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 산불 연기를 이유로 이른바 ‘산불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오랜 동맹국이자 최대 교역 상대국 중 하나인 캐나다를 향해 환경 피해 책임을 묻겠다며 대규모 추가 관세를 예고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캐나다산 제품 대부분에 5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새 관세는 발표 후 30일 뒤 발효될 예정이다.
발단은 캐나다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캐나다 산불 연기가 미국으로 넘어온 상황을 언급하며 “미국이 오염되고 건강에 해로운 공기에 침략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캐나다 산불로 인한 피해 비용을 현재 부과 중인 대캐나다 관세에 추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90여 년간 사실상 활용되지 않았던 1930년 관세법 338조를 꺼내 들었다. 해당 조항은 미국 기업과 상품에 차별적 조치를 취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대통령이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조항이 실제 관세 부과 근거로 활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백악관은 새 관세 대상에 와인, 하키채, 시멘트 등 캐나다산 주요 품목이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AP통신에 “캐나다는 중국을 제외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이전 관세 조치에 보복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라며 캐나다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AFP/연합뉴스
한편 이번 조치가 산불 피해를 둘러싼 대응을 넘어 북미 무역협정(USMCA) 재협상을 겨냥한 압박 카드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북미 무역협정(USMCA)의 갱신 대신 협정을 매년 점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 캐나다로부터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관세 위협을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밀접한 경제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인 만큼, 이번 관세 예고가 양국 무역 갈등을 다시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불 연기는 캐나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20일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당국은 미국 산불에서 발생한 연기가 북상해 자국 일부 지역을 덮고 있다며 대기질 경보를 발령했고, “이 문제는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