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모진 말들, 폭력과 인권침해는 그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자기 일처럼 다가온다. 성소수자와 함께 있다는 이유로, 성소수자 인권을 옹호한다는 이유로 폭력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차별을 받기도 한다. 이런 차별을 연계차별이라고도 한다. 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과 폭력을 당하는 자는 그 핍박이 얼마나 부당한지 점차 알아간다. 그래서 성소수자들이 혐오를 넘어 거리에 나서듯, 성소수자의 가족과 친구들도 자신에게 덧씌워진 낙인과 혐오를 넘어서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
우리사회에서 '합법적인'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대표적인 형태로 서류상 동성인 부부가 있다. 법적으로 부부로 인정받든 인정받지 못하든 서로 사랑하며 사는 모습은 비슷하다면, 왜 지금처럼 동거하며 함께 사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굳이 '결혼'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는 것일까? 게다가 법적으로 결혼을 할 수 있는 '이성커플'들도 결혼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인데 말이다. 일단,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것과 할 수 없어서 하지 못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누군가는 당연히 누리는 권리들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것을 우리는 차별과 억압이라고 부른다.
2015년 6월 26일은 누군가에게는 '노예해방'만큼 중요하고 역사적인 날입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대법관 9명 중 5명의 찬성으로 동성결혼(Same-Sex Marriage)이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렸고, 그 결과 미국 전역에서 동성결혼이 법적으로 허용되었습니다. 미국 대법원의 '동성결혼 합헌' 판정 이후에도 일상 곳곳에 스며든 차별적 제도가 시정되고, 사람들의 인식과 태도가 바뀌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성소수자들이 상처를 입고 또 견디며 살아가겠지요. 하지만 동성애를 질병으로 취급하던 시대를 지나 동성결혼 합헌 판정에 이르기까지 40여 년간의 싸움 덕분에, 다음 세대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 없이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한국의 성소수자들도요.
우리는 헌법과 국제인권법의 정신에 따라, 누구도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 받지 않는 평등한 세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으며, 모든 사람이 법 앞 에서 존엄한 인간으로 존중 받을 수 있도록 법제도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또 종교의 이름으로 이웃을 배척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마음을 열고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7. 결혼하라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일반 기업에 다닐 때 가장 스트레스를 받았던 건 회식 때마다 '왜 결혼 안 하느냐'고 묻는 선배들이었다. 게이 선배들은 결혼하라는 얘기를 절대 안 한다. 이게 동성 결혼이 허용되지 않는 한국에서는 슬픈 얘길 수도 있지만, 동성 결혼이 제도화되어도 게이들의 오지랖이 넓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그만큼 다른 사람의 사정은 다른 사람의 사정이라는 개념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