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선택은 자살의 완곡한 표현이다. 나종호 예일대 정신과 교수는 '극단적 선택'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18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언론에서 자살을 보도할 때 중요한 것이 자살이 선택의 일부인 것처럼 보여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극단적 선택은 말 자체에 '선택'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마치 힘든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게 문제라는 것.
18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 장면 ⓒtvN
한국기자협회가 마련한 '자살보도 윤리강령'에는 기사 제목에 '자살'을 쓰지 말라는 권고가 담겨 있다. 국내 언론은 가급적 자살보다는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나 교수는 자살로 사망한 경우에는 정신 질환을 가지신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암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투병'했다고 표현한다고. 그런데 정신 질환으로 세상을 떠난 분들에게 선택했다고 하는 게 부정적인 뉘앙스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유가족들이 실제로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네 가족이 왜 그런 선택을 했냐'라는 질문이라고 한다. 나 교수는 유가족들은 가족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다며 극단적인 선택은 죄책감을 가중하는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나 교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자살이라고 표현하고 있다"며 "완곡한 표현이 자살을 예방한다거나 자살을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7월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에서 진행한 한 연구를 소개했다. 각각 '자살'과 '자유사'라고 표현한 같은 기사 내용을 읽게 한 후 연구 참여자들에게 질문했다고. 나 교수는 "개인의 의지를 중요시하는 느낌의 '자유사' 용어를 접한 사람들이 오히려 자살을 지지하고, 가능한 옵션(선택)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였다"며 "그런 면에서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에세이에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에 대해 "자살을 외면하려는 자세가 반영된 신조어일지 모른다"며 "그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지 않는 이상, 이 문제는 영원히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고 글을 남기기도 했다.
자살 충동이 실행으로 옮겨지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0분. 나 교수의 비유대로 자살 생각이라는 건 밀물, 썰물처럼 들어왔다가 나가는 것이기에, 그 생각이 사라질 때까지 무엇보다도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살 충동에 대한 순간적인 개입이 자살의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사람이라면, 약을 먹자마자 바로 효과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
18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 장면 ⓒtvN
18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 장면 ⓒtvN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자살을 막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정신과 의사가 자살과 가장 맞닿아 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군대를 다녀온 뒤, 뒤늦게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그의 레지던트 동기인 친구는 자살로 세상을 떠났다. 나 교수는 친구가 세상을 떠나기 전주에 함께 당직을 섰다. 그가 친구에게 '잘 지내고 있냐' 문자로 물었더니, 친구는 '바쁘진 않은데 왜인지 모르게 혼자인 것 같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친구의 그 이야기에 '그때 (내가) 조금 더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했더라면'이라는 후회가 남았다고. 나 교수는 "내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한 명만 있어도 그 사람은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을 얻는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서울대 심리학과 졸업 후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이후 하버드 보건대학원, 뉴욕대 레지던트를 거쳐 현재 예일대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