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 택배노동자가 숨졌다. 이번에도 과로사로 추정된다. 올해 과로사로 보이는 택배노동자만 16명이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롯데택배 수원 권선 세종대리점 소속 34살 남성 A씨가 지난 7월1일 입사한 뒤 과로에 시달리다 전날(23일) 사망했다.
키 190cm에 몸무게 110kg로 건장했던 A씨는 입사 5개월 만에 몸무게가 20kg 가까이 빠졌다. 몸을 돌볼 틈 없이 바빴던 A씨는 평소 가족들에게 ‘그만두고 싶다‘, ‘너무 힘들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대책위는 A씨가 매일 아침 6시에 출근해 밤 9~10시에 퇴근하면서 14~15시간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책위가 공개한 A씨의 생전 메신저 내용에서 그의 평소 업무량을 짐작할 수 있다.
고인은 지난달 지인과 나눈 대화에서 ”뭔가 마음이 급하다”고 하소연했고, 지인은 “300개 근처 때로 가면 쫄려”라고 그를 다독인다. 다음 달에도 A씨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숨지기 약 일주일 전인 지난 15일 A씨는 오후 6시24분쯤 지인에게 “152개”, ”오늘도 300개 넘음”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롯데택배는 과로사 주장에 대해 일단 반박하는 모습이다.
롯데택배 측은 한겨레에 ”고인은 하루 평균 270~280개 물량을 배송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자세한 내용은 파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롯데택배는 스스로 마련했던 과로 방지 대책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대책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롯데택배가 약속했던 분류작업 인력이 단 한명도 투입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정부가 1일 작업시간과 심야배송을 제한하는 등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부랴부랴 내놨지만 한 달 만에 비극은 또다시 반복됐다.
A씨뿐만이 아니다.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7일에는 부산 롯데택배에서 택배노동자가 배달 중 쓰러졌고, 14일에는 한진택배 택배노동자가 뇌출혈로 쓰러져 수술을 받고 여전히 누워있다. 그리고 지난 22일에는 로젠택배 택배노동자가 레일에서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도 있었다.
도혜민 에디터: hyemin.do@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