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영화평론가가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에 별점 4점을 준 뒤 일부 관객들의 악플을 받고 있다.
7월 19일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시민이 상영 중인 나홍진 감독의 영화 ‘호프’ 예고편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진 평론가가 호평한 영화 ‘호프’는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10년 만에 선보인 SF 영화로,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마을 호포항에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황정민·조인성·정호연 등 주연 배우들의 강렬한 액션과 숨 막히는 긴장감을 쌓아 올리는 나홍진 감독 특유의 연출이 호평을 받으며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 다만 거친 욕설이 잦은 대사와 후반부로 갈수록 예측하기 어려운 전개를 두고는 평가가 엇갈리며, 관객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이동진 평론가는 왓챠피디아에 별점 4점을 주며 “기괴한 난장판 속에서 대담하게 질주하는, 영화 전체가 거대한 크레센도.”라고 한줄 평을 남겼다.
이처럼 한 작품을 둘러싼 평가는 때로 극명하게 나뉜다. 특히 자신의 해석과 판단을 공개적으로 내놓는 평론가는 찬사와 비판이라는 두 시선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이동진은 21일 자신의 블로그에 장문의 글을 올리며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나홍진 감독과 친분 없다”며 “‘곡성’과 ‘호프’ 관련해 공적인 자리에서 인터뷰하거나 GV하면서 뵌 게 전부”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껏 커피 한 잔 나눈 적 없다”며 “전화번호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나홍진 감독이라는 이름값 때문에 높은 평가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호프’에 대한 제 호평은 감독이 누구인지와 무관하다”며 나 감독이 이름을 알리기 전인 첫 작품 ‘추격자’와 두 번째 작품 ‘황해’를 모두 높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영화계가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고 메가박스가 위기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호프’에 대해 높게 평가한 게 아니다”며 “제 앞에 놓여 있는 영화 한 편 한 편의 평가는 제게 있어서 언제나 한국영화계 전체 사정보다 중요하다”며 “저는 평론가로서 그게 옳다고 믿는 것으로 이 일을 지속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영화라서 별 반개를 더 주는 것도 아니다”며 “평가에 영화의 국적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동진은 ‘호프’에 대해 “단점들이 있음에도 그걸 상쇄할 정도로 매우 강력한 장점들이 있는 매력 넘치고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평론을 향한 비난에 대해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지난 15일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유튜브 채널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에서 영화 '호프'에 대해 이야기했다. ⓒ유튜브 채널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이동진은 “그런데도 아직도 이유를 굳이 모르시겠다면, 그러면서 대체 왜 이 영화가 왜 좋은 거냐고 여전히 물으시겠다면 당신은 그냥 당신이 싫어하는 영화를 제가 좋아한다고 말하는 게 듣기 싫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견은 사실이 아니다. 호프가 훌륭하다는 것은 저의 의견이다. 그리고 형편없는 영화라는 것은 당신의 의견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특정한 의견에 쏠린다고 해서 그 의견이 사실이 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항상 더 나은 의견인 것도 아니다”고 생각을 밝혔다.
또 “평론가든 관객이든, 영화(예술)에 대한 평가에 객관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그의 말에는 평론가란 대중의 선택을 대신하는 사람이 아니라, 한 작품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해석과 판단을 내놓는 존재라는 인식이 담겼다.
마지막으로 그는 “서로 다른 의견들을 나누면서 경험을 확장해갈 수 있다”며 “그렇게 예술은 더 풍성해지고 사회는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우리는 서로가 다른 사람들”이라며 “이게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결국 평론의 의미는 모두가 같은 결론에 도달하는 데 있지 않다. 한 편의 영화를 두고 서로 다른 시선과 견해가 부딪히고, 그 과정에서 작품을 더 깊이 바라보게 만드는 데 있다.
이동진 평론가가 남긴 글에는 5천 개가 넘는 공감 버튼이 눌렸고, 댓글은 700개 이상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