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대표가 자사에서 운용 중인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투자를 만류하는 이례적 상황이 발생했다.
극심한 주가 변동성 장세에서 레버리지 상품은 '음의 복리' 현상으로 원금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구조적 위험을 직접 경고한 것이다.
국내 상장지수펀드 시장 개척자로 평가받는 전문가가 우려를 표명함에 따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시장의 경각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개별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 투자를 경계하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개별종목 레버리지 인버스 2배 성과 분석'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투자 중단을 권고했다. 해당 게시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배 대표는 해당 글에서 "개별종목 레버리지 ETF를 운용하고 있는 운용사 대표로서 이런 말씀을 드려 죄송하다"며 "결론은 개별종목 레버리지와 인버스 2배 ETF는 투자하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및 인버스 상장지수펀드는 기초자산의 누적 수익률이 아닌 일일 수익률의 배수를 추종한다.
일일 수익률이 매일 재설정되기 때문에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는 장세에서는 단순 배수보다 손실 폭이 커진다.
예를 들어 주가가 100만 원인 주식이 연달아 하루는 10% 하락, 하루는 10% 상승했다면, 2거래일 후 해당 종목의 주가는 99만 원(100만 원-> 90만 원-> 99만 원)이 되지만 2배 레버리지가 적용돼 있다면 96만 원(100만 원 -> 80만 원 -> 96만 원)이 된다.
배 대표는 이와 관련해 "시간이 흘러 원주가 제자리에 와도 ETF 가격은 제자리에 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원주의 변동성이 지금처럼 크면 매일 손실이 늘어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배 대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5월 27일부터 7월 16일까지 SK하이닉스 주가는 17.9%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는 47.5% 떨어지며 이론상 손실률인 35.8%보다 11.7%포인트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2배 상품 역시 이론상으로는 35.8% 수익을 내야 하지만 실제로는 31.1% 손실을 기록했다.
현재 한국투자신탁운용은 'ACE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와 'ACE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운용하고 있다.
배재규 대표는 삼성자산운용에 재직하던 시절 아시아 최초의 레버리지 ETF와 인버스 ETF를 출시하는 등 국내 ETF 시장을 선도하면서 'ETF의 선구자', 'ETF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