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원빈·유아인·신하균·김래원·하정우 엄마 연기" '슈룹'서 대비로 열연한 김해숙의 필모그래피가 놀랍다

차기작 '휴가'는 신민아와 모녀로 호흡

영화 '동기간'.
영화 '동기간'.
최종보스 '대비'. ⓒtvN
최종보스 '대비'. ⓒtvN

국민 엄마. 최근 종영한 <슈룹>에서 '대비'로 열연한 배우의 별명이다. 달갑지 않을 수 있는 별명이다. 아니, 확실히 달갑지 않다. 한 배우의 스펙트럼을 하나의 역할로 뭉뚱그리는 것은. 그밖의 다른 가능성들을 떠올리기 어렵게 만드니까. 그런데 1975년도 데뷔 이후 수많은 '엄마'들을 연기한 김해숙은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엄마의 숫자만큼 매번 차별화되게 연기해야 한다"고. 그렇다. 엄마라고 다 같은 엄마가 아니다. 자식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엄마가 있는가 하면 자식을 없애서라도 부와 명성을 쥐려고 하는 엄마도 있는 법. 김해숙이 그리는 엄마의 얼굴은 실로 다양하다. '엄마'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는 게 어색할 만큼. 그런 김해숙과 무려 세 번이나 모자지간으로 출연한 배우가 있으니, 바로 김래원이다.


김래원과 세 편이나?

<해바라기>

용서한다. ⓒ쇼박스
용서한다. ⓒ쇼박스

김해숙과 김래원의 첫 만남은 영화 <해바라기>에서 성사됐다. <아저씨>에 원빈이 있고 김새론이 있다면 <해바라기>에는 김래원이 있고 김해숙이 있다. 폭력배 '오태식'(김래원)의 비극적 삶을 다룬 액션 드라마 <해바라기>에서 김해숙은 오태식에 아들을 희생당한 어머니 '양덕자'로 등장하는데. 아들을 죽인 남자를 양아들 삼는 성인군자적 면모로 오태식을 양지의 삶으로 이끌어낸다. 독기와 살기는 쫙 뺀, 따뜻한 엄마이며 '해바라기' 식당의 주인이다. 끝없이 회자되는 오태식의 명대사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의 "다"에는 그의 양어머니 양덕자도 포함되어 있다.
    

<천일의 약속>

세상에 이런 시어머니가. ⓒSBS

김해숙과 김래원의 재회는 5년 뒤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 이뤄진다. <천일의 약속>은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박지형'(김래원)과 알츠하이머에 걸린 '이서연'(수애)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로, 김해숙은 박지형의 어머니 '강수정'을 연기했다. 강수정은 며느리에게 찬물을 끼얹는 그런 뻔한 시어머니가 아니다. 오히려 며느리를 욕하는 지인에게 찬물을 뿌리는 반전의 시어머니다. 알츠하이머 걸린 여자와 결혼한다는 아들이 못마땅하지만, 그 선택을 존중하고 조용히 지지하는 강수정을 두고 방영 당시 "현실에도 이런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반응이 잇따랐다.
    

<희생부활자>

살아 돌아온 엄마?! ⓒ쇼박스
살아 돌아온 엄마?! ⓒ쇼박스

곽경택 감독의 미스터리 스릴러 <희생부활자>. 김해숙과 김래원이 세 번째로 합을 맞춘 작품인데, 설정이 파격적이다. 7년 전 죽은 엄마가 돌아와 자식을 죽이려 한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작중 김해숙은 날치기 강도 사건으로 살해당한 엄마 '최명숙'을, 김래원은 최명숙의 아들이자 검사 '서진홍'을 연기했다. 살아 돌아온 엄마를 죽인 진범이 누구냐는 굵은 플롯 뒤에는 모자지간의 비밀스러운 사연이 숨어 있다.
    

신하균, 원빈

<우리 형>

아들이 원빈, 신하균. ⓒCJ 엔터테인먼트
아들이 원빈, 신하균. ⓒCJ 엔터테인먼트

<우리 형>은 '성현'(신하균)과 '종현'(원빈) 형제의 버디무비이자 가족 간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착하고 공부를 잘하는 성현과 특기가 싸움인 종현은 서로 정반대지만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형제라서, 함께 싸움에 휘말리고 형제라서(?) 같은 대상을 좋아한다. 여기서 김해숙은 두 연년생 형제의 홀어머니를 연기해 둘의 형제애를 강조하는 한편 갈등을 심화한다. 종현은 남편 같아서 의지가 되고 성현은 돌봐주고 싶은 아들 같다는 어머니를 중심으로 형제는 다투고 또 화해한다. 김해숙이 <우리 형>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놀라운데. 바로 원빈의 부탁 때문이었다.
    

<박쥐>

아들을 위해서라면 뭐든! ⓒCJ ENM
아들을 위해서라면 뭐든! ⓒCJ ENM
"라여사, 맞으면 눈 깜빡." ⓒCJ ENM
"라여사, 맞으면 눈 깜빡." ⓒCJ ENM

박찬욱 감독의 본격 뱀파이어 로맨스 <박쥐>에서 김해숙은 신하균과 두 번째로 모자 연기를 펼치는데. 이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장면은 '태주'(김옥빈)가 통제불능의 흡혈귀가 되는 장면도, 그런 태주를 '상현'(송강호)이 트렁크에 구겨 넣는 장면도 아니다. 태주의 양어머니, '라여사'(김해숙)의 원맨쇼 신이다. 아들 '강우'(신하균)를 죽인 범인을 가리키기 위해서. 라여사가 전신마비 온 신체의 일부를 미친 나방처럼 떠는 그 장면은, 아마 <박쥐>를 본 모든 이의 뇌리에 선명할 것이다. 한복 가게를 운영하면서 일본식 집에 살고 중국 도박을 즐기는 라여사와 그런 라여사에 모든 걸 맡기고 사는 다 큰 아들 강우. 이 독특한 모자는 <박쥐>의 무국적적이며 폐쇄적인 분위기를 지탱하는 한 축이다.
    

유아인

<깡철이>

하나뿐인 내 편. ⓒCJ ENM
하나뿐인 내 편. ⓒCJ ENM

가족 드라마 <깡철이>에서 유아인을 만난 김해숙은, 진지한 엄마가 아닌 웃기고 푼수 같은 엄마 '순이'가 되었다. 순이는 정해진 직업 없이 부둣가에서 일용직에서 일하는 '강철'(유아인)이 유일하게 접고 들어가는 인물이다. 순이는 외계인 눈 같은 선글라스를 끼고 시도 때도 없이 동네를 돌아다니며 사고를 치는, '엄마 같지 않은 엄마'다. 또 당뇨, 치매, 백내장에 만성신부전까지. 병이란 병은 다 가진 셈이니 강철이의 마음이 편할 날 없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서로 끝까지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깡철이> 작업을 마친 김해숙은 유아인과 스스럼없이 "엄마"와 "아들"이라 부르는 사이임을 밝힌 바 있다.
    

<사도>

손주 편. ⓒ쇼박스
손주 편. ⓒ쇼박스

엄밀히 따지자면 '엄마'는 아니다. '사도세자'(유아인)와 '영조'(송강호)의 갈등을 다룬 영화 <사도>에서 김해숙은 '인원왕후'로 분해 사도세자의 할머니로서 그의 뒤를 지켰다. 그럼에도 '굳이' 리스트에 포함시킨 이유는 작중에서나 기록에서나, 인원왕후가 사도세자의 든든한 편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도>에서 인원왕후는 영조와의 대립 끝에 사망했는데.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었다. 두 사람의 갈등을 중재하고자 사도세자가 목숨을 걸었기에 인원왕후가 물러난 것이다. 인원왕후의 죽음은 사도세자에게는 큰 타격이었다. 이후 광증이 심해지고 영조와의 갈등도 거세졌는데, 이를 막아줄 인원왕후는 세상에 없게 됐으니 말이다.
    

김명민

<무방비 도시>

엄마는 소매치기, 아들은 경찰. ⓒCJ ENM
엄마는 소매치기, 아들은 경찰. ⓒCJ ENM

<무방비 도시>는 김명민, 손예진 주연의 소매치기 범죄 액션 영화다. 영화에서 김해숙은 광역수사대 베테랑 형사 '조대영'(김명민)의 어머니로 등장하는데. 스틸컷에서 느껴지겠지만, 그냥 경찰의 평범한 엄마는 아니다. 김해숙이 맡은 '강만옥'은 전직 소매치기범으로 아들에게 '남부끄러운 엄마'였다. 깨끗이 손 씻고 식당을 차려 살아보려 하지만 소매치기단 리더 '백장미'(손예진)의 협박에 못 이겨 '마지막으로 딱 한 번' 범죄에 가담한다. 부끄럽지만 사랑하는 엄마와 미안하지만 사랑하는 아들의 엇갈린 마지막 순간은, <무방비 도시>가 범죄 액션 영화이자 가족 영화인 이유다.


하정우

<군도>

화적은 무슨! ⓒ쇼박스
화적은 무슨! ⓒ쇼박스

짧은 등장이지만 김해숙임은 한눈에 알아봤다. 윤종빈 감독의 나주 웨스턴 <군도>에서 김해숙은 주인공 '도치'(하정우)의 엄마 역할로 출연한다. 그의 지론은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화적이 되겠다는 도치를 단칼에 말리던 그런 엄마의 죽음은, 도치가 '조윤'(강동원)에 깊은 복수심을 품게 하는 주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신작 <휴가>서 신민아와 모녀 연기

김해숙. ⓒ뉴스1

김해숙의 다음 영화는 육상효 감독의 판타지 드라마 <휴가>다. 여기서도 김해숙은 누군가의 '엄마'로 등장할 예정인데. 그 누군가는 다름 아닌 신민아다. <휴가>에서 김해숙은 딸 '진주'(신민아)의 성공만 바라다 죽은 엄마 '복자'를 연기한다. 저승에서 3일간의 휴가를 받아 진주의 곁으로 잠시 돌아온 복자의 이야기가 그려질 예정이다.   

유해강 기자 haekang.yoo@huffpost.kr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프 다른 기사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엔터 #김해숙 #원빈 #신하균 #하정우 #김래원 #김명민 #신민아 #유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