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회칼 테러'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황상무 대통령 비서실 시민사회수석도 과거엔 '기자'였다. 그는 특정 언론사를 언급하며 협박성 발언을 던졌다. 파장이 커지자 결국 논란 이후 엿새 만에 그만뒀다.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황 전 수석의 사의를 수용했다. 4.10 총선을 앞두고 일어난 일이었다.
입 밖으로 꺼내 주워 담을 수도 없는 말이 화근이 됐다. 그는 지난 14일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과거 언론인에 대한 테러 사건을 언급했다.
"MBC는 잘 들어! 내가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에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 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 -MBC 뉴스 보도
1998년 오홍근 기자가 집 앞에서 군 정보사령부 소속 현역 군인들에게 피습당해 허벅지에 중상을 입었던 사건이었다. 당시 군을 비판하는 오 기자의 글에 불만을 품었던 상관들의 명령을 받아 벌어진 일로 알려졌다.
황 전 수석은 MBC를 특정했다. MBC는 2033년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 날리면' 비속어 발언 보도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최고 수위 징계인 과징금 부과를 받았다. 대통령실은 순방 당시 윤 대통령 비속어 발언 논란을 보도한 MBC에 "외교 관련 편파, 왜곡 보도"라며, 지난해 11월 9일 MBC 취재기자에게 전용기 탑승 불허를 통보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비속어 영상을 보도한 언론 중에 MBC만을 콕 집어 취재 제한이나 다름없는 조처를 내렸다. 또한, 대통령실은 지난해 11월 18일 MBC 기자의 항의성 질문 태도와 대통령실 비서관과의 설전 등을 문제 삼아 이를 '불미스러운 사태'로 규정하고, 같은해 11월 21일부로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바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황 전 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은 윤석열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해왔던 MBC를 협박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야권에서는 황 수석의 사퇴 요구가 이어졌고 여당 내부에서도 총선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자진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황 전 수석은 입장문을 통해 "국민 여러분과 언론인, 테러 피해자인 고 오홍근 기자의 유족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대통령실도 입장문을 통해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어떤 강압 내지 압력도 행사해 본 적이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언론의 자유와 언론기관의 책임을 존중하는 게 정부의 국정 철학"이라고 밝혔다.
황 전 수석은 1991년 한국방송(KBS) 기자로 입사했다. 사회부와 통일부, 정치부, 뉴욕 특파원, 사회부장 등을 거쳤다. 황 전 수석은 2001년부터 KBS 뉴스9, KBS 뉴스광장의 앵커를 맡아 뉴스를 전달하기도 했다. 2006년 제33회 한국방송대상 올해의 방송인상 앵커부문에 영광을 안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강승규 전 수석의 후임으로 임명됐으나 불명예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시민사회수석의 업무는 시민사회 균형 발전 및 종교단체 등을 관리하는 일이다. 정부와 시민단체·종교계와의 소통창구로서 역할한다.
양아라 에디터 / ara.yang@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