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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길라임'이라는 이름을 선택했을 이유 4

  • 김현유
  • 입력 2016.11.16 07:55
  • 수정 2016.11.16 09:15

JTBC뉴스룸이 15일 박근혜 대통령이 강남 차움 의원을 드나들며 VIP 시설을 이용했다고 보도했다. 전 차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30~40만 원 씩 드는 VIP 시설을 이용하면서 요금도 제대로 내지 않았다"며 안봉근 전 비서관, '비선 실세' 최순실 등과 동행했다고 전했다.

이 사실보다 훨씬 충격적이었던 것은 박 대통령이 병원의 VIP 시설을 이용하며 본명이 아닌 가명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그 가명은 바로 '길라임'으로, 김은숙 작가가 집필한 SBS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하지원의 극 중 이름이다.

배우 하지원/SBS

'길라임'이라는 이름은 흔한 이름이 아니다. 누가 듣더라도 드라마 '시크릿 가든'이 생각날 수밖에 없는 이름이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대체 왜 '길라임'이라는 이름을 가명으로 사용한 것일까? 전혀 티가 나지 않을 만한 평범한 이름(김미영 팀장?)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여기에 대해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몇 가지 가설이 제기됐다. 그 중 타당성이 있는 네 가지 가설을 소개한다.

1. 박 대통령은 김은숙 작가 드라마 속 여자 주인공들을 좋아한다?

지난 3월 21일 길라임씨, 아니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김은숙 작가의 '태양의 후예'를 직접 언급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좋은 문화 콘텐츠 하나가 경제, 문화적 가치를 낳을 뿐만 아니라 관광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태양의 후예'를 언급한 건 이 때가 마지막이 아니었다. 지난 5월 이란 순방을 간 자리에서 현지 학생이 '태양의 후예'를 보고 있다고 하자 이전까지 "소녀시대와 빅뱅이요..."라고 힘없이 말했던 것과 달리 무척 반가워하기도 했다.

상단 KBS '태양의 후예'/하단 KBS '뉴스라인'

당시 박 대통령은 이슬람 전통 두건을 쓰고 있었는데, 일각에서는 이것이 드라마 '태양의 후예' 여자 주인공 강모연 역이었던 송혜교의 의상과 흡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박 대통령은 그저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속 여자 주인공들을 매우 좋아할 뿐이라는 것.

'길라임'을 쓴 것은 2011년 당시 가장 최근에 방영된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가 '시크릿 가든'이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만약 박 대통령이 2016년에 차움 병원에 처음 가명으로 방문했다면 '강모연'으로 방문했을 가능성이 높다.

2. 박 대통령은 '시크릿 가든'의 남자 주연 배우 현빈을 좋아한다?

지난 2011년 12월, MBN은 개국 특집으로 당시 한나라당 전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인간적인 모습을 조명했다. 이날 방송에 나온 내용이다.

▶ 인터뷰 : 정운갑 / 앵커

- "좀 짓궂은 질문인데요. 공군 출신 조인성, 해병대 출신 현빈, 육군 출신 비 중 누가 제일 좋은지 하는 질문입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한나라당 전 대표

- "그 세 사람 다 좋아하면 안 돼요? 글쎄, 뭐 다 좋지만 해병대에 가 있는 현빈씨라고 하겠습니다."

- MBN (2011. 12. 1.)

공교롭게도 현빈은 '시크릿 가든'에서 길라임의 상대 역 '김주원'을 맡아 열연했다. 박 대통령이 현빈을 좋아해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사용했을 것이라는 증거도 이어졌다.

SBS

SBS '백종원의 3대천왕'에서 더본코리아의 대표 백종원 씨가 현빈이 '시크릿 가든'에서 입었던 의상을 입고 난 뒤 특별세무조사를 받았다는 것이 그 증거였다. 그러나 이는 사실은 아니었다. 백종원이 이 의상을 입고 방송에 나선 것은 7월 말이었고, 더본코리아는 이미 7월 중순부터 특별세무조사가 아닌 정기세무조사를 받고 있었다.

사실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해도, 좋아하는 배우를 따라했다는 이유만으로 특별세무조사를 진행시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일 것이다.그렇다고 믿자

그러나 박 대통령은 자신이 현빈을 좋아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3. 차움병원 내부에 '시크릿 가든'이 있어서 아무 의미 없이 지은 가명이다?

박 대통령이 이용했다는 강남차움병원 5층의 피트니스 존에는 'GX룸', '골프클리닉', '베네핏센터', '운동 처방실', '필라테스 룸' 그리고 '시크릿 가든'이 존재했다.

...!

병원을 이용하려던 길라임씨, 아니 박 대통령은 '시크릿 가든'이라는 이름을 보고 별다른 의도 없이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사용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창조 경제", "혼이 비정상", "우주의 기운"과 같이 현학적인 말을 즐겨 이용하는 대통령이니 가명을 생각하더라도 아무 의미 없이 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반박도 이어지고 있다.

4. '시크릿 가든'의 줄거리가 박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였다?

'시크릿 가든'의 줄거리는 대략적으로 이렇다.

"스턴트 우먼 길라임은 사고로 인해 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항상 당당하고 씩씩한, 무술감독이 되겠다는 꿈을 가진 여성이다. 이런 길라임 앞에 성격 예민한 백만장자 김주원이 등장하고, 이 두 사람의 혼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스토리에서 어딘가 박 대통령이 좋아할 만한 기운이 온다. 그렇지 않은가? 혼이 바뀐다는 점에서는 최순실의 아버지 최태민이 육영수 여사의 영혼에 빙의했다며 그녀의 표정과 음성을 그대로 재연해 박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는 국민일보의 보도가 떠오르기도 한다. 또 이 드라마의 마지막 회에서는 김주원이 어린 시절 잃어버린 기억을 회상하는 장면을 넣는데, 이를 통해 이들이 운명적으로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20년 전 일기에 "인간의 운명도 모두 다 천명에 따라 각본에 따라 이루어져 가고 있다"고 적은 바 있다. 그야말로 박근혜 대통령이 간절히 바랐더니 우주가 내려준 드라마였을지도 모른다.

정확히 어떤 이유로 박 대통령이 '길라임'이라는 이름을 가명으로 사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위의 네 가지 가설이 가장 타당성 있는 주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밀회'가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상황을 매우 비슷하게 묘사해 화제가 됐을 때 '밀회'의 정성주 작가는 "우연의 일치"라고 말했다. '시크릿 가든'에 대한 박 대통령의 선호 역시 '우연의 일치'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라고 드라마를 안 좋아해야 하는 법은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박 대통령이 '길라임'이라는 이름으로 드나들었던 차움 병원에서 최순실, 최순득 자매가 박 대통령 취임 전후 약 19차례 주사제를 처방받았다는 점과, 이후 차움병원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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