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과 대웅바이오가 각각 판매하고 있는 치매 및 인지기능 개선제 콜린제제(글리아티린, 글리아타민)와 관련해, 하반기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유효성 심의 결과가 실적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증권가의 평가가 나왔다.
만약 식약처가 유효성 심의에서 부정적 판단을 내릴 경우 두 기업은 건강보험 급여액 중 일부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토해내야 할 뿐만 아니라, 의료 현장의 처방이 줄어들면서 매출에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종근당 글리아티린(왼쪽), 대웅바이오 글리아타민(오른쪽) ⓒ 각사
21일 증권가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최근 종근당 분석 보고서에서 “글리아티린(성분명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식약처 약물 유효성 심의가 하반기 중으로 예상되며, 금액 결정에 따라 하반기 실적이 하향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이 최근 마무리한 글리아티린의 임상 재평가에서 핵심 기준이던 1차 평가지표(위약 대비 인지기능 유지·개선 비율)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인지기능 유지·개선 비율이 임상시험 계획서에서 설정한 통계적 기준에 미달했다.
콜린알포세레이트가 사용된 의약품(이하 콜린제제)의 임상 재평가는 종근당과 대웅바이오가 나눠 실시해 왔는데, 종근당이 퇴행성·혈관성 경도인지장애 임상을, 대웅바이오가 치매(알츠하이머) 환자 대상 임상을 각각 맡았다. 이번에 종근당의 경도인지장애 임상 결과가 먼저 나온 것이다.
다만 하위 보조분석 결과에서 유효성이 확인되면서 변수로 떠올랐다. 임상 계획을 철저히 준수하고 약물을 일정 수준 이상 제대로 복용한 환자군(PPS)만 따로 분석했을 때는 콜린제제 투여군의 인지기능 유지·개선 비율이 위약군보다 높게 나타나 통계적 유의성 기준을 충족했다. 아울러 투약 기간이 길어질수록 치료 효과가 높아질 가능성도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관건은 식약처가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실시하는 약물 유효성 심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는 것이다. 식약처는 제출된 보고서를 바탕으로 적응증 유지 또는 삭제(효능 취소)를 결정한다. 그 결과에 따라 종근당과 대웅바이오는 임상 기간(2021~2026) 동안의 건강보험 처방액 중 일부를 반환해야 할 수도 있다.
◆ 콜린제제 관련 스토리
콜린제제의 오리지널 의약품인 글리아티린은 이탈리아 제약사인 ‘이탈파마코’가 개발한 의약품이다. 주성분인 콜린알포세레이트가 뇌 신경세포에 작용해 기억력 감퇴, 집중력 저하,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 등을 개선하는 효능을 갖고 있다.
이 의약품을 국내에 도입한 것은 대웅제약이었다. 대웅제약은 2000년 이탈파마코와 판권 계약을 맺고 원료의약품인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완제의약품으로 제조해 판매했다.
이어 2016년 종근당이 콜린알포세레이트 판권을 인수해 ‘종근당글리아티린’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이때 대웅제약은 자체 제네릭인 ‘글리아타민’으로 전환해 사업을 이어갔다. 현재는 지주회사 대웅의 자회사인 대웅바이오가 글리아타민 사업을 관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네릭 개발 시 기준이 되는 ‘대조약’ 지위를 놓고 종근당과 대웅제약이 다투는 일도 있었다. 결국 종근당이 승리했다.
그런데 2019년 국회와 시민단체 등에서 콜린제제의 임상적 유효성을 증명하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문제 제기가 계속됐다. 이들은 콜린제제를 전문의약품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대상으로 감사원에 공익감사까지 청구했다.
그러자 식약처는 2020년 제약사들에게 콜린제제 임상 재평가 명령을 내렸다. 이와 동시에 보건복지부도 선별급여 전환을 고시하고 제약사에 협상 명령을 내렸다.
복지부의 선별급여 전환 고시는 콜린제제를 치매 환자에게 처방할 때만 건강보험을 적용(본인부담 30%)하면서 치매 예방이나 단순 기억력 감퇴(경도인지장애) 등 일반 처방 시에는 환자 본인부담률을 80%로 올린다는 내용이다. 협상 명령은 임상 재평가가 실패로 끝나서 효능 입증에 실패하면 임상 기간 동안 환자들에게 처방돼 지급된 건강보험 급여액을 제약사가 반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종근당과 대웅제약 등 제약업계는 복지부의 고시와 명령에 반대하면서 고시 취소 소송과 협상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잇따라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제약사들은 2021년, 임상 실패 시 처방액의 20%를 반환하기로 보건당국과 합의를 맺었다. 이후 제약사들은 환수합의 계약 무효 소송도 냈는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 식약처 판단에 따라 타격 불가피
종근당과 대웅바이오는 그간 임상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환불부채’를 미리 회계장부에 반영해 왔다. 향후 건강보험공단에 돌려줘야 할 것으로 추정되는 비용을 미리 쌓아둔 것이다. 2025년 말 기준 종근당은 887억 원, 대웅바이오는 1032억 원을 반영한 것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식약처가 유효성 심의에서 부정적 판단을 내릴 경우 종근당과 대웅바이오는 콜린제제의 매출 감소를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효능 범위가 축소돼 의료현장에서 처방이 급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25년 콜린제제 매출액은 종근당 글리아티린이 806억 원,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은 1397억 원에 달한다. 매출액 중 비중도 글리아티린 4.76%, 글리아타민은 21.79%에 이른다.
게다가 콜린제제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가 선별급여로 전환되면서 시장에서 받는 타격도 본격화된 상황이다. 두 회사는 복지부의 선별급여 처분 이후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본안 소송의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약 5년 동안 건강보험 급여(본인부담율 30%)를 그대로 유지하며 제품을 판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25년 본안소송에서 복지부가 최종 승소하면서 2025년 9월21일부터 선별급여가 적용됐다.
이후 실제로 의료현장에서 처방액 규모가 줄었다. 분기 1500억 원 안팎이던 콜린제제 처방 시장은 2025년 4분기와 2026년 1분기에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3.4%와 29.0% 감소했다.
앞으로 종근당과 대웅바이오는 치매·인지장애 영역에서 콜린제제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설계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콜린제제의 실적 공백을 메울 만한 다른 품목 마케팅에 더욱 힘을 기울이면서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