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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를 위하여" 도덕 경찰에 의문사 당한 여성을 위해, 이란의 시민들이 히잡을 불태우며 거리에 나섰다

마흐사 아미니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체포돼 숨졌다.

출처: 트위터, Stringer/Anadolu Agency via Getty Images
출처: 트위터, Stringer/Anadolu Agency via Getty Images

이란의 여성들이 5일 연속 히잡을 불태우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평범한 22세 시민이었던 마흐사 아미니에 대한 연대의 목소리이자, 더 이상 당신들에 당하고 있지 않겠다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BBC에 따르면 마흐사 아미니는 지난 13일(현지시간)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란의 '도덕 경찰'에 체포됐다. 구치소에서 쓰러진 아미니는 혼수상태로 병원에 이송되었지만, 끝내 깨어나지 못한 채 3일 후인 지난 16일 숨을 거두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 나다 알-나시프에 따르면 경찰이 아미니의 머리를 지휘봉으로 가격하고, 차량에 그의 머리를 박았다는 보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 측은 폭력을 부인하고, 아미니가 심장마비로 숨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책임을 전가했다. 유족은 아미니는 평소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란 도덕 경찰에 의해 숨진 마흐사 아미니. 출처: 아미니의 유족.
이란 도덕 경찰에 의해 숨진 마흐사 아미니. 출처: 아미니의 유족.

 

자매를 위하여

이란 테헤란에서 히잡을 불에 태우는 한 여성. 출처: 트위터.
이란 테헤란에서 히잡을 불에 태우는 한 여성. 출처: 트위터.

혼수상태에 빠졌던 아미니의 사진이 트위터를 통해 공유되며 여성들의 분노는 커졌다. 아미니가 숨진 다음날, 이란의 수도 테헤란과 아미니의 고향인 사케즈를 비롯한 이란 전역에서는 히잡을 불태우는 시위가 일어났다.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여성들도 있었다. 

경찰은 최루탄과 산탄총을 사용하며, 다시 한번 무력으로 여성들을 억압하려 했다. 하지만 그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대신 "우리 자매를 위해 복수하자" "독재자에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란의 인권단체 헹가우에 따르면 지금까지 시위로 숨진 사람의 수는 5명이며, 약 75명의 시민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르데스탄주의 주지사 이스마일 자레이 쿠샤는 이를 부인했다. 그는 "최근 일어난 시위로 3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며 "그들의 죽음은 모두 적들의 음모"라고 선을 그었다.

가디언은 젊은 여성의 죽음으로 이렇게 광범위한 시위가 일어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2009년, 이란에서는 네다 솔탄이라는 또 다른 여성이 반정부시위에서 저격수에 총을 맞고 숨졌던 사건이 있었다. 이란 국민들은 아미니가 도덕 경찰에 끌려가는 영상을 보고, 권력에 반항하는 여성에게 국가가 얼마나 극단적인 폭력을 저지르는지 다시 한 번 깨우치게 된 것이다. 

솔탄과 아미니가 권력에 목숨을 빼앗긴 근 10년간의 기간 동안, 이란 국민에 대한 국가의 탄압은 더욱 커졌다. 이란의 강경파들은 2009년 솔탄의 사망에서 비롯된 시위를 억압하며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법을 깨우쳤고, 현재까지 지역사회에 대한 확고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집권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도덕 경찰의 권한을 확대해 여성과 권력에 반하는 세력들을 탄압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인 지금 시민들은 다시 한번 거리로 나서기를 택했다. 우리가 무서운 것은 당신들이 아니라, 또 다른 자매를 잃는 것이라고 말하듯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이번 시위가 이란 정권을 흔들 근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 상황이다. 

테헤란 대학교의 학생들이 "여성, 삶, 자유"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 중이다. 출처: 트위터 @Shayan86
테헤란 대학교의 학생들이 "여성, 삶, 자유"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 중이다. 출처: 트위터 @Shayan86
 코르데스탄주에는 전날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행진 중이다. 출처: 트위터 @Shayan86
코르데스탄주에는 전날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행진 중이다. 출처: 트위터 @Shayan86

국제사회의 비판 또한 커졌다. 이란 주재 미국 특사 로버트 맬리는 "아미니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이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과 함께 여성의 기본권에 대한 부적절한 폭력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 나다 알-나시프 또한 이란 정부의 무력 사용을 규탄하고 히잡 착용을 의무화한 법규를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이란에서는 만 9세 이상 모든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히잡과 몸에 붙지 않는 옷을 입어야 한다. 

시위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아미니의 죽음이 이란의 역사를 뒤집을 계기가 될지는 아직 지켜볼 일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여성들은 다시는 뒤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거다.

 

문혜준 기자 hyejoon.moon@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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