 협력하며 복합개발 전략의 해외 확장에 나섰다.
(왼쪽부터)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블라디슬라프 도로닌 오코(OKO)그룹 회장이 서울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신세계프라퍼티와 오코 그룹 간 조인트벤처(JV) 설립 협약식을 했다. ⓒ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은 21일 글로벌 럭셔리 부동산 개발기업 오코그룹과 전략적 협력을 맺고 글로벌 복합개발 사업 추진을 공식화했다.
오코그룹은 아만(Aman)과 자누(Janu) 등 아만그룹이 가지고 있는 럭셔리 호텔·레지던스 브랜드의 개발을 맡아온 회사다. 오코그룹과 아만그룹 모두 블라디슬라프 도로닌 오코그룹 회장이 소유하고 있다.
신세계그룹과 오코그룹은 합작법인을 통해 우선 아만그룹 브랜드의 호텔·레지던스를 개발하고 국내외 복합 상업용 부동산 개발 사업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협력은 스타필드를 통해 축적한 신세계프라퍼티의 공간 개발 노하우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이번 협력은 고객에게 차별화된 공간 경험을 제공해온 양사가 이러한 비전을 함께 실현하자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진됐다. 신세계그룹의 대형 복합 프로젝트 실행 역량과 오코그룹의 럭셔리 호텔 개발 노하우, 아만의 프리미엄 브랜드 가치를 결합해 글로벌 호텔·레지던스 시장과 부동산 개발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합작법인(JV) 설립의 목표다.
정 회장은 이를 두고 "한국에서 검증된 신세계프라퍼티의 개발 모델이 글로벌 호스피탈리티 시장에서도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확신을 반영한 것"이라며 "긴밀한 협력과 상호 보완을 통해 전 세계 럭셔리 호스피탈리티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설명했다.
블라디슬라프 도로닌 오코그룹 회장 역시 "(정 회장은) 부동산 개발과 금융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췄다"고 평가하며 "전 세계 여행객과 거주자, 지역사회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독창적 프로젝트를 만들어내겠다는 그의 장기 비전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현재 양사가 공개한 협력 범위는 글로벌 호텔·레지던스와 부동산 개발 사업이다. 향후 구체적 프로젝트가 공개되면 신세계그룹이 복합개발 역량을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구현할지가 보다 명확해질 전망이다.
스타필드 청라와 화성국제테마파크는 정용진 회장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직접 챙기고 있는 대표 복합개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이번 오코그룹과의 협력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다. 두 사업 모두 아직 개발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 향후 신세계의 공간 개발 전략이 집약될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정 회장은 올해 네 번째 현장경영으로 스타필드 청라를 찾아 "스타필드가 이번에는 K레저테인먼트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고 말했다. 화성국제테마파크 역시 글로벌 지적재산권(IP)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와의 협업을 추진하며 콘텐츠와 관광을 결합한 복합개발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처럼 신세계가 국내에서 복합개발 모델을 고도화해온 흐름을 고려하면, 이번 글로벌 협력 역시 단순한 호스피탈리티 사업에 머물기보다 복합개발 프로젝트로 확장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정 회장이 강조해온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도 이번 오코그룹과의 협력을 계기로 구체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회장은 "그동안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가 신세계그룹의 혁신과 고객 만족을 위한 본업 경쟁력 강화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정 회장은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정·재계 핵심 인사들과의 접점을 꾸준히 넓혀왔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주최한 만찬에 참석하고 록브리지네트워크 활동을 이어온 것은 물론, 트럼프 주니어와 1789캐피털 경영진, 리플렉션AI,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 등 투자·AI·콘텐츠 분야의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력 기반을 구축해왔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리플렉션AI와 AI 데이터센터 공동 추진, 해외 개발법인 출자에 이어 이번 오코그룹과의 협력으로도 연결되며 사업화 단계로 이어지고 있다.
다만 전략이 구체화할수록 앞으로의 관건은 비전보다 실행을 뒷받침할 ‘자본 운용 능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복합개발은 유통산업처럼 투자 직후 매출이 발생하는 사업이 아니라 수년간 대규모 선투자가 이어지는 장기 프로젝트다. 안정적 현금 창출과 자금 조달 능력이 사업 성패를 좌우할 수밖에 없다.
실제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해 영업활동으로 1817억 원의 현금을 창출했지만 투자활동에는 3063억 원을 집행했다. 이 가운데 약 2995억 원이 투자부동산 취득에 투입됐으며, 부족한 자금은 차입과 자본 조달 등을 통한 1225억 원의 순현금 유입으로 일부 충당했다.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현금만으로는 대규모 개발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외부 자금을 병행해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다. 양사는 합작법인에 5억 달러(약 7500억 원)를 초기 자본금으로 출자할 계획이며, 투자 비중은 추후 협의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자산 유동화 등을 통해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