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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패션쇼인 뉴욕패션위크에서 '근이영양증' 희귀병을 앓는 모델이 모두의 예상을 깨며 새 역사를 썼다 (영상)

"내 몸은 내 것이고,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릴리 브래치라는 여성은 '근이영양증(골격근이 점차로 변성되고 위축되어 악화되어 가는 진행성, 불치성, 유전성 질환)'을 앓고 있다. 선천적으로 점점 근육이 쇠약해지는 병이다. 

릴리 브래치 ⓒ인스타그램 (@lilybrasch)
릴리 브래치 ⓒ인스타그램 (@lilybrasch)

릴리는 "신체적인 문제 이상으로 정신적으로 더 힘들었다. 이 병을 앓고 있다고 하면 수많은 사람이 '넌 이걸 할 수 없어' 등의 말을 하며 내 한계를 설정하곤 한다"라고 투데이를 통해 말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내 몸은 내 것이고,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그의 말대로 2월 10일(현지시각), 릴리는 세계 최고의 패션쇼 중 하나인 뉴욕패션위크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는 휠체어를 탄 채 등장한 후, 다른 모델의 도움을 받아 멋지게 무대 위를 걸었다. 릴리는 뉴욕패션위크 역사상 두 번째로 근이영양증을 앓으면서 무대에서 선 모델이 됐다. 

어릴 때도 몸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지만, 16살 때 처음으로 릴리는 근이영양증을 진단받았다. 의사로부터 '앞으로 걷지도 못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수영, 근력 운동 등으로 꾸준히 근육을 단련하고 있다. 혼자서는 힘든 등산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성공했다.

"성장기에는 사람들에게 장애를 숨기려고 노력했다." 현재 22살인 릴리는 병 때문에 또래보다 근육이 훨씬 약하다. 하지만 운동 등의 활동적인 활동을 통해 병의 진전을 늦추고 있는 상황이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릴리는 같은 병을 앓으면서도 패션계에서 활동 중인 사람을 찾아봤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아 검색하는 걸 그만뒀다. 그때 결심했다. 만약 근이영양증을 앓는 모델이 없다면 내가 직접 되겠다고. 그리고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다른 여성에게 롤모델이 되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이후 란드하와 브랜드(Randhawa Brands)의 설립자인 암나 인암이 우연히 릴리의 사진과 영상을 보고 그의 의지에 반해 뉴욕패션위크에 모델로 초대했다.

릴리는 휠체어를 사용하기보다 느리더라도 천천히 자신의 힘으로 걷는 걸 좋아한다. 패션쇼에서도 릴리는 휠체어를 타고 등장하지만 자신의 힘으로 걷는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주길 바랐다. 

"다른 사람에게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 두렵긴 했지만 휠체어에서 일어나 걷는 모습은 꼭 보여주고 싶었다. 사람들이 날 동정하길 바라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이 영감을 받길 바랐다." 

암나 인암은 "릴리는 나를 포함해 모두에게 영감을 줬다. 아름다운 경험이었고 모두가 즐거워했다. 다시 한번 릴리와 함께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진심으로 누구나 원하는 일을 뭐든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믿음이 내게 힘과 동기를 부여한다." 릴리의 말이다. 

 

안정윤 기자/ jungyoon.ahn@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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